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습한 여름은 무좀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무좀은 매우 흔한 질환이지만 더럽다는 편견과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에 제때 치료하지 않거나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잘못된 민간요법에 의지해 병을 더 키우기도 한다. 무좀은 전염성 질환으로 주변에도 피해를 줄 수 있어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적절한 치료를 해야한다. 무좀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알아본다.
1. 무좀은 여름에만 생긴다?
무좀은 여름에 특히 괴로운 질병이다. 고온 다습한 날씨가 무좀균을 활성화시키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좀이 여름철 질환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무좀균은 특유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사계절 내내 환자를 괴롭힌다. 때문에 치료 역시 계절에 상관없이 꾸준히 해야 한다.
겨울에도 두꺼운 부츠, 양말, 장갑 등 방한용품을 장시간 착용하면 통풍이 되지 않고 습기가 차기 쉬워 무좀을 유발할 수 있다. 부츠는 세탁이 쉽지 않기 때문에 세균에 더 취약하다. 무좀을 남성의 전유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손발톱무좀은 남녀 환자 비율이 비슷하다. 이는 여성이 땀이 차기 쉬운 하이힐, 부츠, 스타킹 등을 자주 착용하기 때문이다.
이무형 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여성 사이에 유행하는 레인부츠는 무좀을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한겨울에도 오랜 시간 스타킹에 방한부츠를 신고 있으면 문제가 되므로 자주 통풍을 시켜주는 데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2. 무좀은 발에만 생긴다?
무좀이라고 하면 발에 생기는 질환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발무좀이 가장 흔한 것은 사실이나 무좀을 일으키는 진균(곰팡이)은 발 외에도 손발톱, 몸통, 두피, 얼굴 등 온몸에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3. 무좀은 지저분해서 생기는 것이다?
무좀은 전염성 질환이므로 개인 위생을 깨끗이 해도 걸릴 수 있다. 수영장이나 공중목욕탕에서 맨발로 돌아다니고 다른 사람과 같이 물 속에 있으면서 무좀 환자의 발에서 떨어진 인설을 통해 감염되기도 한다. 때문에 가족 중 무좀이나 손발톱 무좀 환자가 있다면 발수건과 슬리퍼를 따로 쓰는 게 좋다.
4. 무좀 걸린 발을 식초에 담그면 낫는다?
살균작용이 있다고 알려진 빙초산에 정장제인 ‘정로환’을 진하게 타서 무좀에 걸린 발을 담그면 금세 낫는다는 민간요법이 있다. 실제로 이런 요법으로 효과를 보는 사람도 상당수다. 정로환의 주성분인 크레오소트(Creosote)는 나무를 건류해서 추출한 목초액에 든 살균·진통 성분으로 효과를 낼 개연성이 그렇다. 하지만 효과의 개인차가 크고, 경우에 따라서는 화학적 화상을 입거나 2차 감염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오히려 각질층이 벗겨지고 건조함과 가려움증만 심해질 위험도 있다. 이미 조직 내 침투한 진균은 표면만 소독해서 개선되지 않는다. 더구나 손발톱무좀은 면역세포가 활동할 수 없는 손발톱에 기생하므로 효과를 보기 더욱 어렵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민간요법을 따르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5. 보기 싫은 손발톱무좀은 매니큐어를 칠해 가리면 된다?
손발톱무좀은 표면이 울퉁불퉁해지고, 노란색이나 갈색으로 변색돼 보기에도 좋지 않아 매니큐어를 발라 이를 감추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치료법이 아닐 뿐더라 건조증을 유발해 2차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료 중이라면 치료 경과를 확인이 불가능하고 매니큐어와 손발톱 사이에 수분이 저류할 수 있다. 치료 중에 매니큐어는 삼가고, 손발톱을 자주 깎아주는 게 좋다.
6. 증상이 사라지면 치료를 중단한다?
무좀 치료에 쓰는 약물은 크게 먹는 약과 바르는 약으로 나뉜다. 발무좀이나 피부 무좀 등은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1주일 정도만 약을 발라도 호전되기도 한다. 하지만 피부에 사는 진균을 완전히 박멸하려면 적어도 4~6주 정도는 항진균제를 발라야 한다.
손발톱무좀균은 딱딱한 손톱과 발톱을 파고 들어가 살기 때문에 피부 각질에 기생하는 일반 무좀에 비해 치료가 더 힘들다. 그런데 독한 경구제를 복용하면, 특히 간염을 앓고 있거나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간 독성을 입기 쉽다. 1980~1990년대에 약물에 의한 간독성에 의한 전격성간염으로 사망한 사례가 종종 있었다. 반대로 증상이 조금 호전됐다고 약을 임의로 중단하면 재발하기 쉽다. 육안으로 손발톱무좀이 다 사라진 것 같아 보여도 환자의 25~40%는 1년 안에 재발을 경험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먹는 약은 간상태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동아에스티의 손발톱무좀 치료제 ‘주블리아외용액’은 72주 치료기간 동안 중등도 환자와 중증 환자의 완전 치료율은 각각 34.5%, 25%, 진균학적 치료율은 각각 66.9%, 52.5%로 나타났다. 먹는 약이 아닌 바르는 타입이어서 간기능 이상 사례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7. 무좀의 증상은 가려움증이다?
가려움증은 가장 흔한 무좀 증상이지만 반드시 동반되는 것은 아니다. ‘발 백선’으로도 불리는 무좀은 피부 표면에서 각질을 영양분으로 기생하는 피부사상균이 감염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처음엔 발가락 사이 피부가 짓무르고 습기에 불어 허옇게 되거나 갈라지며 각질이 벗겨지기도 한다. 땀이 많이 나면 불쾌한 발냄새가 나면서 가려움증을 유발하게 된다. 그러나 무좀균이 손·발톱 사이 공간으로 들어가는 손발톱무좀은 이같은 가려움, 출혈, 통증이 없다. 손·발톱이 점차 두꺼워지면서 색이 황갈색으로 변하거나 갈라지는 등 외형적 변화만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