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강한 자외선에 대항하려는 인체 방어기전이 발동하면서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피지 분비가 늘어나 다른 계절에 비해 피부트러블이 잘 생긴다.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은 “더운 날씨로 흘린 땀이나 피지 등은 모공을 막거나 염증을 유발해 여드름을 초래하거나 그로 인한 흉터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건강하고 깨끗한 피부 상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열대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여드름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임 원장은 “수면 부족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로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코티졸과 안드로겐 호르몬 분비가 촉진돼 피부가 민감해지고 여드름이 나기 쉬운 조건이 조성된다”고 말했다.
여드름은 털을 만드는 모낭에 붙어있는 피지선에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질환으로 면포(모낭 속에 고여 딱딱해진 피지), 구진(1㎝ 미만 크기의 솟아 오른 피부병변), 고름물집, 결절, 거짓낭 등이 나타난다. 거짓낭(pseudocyst, 假性囊)은 남성에게 흔하며 깊이 위치한 여러 결절들이 연결돼 압통을 동반하는 굴길(sinus tract)을 형성하며 액체나 반고형물질로 채워져 있다.
대다수가 여드름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직접 짜버리거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남용하는 등 잘못된 자가처방에 나섰다가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2차감염이나 색소침착 등으로 이어지는데 주로 얼굴에 병변이 나타나는 여드름 특성상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임 원장은 “과잉피지(지성피부), 과다각질, 여드름균으로 보통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여드름을 유발한다”며 “보기 싫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여드름을 짜거나, 장기간 방치하면 피부조직이 손상돼 흉터가 생겨 치료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여드름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궁금증을 알아본다.
1. 여드름 피부에는 유분이 적은 화장품만 써야 한다?(○)
여드름 피부에는 지나치게 기름지거나 땀구멍을 막는 화장품은 피하는 게 좋다. 보습제도 유분보다는 수분이 많은 제품을 바르는 게 권장된다. 짙은 화장도 금물이다. 오일프리 제품으로 가볍게 화장하고 커버력이 좋은 색조화장품 사용은 가급적 줄여야 한다. 붉은 자국을 가리기 위한 컨실러 등 제품은 오일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여드름을 부추길 수 있다.
여드름의 원인이 되는 유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예 보습제를 바르지 않거나 스킨만 바를 경우엔 피부 건조 및 수분 부족을 유발해 피지 분비가 더욱 왕성해질 수도 있다.
2. 여드름 피부는 세안을 자주 하는 게 좋다?(△)
세안을 자주 하면 여드름 예방·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여드름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가 피부 각질 및 노폐물이 제거되지 않는 것이므로 매일 깨끗이 세안하는 습관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너무 잦은 세안 역시 여드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피부는 자연적으로 피지막을 형성해 스스로를 보호한다. 약산성을 띠는 피지막은 수분 증발을 막고 피부의 온도 상승을 조절해 피부건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잦은 세안은 피부 노폐물뿐만 아니라 피부를 보호하는 피지막까지 파괴해 피부를 건조하고 예민하게 만든다. 피부가 적정 유분을 갖추지 못하면 주름 및 탄력 저하의 원인이 된다. 잦은 세안은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피지분비를 촉진하게 만들고, 결국 여드름 악화로 이어진다. 지나친 세안 자체가 피부에 물리적 자극을 가하므로 몸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
찬물로 세수하면 모공을 좁게 만들어 여드름 예방에 좋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찬물은 모공 내 피지를 응고시켜 피지 배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여드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미지근한 물로 세안하는 게 가장 좋다. 클렌징젤이나 로션 타입 제품으로 메이크업을 꼼꼼히 지우고, 피지가 많은 경우 여드름용 비누나 폼클렌징으로 충분한 거품을 내 부드럽게 세안한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을 때도 문지르지 않고 톡톡 두드리듯 물기를 제거해 자극을 최소화해야 한다.
3. 기름진 음식이 여드름을 유발한다?(△)
흔히 초콜릿, 탄산음료 등 당분이 많은 간식이나 우유, 치킨 등 기름진 음식이 여드름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일부 여드름 환자에서는 이 주장이 어느 정도 맞기도 하지만 이들 음식과 여드름의 발생 유무는 분명한 인과 관계가 없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견해다.
요오드 수치가 높은 식품이나 우유는 여드름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여드름 치료 중이라면 요오드가 함유된 식품 섭취를 가급적 줄이는 게 좋다.
4. 피임약을 복용하면 여드름이 나지 않는다?(△)
경구피임약은 혈액 내 안드로겐의 농도를 낮춰 여드름 증상을 완화하므로 실제로 여드름 치료에 사용하기도 한다. 다른 여드름 치료제에 효과가 없는 여성 환자에 처방할 수 있다. 경구피임약의 주성분인 에스트로겐은 피부를 매끄럽고 부드럽게 하는 역할을 한다. 경구피임약은 또 여드름을 악화시키는 프로게스테론 분비도 억제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여드름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복용을 중단하면 에스트로겐 혈중 농도가 저하돼 다시 정상적으로 호르몬 분비가 이뤄져 여드름이 재발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바이엘코리아 ‘야즈정’(성분명 드로스피레논·에티닐에스트라디올, Drospirenone·ethynylestradiol)으로 여드름, 월경전불쾌장애, 월경곤란증 등의 적응증을 갖고 있다. 부작용으로 위장장애, 체중 증가, 월경 이상, 구토 등이 나타나므로 주의해야 한다. 에스트로겐이 여드름의 원인으로 추정될 때에만 제한적으로 쓰는 게 바람직하다.
5. 여름에는 여드름 치료를 하지 않는 게 좋다?(×)
‘여드름 치료는 여름이 아니라 겨울에 해야 효과적’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여드름 치료는 날씨와 계절에 상관없이 해야 한다. 오히려 피지분비가 많은 여름철에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다만 겨울에는 치료를 방해하는 땀, 피지 등 분비물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와 치료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여드름으로 인한 흉터, 색소침착, 넓은 모공 치료는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가급적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
6. 여드름에 소주를 바르면 소독된다?(×)
소주에 포함된 알코올 성분이 여드름균을 사멸하고 수렴작용을 일으켜 치료한다는 민간요법이 있다. 하지만 소주는 알코올 농도가 높아 민감한 피부에 작열감, 부종을 유발할 수 있다. 염증이나 피부트러블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간혹 기초화장품 스킨에 들어 있는 알코올이나 소주의 알코올이나 효과가 똑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스킨용 알코올은 피부에 자극이 되지 않을 만큼 아주 적은 양이 들어 있다.
여드름에 치약을 바르면 효과가 있다는 속설도 있다. 순수 멘톨 성분은 항염효과가 있지만 치약에 포함된 멘톨 성분은 다른 화학성분과 섞여 있어 효과를 보기 어렵다. 미백치약에 들어있는 과산화수소는 따가움, 가려움, 붉어짐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절대 시도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