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째 여성의 결혼과 평균연령이 높아지고 평균 초산 연령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평균 초산 연령은 31세, 평균 임신 연령은 32세를 웃돈다. 의학발전과 의학정보 확산으로 임신 준비 수준이 높아지고 있지만 만 35세 이상의 고령 임신에서는 여러 질병을 주의해야 한다.
고령 임산부는 태아발육지연, 다태아, 태아염색체이상, 전치태반, 전치태반, 태반조기박리 등의 위험이 크다. 임신성 고혈압, 임신성 당뇨병, 특발성 조기진통 등은 임산부의 나이 증가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이는 임산부의 건강뿐 아니라 태아의 성장과 발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고령인데 초산이거나 임신 전부터 비만‧당뇨병‧고혈압과 같은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면 더욱 철저한 관리와 준비가 중요하다.
당뇨병 산모, 혈당관리 안되면 태아 기형률 높아
고령 임산부가 임신 전부터 당뇨병을 갖고 있다면, 태아 기형의 위험도가 증가한다. 예방에는 2가지 중요한 방법이 있다. 한가지는 철저한 혈당조절이다. 기존 연구를 통해 혈당조절이 안될수록, 즉 혈당화 혈색소(HgA1c)가 높을수록 태아기형 발생률은 증가했다. 혈당조절을 위한 인슐린은 임신기간 중 태아에게도 안전한 약제이다.
다른 하나는 엽산(folic acid) 복용이다. 비만, 당뇨병, 과거 임신시 신경관결손증 또는 태아기형 과거력 등 있는 경우에는 임신 전부터 고용량(4mg) 엽산 복용이 권장된다. 당뇨병이 있는 고령 여성이어도, 철저한 혈당관리와 엽산 복용으로 태아 기형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최근 임신 중에 당뇨병이 발생하는, 고령 임신성 당뇨는 환자 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0년에는 8948명이었던 환자수가 2019년에는 2만938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임신성 당뇨는 두 배 이상 늘어난 인슐린 요구량을 감당하지 못 할 경우 발병한다.
고령 임산부는 노화로 인한 내분비 기능 저하로 발병 위험도가 더욱 높다. 임신성 당뇨는 분만 4~8주전 태아의 원인불명 사망, 거대아 출산, 태아 저혈당증 등의 위험을 안고 있다. 또 출산 후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와도 20년 안에 당뇨가 다시 생길 확률이 50% 달한다. 다음 임신에서 임신성당뇨가 재발할 확률도 30%에 육박한다.
임신성 고혈압, 자간전증 주의 … 체중유지‧식생활 관리 필요
임신성 고혈압은 임신 전 정상혈압이었던 산모가 임신 20주 이후 수축기 혈압이 140 mmHg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90 mmHg일 경우에 해당한다. 임신성 고혈압은 급격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두통이나 시야장애, 자간전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자간전증이 심해지면 산모는 경련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산모와 태아의 생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의해 세심하게 대비해야 한다.
고령 임신이라고 해도 철저히 준비하고 잘 관리한다면 산모와 태아 모두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다. 임신 전부터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져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야 한다. 무엇보다 계획을 꼼꼼히 세워서 기저질환이 있는지 미리 검사하고 엽산 등 영양소를 보충하도록 한다. 또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이라면 고위험 산모에 맞는 진료를 할 수 있는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임신 전부터 고혈압 약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태아에게 안전한 약으로 바꾸는 것이 권장된다. 고혈압 약제중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저해제(ACE inhibitor) 또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수용체 차단제(ACE receptor blocker, ARB)는 임신 중 양수감소증을 초래하여 태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임신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들 약제에 노출되었다면 임신 초기에 다른 약제로 바꾸는 게 좋다. 임신계획이 있다면 임신 전에 태아에게 안전한 고혈압 약제로 바꾸는 게 권장된다. 고지혈증약물을 복용 중인 여성은 임신 전 또는 임신 확인 후에라도 약을 중단하면 된다.
홍순철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평균 초산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사회 전반적으로 안전한 임신과 출산을 위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산모가 고령일수록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임산부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