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젊은 여성 가수가 고백해 화제가 되었던 말초신경병은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를 제외한 말초신경계에 이상이 발생한다. 손발이 저리거나 감각이 떨어지고,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게 주된 증상이다. 혈액순환 문제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고 말초신경병이 대부분이다. 김상범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와 함께 말초신경병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말초신경계’에 생긴 이상 … 손상 부위 따라 증상 다양하게 나타나
말초신경계는 뇌와 척수 등의 중추신경계를 제외한 나머지 신경계를 말한다. 몸에서 느끼는 감각을 척수와 대뇌로 전달하고, 대뇌에서 지시하는 운동명령을 근육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말초신경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손상되고 이상이 발생하는 것을 말초신경병이라 한다. 운동신경, 감각신경, 자율신경 등 손상되는 신경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연간 인구 10만명당 77명 빈도로 발병하고, 나이가 들수록 빈도는 더 증가한다.
단일신경병 손목터널증후군·종아리신경병 대표적
신경의 침범 부위에 따라 국소적인 원인에 의해 생기는 단일신경병에서부터 광범위하게 비교적 대칭으로 이상을 초래하는 다발신경병까지 형태가 다양하다. 단일신경병으로는 팔에서는 손목터널증후군, 다리에서는 종아리신경병이 흔하다.
김상범 교수는 “다발신경병은 당뇨병에 의한 경우가 가장 흔하고 항암제 등 약물, 면역체계 이상, 갑상선저하증 등 전신질환이 뒤를 잇는다”며 “유전신경질환, 류마티스질환, 비타민 부족, 알코올중독, 영양결핍에 의해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원인 질환 매우 다양, 정확한 진단 중요
말초신경병은 원인이 매우 다양하다. 현재까지 원인질병만 100여 개로 알려져 있으며 증상도 원인질환에 따라 각기 다르고 같은 질병에서도 환자마다 서로 다른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진단이 어렵다. 김상범 교수는 “말초신경병 전문병원에서조차 말초신경병 환자의 25%에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기도 한다”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신경과를 방문해 자세하게 병력을 설명하고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근전도검사, 자율신경검사, 신경초음파검사 등으로 손상된 신경 부위를 파악하고, 발병 원인을 찾기 위해 기본적인 혈액검사 및 소변검사 등을 진행한다. 필요에 따라 각종 특수검사도 실시할 수 있다.
혈액순환장애와 달리 통증‧저림‧감각이상 나타나
말초신경병은 손발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고, 화끈거림과 함께 바늘로 찌르는 듯 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말초신경병을 혈액순환장애로 오해하기 쉽지만 혈액순환장애는 통증이 주로 나타나며, 손 특히 손가락 끝이 차고 찬물에 손을 넣으면 손끝이 하얗게 변한다”며 “반면 말초신경병은 통증뿐만 아니라 화끈거림, 욱신거림, 저림, 시림, 얼얼함 먹먹하고 무딘 느낌 등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원인 질환에 알맞은 치료로 증상 개선
원인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지는데 가장 흔한 당뇨병성 다발신경병은 엄격한 혈당 조절과 고지질혈증 등 동맥경화 위험인자들을 조절한다. 이밖에 내과적인 대사질환이 있으면 이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비타민 결핍 신경병이면 비타민을 보충한다. 길랭바레증후군이나 만성염증탈수초다발신경병과 같은 면역이상 염증다발신경병은 면역글로불린이나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운동감각이상을 개선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말초신경병으로 인한 손발저림이나 신경성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만성화돼 약물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며 “효과가 감소하기 전인 발병 초기에 약물을 투여해 통증이 심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 속 말초신경병 예방법 … 금연‧금주는 기본
말초신경은 한 번 손상되면 이후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평소에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말초신경에 독이 되는 술과 담배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컴퓨터작업이나 손빨래 등으로 손목을 과다하게 자주 사용하는 사람에서 흔히 발생한다. 습관적인 손목 꺾임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며 손목 스트레칭이나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해서 손목을 지나는 힘줄을 스트레칭 해주는 게 좋다. 종아리신경병은 다리를 꼬고 앉거나 무릎 꿇기, 오랫동안 쪼그려 앉기 등이 종아리뼈 머리 위를 지나는 종아리신경이 눌려서 생길 수 있으므로 이러한 자세는 가능하면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