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우울증에서 약물치료와 함께 비약물치료를 꾸준히 병행한 결과, 30% 이상 우울증 증상이 좋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손상준·홍창형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노현웅 임상강사, 박범희 의료정보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 중인 평균 나이 70세의 노인 8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을 25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연구 대상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은 12주 동안 신체운동·영양관리·사회활동·정서관리 동시 치료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다른 한 그룹은 기존 지역사회에서 수행하던 사례관리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12주후 두 그룹간 치료효과를 확인한 결과, 신체운동·영양관리·사회활동·정서관리 동시 치료프로그램을 실시한 그룹에서 우울증 증상이 30% 이상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이는 사례관리 프로그램을 실시했던 다른 그룹에 비해 약 2배 이상 되는 회복효과이다.
치료 전·후 뇌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검사를 실시한 결과, 신체운동·영양관리·사회활동·정서관리 동시 치료프로그램 시행 그룹에서 우울증 관련 뇌 변화도 회복돼 실질적인 치료효과가 검증됐다. 우울증이 심할 때 과활성화 되는 것으로 알려진 ‘뇌 연결성(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이 치료프로그램 수행 후 정상화된 것이다.
연구팀이 발표한 비약물치료는 어렵지 않았다. 일주일에 3번 이상 운동하기, 우울증에 좋은 지중해식 식단 섭취하기, 일주일에 1번 이상 지인 만나기, 정서관리 방법 익히기 등 조금만 신경쓰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천사항이었다. 연구팀은 어르신들이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참여할 때마다 ‘금메달’을 붙이는 방법으로 꾸준히 동기를 강화했다. 연구팀은 비약물치료 프로그램을 ‘금메달 사례관리 프로그램’으로 불렀다.
연구팀은 10년 전 개발한 ‘금메달 사례관리 프로그램’을 수원시 노인정신건강복지센터와 함께 수원시 거주 노인들에게 수행하고 있다. 이는 우울증뿐 아니라 치매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도 개발되었으며,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전국으로 보급됐다.
노현웅 임상강사는 “약물치료와 함께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비약물치료 실천사항이 노인 우울증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게 인지검사와 fMRI 검사로 확인됐다”며 “고령화 시대 은퇴 후 남은 삶이 점차 길어질 것을 고려하여 본다면 이번 연구는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의 삶을 위한 중요한 가이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상준 교수는 “어르신들에게 비약물치료를 권하면 2~3주 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데 금메달 사례관리 프로그램은 성취감을 극대화해 프로그램 순응도가 매우 높았고, 결과적으로 우울증 관련 뇌 변화의 회복까지 확인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2월 세계기분장애학회 공식 학회지, 정서장애 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Impact Factor 4.1)에 ‘12주 우울증 비약물치료 프로그램 금메달 사례관리 효과 입증에 관한 연구'(A 12-week multidomain intervention for late-life depression : a community-based randomized controlled trial)란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