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의대 4학년 박주얼 학생이 독자적으로 연구한 코로나19 관련 논문 2편이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박 군의 개인적이고 단순한 호기심에서 기인했다. 지하철이 없는 스리랑카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박 군은 한국의 지하철이 도시 발전의 상징과 같다고 생각했으며 각 역마다 나름의 특징과 이야기가 있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마침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학사 일정이 미뤄져 3주간 방학이 생기자 국내 사회적 거리두기가 얼마나 실천되고 있는지 지하철 통계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했다.
이번 연구는 서울 지하철 사용량을 추적해 지난 1~3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얼마나 실천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노인 등 고위험군이나 직장인 같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어려운 집단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하철역을 사용 연령에 따라 노년 대 청중장년(Old vs Young) 역, 사용 목적에 따라 직장 대 여가(Work vs Leisure) 역으로 구분했다.
연구 결과 지난 2월 20일 대구 집단감염이 처음으로 보고된 뒤 전체 지하철 사용량은 기존 사용량 대비 40.6% 감소했지만 3월 10일 구로콜센터 감염, 3월 22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 이후에는 1.4%, 2.3%로 소폭 증가했다. 노년역과 청중장년역의 감소폭 차이는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직장역은 여가역에 비해 감소폭이 적었다.
이로써 3월 중순부터는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점점 약해지면서 직장인이 비교적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확인했다. 이 연구결과는 온라인 국제학술지 ‘Cureus Journal of Medical Science’에 ‘코로나19에 대한 서울 지하철 승객 수 변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의의(원제: Changes in Subway Ridership in Response to COVID-19 in Seoul, South Korea: Implications for Social Distancing)’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박 군은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5월 예정이었던 미국 해외임상실습이 취소되면서 미국으로 진출하고 싶어 하는 전세계 의대생과 졸업생들의 상황을 정리하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또 다른 논문을 작성했다.
전세계에서 매년 약 7000명의 비(非) 시민권자 의대 졸업생이 미국 전공의 프로그램에 지원하는데 코로나19가 걸림돌이 돼 졸업생뿐 아니라 미국 의료인 인력 공급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박 군은 같은 학교 전공의 졸업생 임혜창 군과 함께 코로나19가 미국 전공의 지원과정에서 취약한 부분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이를 개선할 방안을 제안했다. 연구 결과는 ‘한국의학교육학회지(Korean Journal of Medical Education)’에 ‘코로나19가 전세계 의대 졸업생들의 미국 전공의 프로그램 지원에 끼칠 영향(Consequences of COVID-19 on international medical graduates and students applying to residencies in the United States)’로 게재됐다.
박 군은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코로나19 최신 정보 유튜브 실시간 방송을 꾸준히 시청한 게 큰 도움이 됐다”며 “적극적으로 지도해주신 교수님과 학생들이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장려해 준 학교 측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