햇빛에 민감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은 여름이 괴롭다. 자외선 차단을 위해 더위에도 긴소매를 입거나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서도 ‘이렇게 햇빛을 피하면 비타민D가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도 한다. 하지만 햇빛을 차단하는 노력이 인체에 필요한 비타민D 합성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비타민D는 여름에 반팔, 반바지를 입는 일상적인 노출로 수십 분이면 합성된다. 비타민D 부족을 걱정하기보다 일광 화상, 광노화, 피부암 발생을 줄이기 위해 오히려 더 적극적인 햇빛 차단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수영 순천향대서울병원 피부과 교수는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피부과와 공동 연구 결과 “광민감성 피부를 가진 경우 햇빛 차단 방법을 많이 사용함에도 일광화상 가능성은 정상인보다 높지만 비타민D 결핍 위험은 높아지지 않았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럽 피부과 학회지(Journal of the European Academy of Dermatology and Venere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김 교수는 2011년부터 2014년 사이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0~59세 백인 성인 2390명을 대상으로 단면 연구를 진행했다. 광민감성은 수 개월간 햇빛에 노출되지 않고 30분간 햇빛에 노출되었을 때 심한 일광화상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는지를 자가 보고한 것으로 정의했다. 비타민D 결핍은 혈중 비타민D 농도가 50nmol/ℓ 이하일 경우로 정의했다.
연구 결과 광민감성 피부를 가진 경우, 다른 피부 타입에 비해 그늘을 찾는 확률이 3배 높고, 자외선 차단제도 2배 정도 많이 사용했다. 일광노출 시간은 유의하게 다르지 않았다.
광민감성 피부는 이러한 햇빛 차단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광화상을 입을 가능성이 2배 정도 높았다. 젊은 나이일수록, 여성보다 남성이,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화상이 잘 나타났다. 비타민D 결핍증은 증가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한국인들은 백인보다 일광화상을 쉽게 입는 편은 아니지만 세계 인종 피부색과 비교하면 상당히 밝은 편에 속한다”며 “여름철에는 그늘에서 쉬기, 긴팔 및 선글라스 착용, 자외선 차단제 바르기 등 차단법을 동시에 사용할수록 일광화상 발생률을 유의하게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햇빛 노출 시 노출 부위가 쉽게 붉어지는 밝은 피부를 가진 사람은 햇빛에 더 취약하므로 차단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