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쇠(frailty)는 정상적인 나이듦인 ‘노화’와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정상 노화는 2~3년에 걸쳐 일정한 속도로 신체기능이 떨어지고 기억력 감소 등 퇴화 현상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하지만 노쇠는 신체기능 저하가 본인이 느낄 정도로 급속히 진행된다. 비정상적으로 빠른 노화라고 할 수 있다.
노쇠 주요 증상 근감소증‧치매 증가세 … 설문지로 자가진단 도움
사회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노쇠를 앓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노쇠의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증상으로는 근감소증과 치매를 들 수 있다. 치매는 2013년 40만1252명에서 2017년 52만983명으로 30% 가량 늘어났으며, 근감소증도 2014년 남성 10.3%, 여성 8.1%에서 2019년 남성 21.3%, 여성 13.8%으로 증가세에 있다.
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노쇠는 체중이 빠지고 근육이 줄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의 신체기능 저하가 동시다발적으로, 수주 내지 수개월(최대 6개월) 내에 빠르게 진행되는 게 특징”이라며 “근감소증은 노쇠를 더욱 가속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신체노쇠를 판단하려면 탈진, 보행속도 저하, 체중·근력·활동량 감소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행속도‧악력‧1주간의 신체활동‧에너지량 측정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자신의 노쇠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설문지도 개발돼 판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설문지는 원장원·김선영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한국노인노쇠코호트(KFACS) 연구자료 분석을 토대로 지난해 12월 개발했다.
항목당 1점씩 부여, 3점 이상이면 노쇠를 의심할 수 있다. 본 설문지의 노쇠진단 민감도는 81.7%, 특이도는 82.5%다.
원장원 교수는 “영국의 사례를 보면, 노쇠는 정신문제(치매), 암과 더불어 가장 위협적인 질환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1차 의료기관에서부터 노인의 노쇠여부를 평가하고 있다”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노쇠’가 노인의 건강과 기능 유지를 위해 중요한 지표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신체활동 감소 노쇠 촉진 … 복지부, 예방운동 영상 제작
전문가들은 노쇠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균형잡힌 식사와 함께 운동을 꼽았다. 특히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노인들의 신체활동량이 줄어들었다. 신체활동량 감소는 근감소증, 인지기능저하, 혈압·혈당 증가, 면역력 감소로 이어져 노쇠를 촉진하고 감염에도 더 취약해질 수 있다.
이에 한국노인노쇠코호트 구축 및 중재연구 사업단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신체 노쇠를 예방할 수 있는 노인용 실내 운동법을 개발해 동영상을 제작했다. 박현태 한국노인노쇠코호트 및 중재연구 운동중재 세부책임 교수(동아대학교 건강관리학과 교수)의 주도로 제작된 이번 영상은 특별한 장비 없이 실내에서 손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영상은 △하지근력 강화를 위한 5가지 운동법 △인지능력향상 유산소 운동법 두가지다. 유튜브 ‘건강장수를 위한 운동이야기’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장원 한국노인노쇠코호트 구축 및 중재연구 사업단장(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노인들의 신체활동 빈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건강관리에 적신호가 켜져 있다”며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노쇠, 근감소증 그리고 치매 예방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실내에서도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예방운동법을 적극 활용하기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5년째 진행되고 있는 한국노인노쇠코호트 구축 및 중재연구 사업은 전국 3,000여명의 임상자료를 수집·추적조사하여 노쇠, 근감소증의 원인과 그 예후를 밝혀오고 있다. 또한, 노쇠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영양과 운동방법에 대한 임상연구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