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연구진, 10년 누적사망자 약 0.9% 불과 확인 … 사망원인 19% 자살, 관찰·관리가 필요
타인에게 자신의 간을 떼 준 생체간이식 기증자의 장기생존률이 일반인보다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경석‧이광웅‧이남준‧최영록‧홍석균‧이정무 서울대병원 간 이식이식팀은 신애선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와 최선호 전문의 등과 질병관리본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데이터를 활용해 2000년부터 2015년까지 간 기증을 한 1만116명을 추적·관찰한 연구결과를 23일 발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간 기증자의 사망원인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간 기증자와 일반 표준인구의 생존율을 비교해 간 이식 수술의 안전성을 확인했다.
국내 생체간이식은 1년에 인구 100만 명당 20명 정도로 이뤄진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지만, 간 기증자들의 수술 후 장기생존율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세계적으로도 제대로 보고된 바가 없었다.
전체 간 기증자 1만116명 중 사망자는 총 53명(0.52%)이었으며, 사망원인으로는 자살(19명), 암(9명), 교통사고(7명), 간 질환(5명), 뇌혈관 질환(3명), 심장 질환(1명), 기타(9명) 순으로 나타났다.
간 기증 후 간 질환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 확률보다 적었다. 또한 전체 간 기증자의 수술 후 10년 누적 사망률은 0.9%였다. 다만 19명의 기증자가 자살로 사망한 점은 수술 후에도 간 기증자에 대한 꾸준한 관찰·관리가 필요하고 심리적인 지원을 제공해야함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간 기증자’ 그룹과 ‘표준인구’ 그룹의 장기생존율도 비교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표준인구 그룹은 간 기증자 그룹과 성별·나이 비율을 맞춰 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서 무작위로 추출했다. 그 결과 간 기증자 그룹의 수술 후 10년 누적 사망률은 0.5%로 표준인구 그룹의 0.9%보다 오히려 낮았다. 생체간이식 수술 후에도 간 기증자가 안전함을 입증한 것이다.
이남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생체간이식이 1만1000건 넘게 진행됐지만 아직까지 간 기증자의 장기 성적에 대한 대규모 연구는 없었다”며 “수술 후에도 간 기증자를 장기적으로 관찰해야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정신건강 관리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외과 분야에서 권위 있는 학술지 ‘외과학연보(Annals of Surgery)’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