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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구제부터 간편하게 부착하는 패치제까지 … 치매치료제 A to Z
  • 김신혜 감수 김홍진 중앙대 약대 교수 기자
  • 등록 2020-06-23 22:15:24
  • 수정 2020-06-24 20: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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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린에스테라제억제제 ‘도네페질’ 패치제 개발 한창 … 연이은 실패에도 아두카누맙 등 신약 도전 활발
치매치료제인 한독 ‘아리셉트정’(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현대약품 ‘타미린서방정’, 한국노바티스 ‘엑셀론패취’, 한국룬드백의 ‘에빅사정’
치매(dementia)는 뇌에 생기는 다양한 질환으로 인해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상태를 지칭한다. 기억력, 언어능력, 이해능력, 판단력 등이 저하되고 성격변화를 보이는 게 주요 증상이다. 

가장 흔한 치매 원인은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AD)에 의한 것으로 전체 치매의 60~80%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으로 뇌 속에 이상 단백질이 쌓여 뇌세포가 점점 파괴돼 없어지고 뇌 조직이 줄어들면서 뇌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뇌혈관질환에 의해 뇌조직이 손상을 입어 발생하는 치매인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는 약 10%를 차지한다. 이밖에 뇌의 피질에 비정상적인 단백질 덩어리(루이소체)가 생기는 루이소체 치매(dementia with Lewy bodies, DLB), 파킨슨병성 치매(Parkinson’s disease dementia), 전두측두엽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FTD), 크로이츠펠트야콥병(Creutzfeldt-Jakob disease, CJD)에 의한 치매,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 HD)에 의한 치매, 여러 요인이 복합된 혼합형 치매(mixed dementia), 다운증후군( Down syndrome)에 의한 치매 등이 원인이 된다.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는 세계 치매·알츠하이머병 환자 수는 2013년 4400만명에서 2050년 1억3500만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하고 글로벌 치매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4년 13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UBIST)에 따르면 국내 치매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1800억원으로 최근 4년간 1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에는 2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치매치료제는 아세틸콜린분해효소(acetylcholinesterase, AChE)억제제가 대부분이며, NMDA 수용체 길항제(N-methyl-D-aspartate receptor antagonist)도 있다. 이들 약물은 치매 환자의 인지능력 개선을 목표로 한다. 현재까지 개발된 약물로는 진행을 막거나 근본 원인을 치료하지는 못하며 증상을 완화하거나 치매 진행을 늦출 뿐이다. 

김태 광주과학기술원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기억력 감퇴나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날 때 나이 탓으로 여겨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가 많다”며 “기억력 저하나 인지장애가 반복적으로 나타날 경우 치매선별검사로 치매 가능성을 체크하고,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AChE억제제, 도네페질·리바스티그민·갈란타민

치매 환자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이 부족하거나 신경독성이 있는 베타아밀로이드와 과인산화된 타우단백질이 축적되는 등 뇌의 해마·피질에서 몇가지 특성이 관찰된다. 

아세틸콜린은 뇌에서 기억, 인지기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치매 환자는 아세틸콜린을 분비하는 세포가 파괴되면서 인지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치매의 1차 증상인 기억력·인지능력의 감퇴는 콜린성 신경시스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AChE억제제가 주로 처방되고 있다.

AChE억제제는 아세틸콜린을 분해하는 콜린에스테라제(cholinesterase)를 억제해 아세틸콜린이 뇌에서 정상적으로 유지되도록 해 인지기능을 개선한다. 치매 치료에서 1차 선택 약물로 경도~중등도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에 사용된다.

도네페질(donepezil), 리바스티그민(rivastigmine), 갈란타민(galantamine) 3가지 약물이 사용되고 있으며 현재 알츠하이머병 약물요법에서 가장 먼저 선택되는 약제다. 약물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정제, 캡슐제뿐만 아니라 입에서 녹여 복용하는 형태의 구강용해필름, 구강붕해정, 피부에 붙이는 패치 형태까지 다양한 제형으로 개발돼 있다. 

국내 치매 치료제 시장점유율 70%를 넘어서는 도네페질은 199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AChE 활성을 억제해 아세틸콜린 분해를 억제함으로써 신경 연접 부위 아세틸콜린 농도를 증가시켜 인지기능 향상을 유도한다.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도네페질 성분이 혈관성 치매에 효과가 없다며 적응증을 삭제했다. 이 약을 복용하던 기존 환자 중 혈관성 치매 환자는 1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바스티그민은 AChE와 부틸콜린에스테라제(butyrylcholinesterase, BuChE)을 동시에 저해하며 주로 에스테라제에 의한 가수분해를 통해 대사된다. CYP-450 동종효소에 의해서는 최소한의 대사가 이뤄지므로 CYP1A2, CYP2D6, CYP3A4/5, CYP2E1, CYP2C9, CYP2C8, CYP2C19 등 동종 효소계에 의해 대사되는 다른 약물과의 약동학적 상호작용이 적다고 알려져 있다. 경구제와 패치제 타입이 있다. 갈란타민도 AChE와 BuChE를 억제한다.

한국에자이·한독 ‘아리셉트에비스정’(성분명 도네페질), 한국노바티스 ‘엑셀론캡슐’·‘엑셀론패취’(리바스티그민), 한국얀센 ‘레미닐피알서방캡슐’(갈란타민), 현대약품 ‘타미린서방정’(갈란타민) 등이 대표적이다. 

AChE 억제제의 흔한 부작용으로 식욕저하, 오심, 구토, 설사, 두통, 체중감소, 어지럼증, 불면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심장질환 환자에서는 미주신경 자극으로 인해 서맥과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다. 또 베타네콜(bethanechol) 등 콜린작용성 약물과 병용 시 효과가 증대돼 과도해질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최초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타크린(Tacrine)도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 중 하나로 199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지만 부작용으로 간독성이 확인돼 2013년부터 사용이 중지됐다.

NMDA 수용체 길항제 메만틴, 글루타메이트 활성 억제해 증상 완화

메만틴(memantine) 성분의 NMDA(N-methyl-D-aspartate, N-메틸-D-아스파르트산) 수용체 길항제는 AChE억제제를 사용해도 뚜렷한 증상 개선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 투여한다. 또 중등도 이상의 알츠하이머병에 단독 투여하거나 AChE억제제와 병용할 수 있다. 2003년 FDA로부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메만틴은 뇌 신경세포를 손상하는 글루타메이트 활성을 억제해 증상을 완화한다. NMDA 수용체는 기억력과 학습 능력에 관여한다. 뇌 피질과 해마 신경세포의 주된 흥분성 아미노산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glutamate)는 NMDA 수용체를 활성화하며 학습 및 기억 기능에 관여한다. 

알츠하이머병에서 NMDA 수용체는 글루타메이트에 의해 활성화돼 흥분독성과 신경퇴행이 나타나게 된다. 이 비정상적인 과활성은 아밀로이드베타(Aβ)와 tau단백질 생성 증가에 관여한다. 수용체 과활성이 세포 사멸을 유도하므로 NMDA 수용체를 차단하면 치매 환자에서 생길 수 있는 신경세포 손상을 막고, 남아있는 신경세포의 생리적 기능을 복원시켜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메만틴은 가역적인 수용체 길항제로서 정상적인 글루타메이트 신경전달을 보장해주는 특성도 보인다. 

중등도~중증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에게 주로 사용되며 1일 최대용량은 20mg이다. 첫째 주엔 1일 5mg을 7일간 투여하며, 둘째 주는 1일 10mg(5mg씩 1일 2회)을 7일간 투여한다. 셋째 주는 1일 15mg을(아침 10mg, 저녁 5mg), 넷째 주부터 1일 20mg(100mg씩 1일 2회)를 투여하면 된다. 한국룬드벡의 ‘에빅사정’,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메비탄정’ 등이 대표적이다.

메만틴의 부작용은 AChE억제제보다 적은 편이다. 어지럼증이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초조감이나 망상도 가끔 나타난다. 루이소체 치매 환자에서는 메만틴 사용으로 망상이나 환각이 악화된 경우가 보고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밖에 두통, 졸음, 고혈압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인지장애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 급여 대폭 축소 

뇌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Choline alfoscerate)는 이탈리아의 제약회사 이탈파마코(Italifamaco)가 1989년에 개발해 대웅제약이 2000년에 처음 국내에 들여왔다. 기억력 감퇴, 무기력 등 인지장애 개선제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 쓰이도록 허가됐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뇌기능 개선제로 손상된 뇌세포에 직접 작용한다. 혈관뇌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통과해 뇌내로 들어가 콜린과 인산글리세릴탈수소효소란 물질로 분리되므로 이중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콜린은 기억과 학습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뇌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이루는 전단계(전구)물질로, 뇌기능장애 환자에서 부족한 아세틸콜린을 보충한다. 아세틸콜린은 뇌신경 손상으로 저하된 신경전달 기능을 정상화한다. 또 인산글리세릴탈수소효소는 세포막의 구성 성분인 인지질로 대사돼 손상된 신경세포 기능 회복을 돕는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나 치매 환자는 콜린뿐만 아니라 아세틸콜린 자체가 정상인에 비해 부족한 상태이므로 따로 섭취해 아세틸콜린 생성을 증가시켜 환자의 증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약은 의료현장에서는 마땅한 치매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치매 치료제 또는 예방제로 처방돼왔다. 그러나 치매나 기억력장애에 대한 효과가 불분명함에도 처방이 계속 늘어 건강보험재정이 축나는 것을 공단이 방치했다는 비판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이에 지난 1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6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선 대웅바이오 ‘글리아타민정’ 등 124개 제약사, 234개 기등재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한 재평가를 진행해 치매 관련 적응증에 대해서만 보험급여를 100%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이들 약제의 적응증은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 : 기억력저하와 착란, 의욕 및 자발성 저하로 인한 방향감각장애, 의욕 및 자발성 저하, 집중력 감소(효능효과1) △감정 및 행동변화 : 정서불안, 자극과민성, 주위무관심(효능효과2) △노인성 가성우울증(효능효과3) 등 크게 3가지 항목이다.

심평원은 이 중 효능효과2와 효능효과3에 대해 급여를 20%만 인정하고 나머지 80%의 보험약가는 환자가 본인부담금으로 내도록 결정했다. 특히 효능효과1중에서 치매에만 급여를 인정한다고 명시해 이 항목에 해당되더라도 치매 이외의 적응증에는 급여가 20%만 인정한다고 못을 박았다. 

도네페질 패치제 개발 경쟁 활발 … 보령·셀트리온·동아ST 

치매 환자 증가로 제약·바이오 업계가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기존 경구약 성분을 붙이는 패치제로 개발하는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패치형 치료제는 경구용 정제, 구강붕해정, 구강필름 등에 비해 환자에게 이점이 많다. 복약 시간과 횟수를 기억하기 힘들거나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연하장애를 겪는 환자에게 피부에 부착하는 것만으로 약물을 투여할 수 있어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효과는 정제와 대등하면서 오심, 구토, 염증 등 부작용이 적고 간독성 등 부담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실제로 리바스티그민 성분 패치제가 발매된 후 기존 경구제를 92% 가량 대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네페질 성분은 아직 패치제가 나와 있지 않다. 보령제약과 라파스가 이를 공동 개발하기 위해 지난 5월 22일 도네페질을 마이크로 니들을 통해 전달하는 ‘BR4002’에 대한 임상 1상 계획(Investigational New Drug, 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 2023년 제품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도네페질 패치제를 놓고 셀트리온·아이큐어,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셀트리온과 아이큐어가 공동 개발 중인 도네페질 패치제는 올 하반기 임상 3상을 완료하고, 연말에 국내 허가 접수를 신청할 예정이다. 내년이면 상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 중인 패치제는 1주일에 2회 부착하는 형태로 1일 1회 투약해야 했던 기존 경구용 치료제보다 편의성이 높다. 

동아ST의 도네페질 패치제 ‘DA-5207’는 지난 11일 식약처로부터 임상 1b상 시험계획서(IND)를 승인받았다. 이 약은 주 1회 제형으로 경쟁 제품 대비 편의성이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도 작년 7월 도네페질 패치제  ‘DWJ1365’ 임상 1상을 승인 받아 현재 진행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선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MENLO PARK) 소재 코리움(Corium)이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의 경피 약물투여 플랫폼 기술인 ‘코플렉스’(Corplex)를 기반으로 개발한 ‘애드래리티’(ADLARITY, donepezil transdermal system) 제형에 관한 신약승인신청(New Drug Application, NDA)을 지난 1월 27일 FDA에 제출했다. 전문의약품 허가신청자 비용부담법(PDUFA)에 따라 최종 승인 결과는 오는 7월 30일까지 나올 예정이다. 

새 약리기전 아두카누맙, 간테네루맙 등 개발 난항

많은 제약업계가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명확한 발병원인이 파악되지 않고 획기적인 증상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워 개발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유력한 발병원인에 따라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은 크게 단클론항체 기반 베타아밀로이드(beta-amyloid) 억제제, 베타세크레타제1(BACE1,Beta-site amyloid precursor protein cleaving enzyme1) 억제제, 타우응집저해제(tau aggregation inhibitor, TAI)로 나뉜다.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가장 유력한 원인은 베타아밀로이드(Aβ) 단백질의 축적으로 알려졌다. 뇌의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물질이지만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 문제를 일으킨다. 림프관으로 배출돼야 할 단백질이 염증 등에 의해 쌓이면서 신경세포를 사멸화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이면 기억상실, 인지기능저하, 성격 변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타아밀로이드 억제제는 뇌 신경조직에 쌓이는 베타아밀로이드의 양을 줄이고 이미 플라크가 된 단백질을 분해한다.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aducanumab), 노바티스의 ‘CAD106(Aβ1-6 peptide)’, 로슈의 ‘간테네루맙(Gantenerumab)’ 등이 있다. CAD106는 3상 진행 중으로 2024년 9월 완료 예정이다.

지난해 3월 미국 바이오젠은 일본 에자이와 함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던 치매치료제 아두카누맙의 개발을 포기했다고 밝혀 업계에 충격을 줬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같은 해 11월 이를 번복하고 2020년 초 미국에 바이오의약품 품목허가신청(biologics license application, BLA)를 제출하겠다며 절차 재개를 알렸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 허가신청서는 미 FDA에 제출되지 않은 상황이다. 바이오젠은 올 여름 몇 차례 FDA와 면담을 가진 뒤 제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 치료제는 특정 단백질에만 반응하도록 제조한 ‘단일클론항체’로 뇌 속에 쌓이는 노폐물인 ‘베타아밀로이드’의 응집을 차단하거나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바이오젠은 또 올 1월 13일(현지시각) 화이자의 임상 초기 단계 알츠하이머 신약후보물질 PF-05251749를 선투자금 750만달러에 사들였다. 이 파이프라인은 카제인키나제 1(Casein Kinase 1) 저분자 억제제로 혈관뇌장벽(BBB)을 넘어 하루주기리듬을 조절해 알츠하이머병 등 환자의 행동과 신경 증상을 개선한다. 화이자는 신경과 약물 연구개발에서 철수하기 직전인 2018년 PF-05251749의 안전성과 작용기전에 대한 임상 데이터를 수집했으나 더 이상 진척시키진 않았다.

앞서 일라이릴리의 ‘솔라네주맙(Solanezumab)’, 로슈의 ‘크레네주맙(Crenezumab)’, 화이자와 존슨앤드존슨(J&J)의 ‘바피네주맙(Bapineuzumab)’, 화이자의 ‘포네주맙(Ponenzumab)’ 등은 임상결과에서 효과가 목표치를 밑돌아 개발을 중단했다.

BACE1 억제제는 베타아밀로이드와 관련된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아밀로이드전구단백질(amyloid precursor protein, APP)은 1차로 베타세크레타제 의해, 2차로 감마세크레타제에 의해 부수적인 물질이 잘려 최종적으로 베타아밀로이드로 변화된다. BACE1 억제제는 베타세크레타제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베타아밀로이드 생성을 줄인다.

일라이릴리와 아스트라제네카의 ‘AZD3293’(성분명 라나베세스타트, lanabecestat), 미국 머크(MSD)의 ‘MK-8931(성분명 베루베세스타트, verubecestat)’, 릴리의 ‘LY2886721’, 로슈 ‘RG7129’ 등 BACE1 억제제들은 모두 개발 과정에서 중단되는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9월 기준 릴리가 6종(1상 2종, 2상 2종, 3상 2종), 바이오젠이 5종(1상 2종, 2상 1종, 3상 2종)을 개발 중이다. 로슈는 제넨테크·에이씨이뮨(AC Immune), 모르포포시스(MorphoSys) 등과 제휴해서 3종(2상 2종, 3상 1종)의 임상을 진행 중이다. 에자이는 바이오젠과 함께 한 품목을 3상 임상 중이다. 에자이 단독으로 2상 임상 한 품목을 개발 중이다. 

국내 제약사로는 현대약품이 도네페질 및 메만틴 복합제 ‘BPDO-1603’의 임상 3상을 승인받아 현재 국내 및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엘러간이 이미 ‘남자릭’(Namzaric)이란 브랜드의 동일 성분 복합제를 보유하고 있다. 

일동제약의 ‘ID1201’은 천련자로 불리는 멀구슬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물질이다. 이 추출물은 치매의 주요 발병 원인 단백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억제하고 신경세포 보호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초 임상 2상을 마무리한 뒤 같은 해 8월 임상 3상을 승인받은 상태다.

뇌 속 노폐물 단백질인 ‘타우’를 목표로 한 신약도 개발되고 있다. 타우단백질은 건강할 때는 뉴런의 활동을 지지하지만 변형되면 알츠하이머 질환과 관련된 뇌 병변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물질의 혈중농도가 정상치보다 높으면 치매 발병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타우응집억제제 신약후보물질로는 싱가포르 제약사 타우RX테라퓨틱스(TauRX therapeutics)의 ‘TRx-0237’(LMTX®)이 있다. 응집된 타우단백질을 녹이고 동시에 새로운 타우 꼬임(tangles)이 생기는 것을 억제한다. 2017년 이 계열 약물 최초로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2016년 첫 3상 연구결과(TRx-237-015)가 ‘란셋’에 실렸고 2017년 11월 두번째 3상 연구결과(TRx-237-005)가 나왔다. 

1차 연구에서는 매일 총 150~250mg의 고용량을 하루에 두번에 나눠 복용한 결과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 2차 연구에서는 4mg을 하루에 두번(총 8mg) 경증 환자에게 복용한 결과 놀랍게도 고용량과 대등한 효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375명의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2018년부터 하루에 총 8mg 또는 16mg(저용량)을 투여하는 임상 2/3상(LUCIDITY 연구)을 진행 중이다. 기존 약으로 치료받지 않은, 과거 TRx0237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를 포함하고 있는데 아직 결과 판정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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