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료진이 개흉수술이 어려운 고령의 승모판역류증 환자에서 마이트라클립(Mitraclip)을 사용한 경피적 경도관 승모판 재건술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장기육‧정우백‧황병희 순환기내과 교수로 이뤄진 구조심질환 중재시술팀이 지난 6일 개흉수술의 고 위험군인 고령의 승모판역류증 환자에게 마이트라클립(Mitraclip)을 사용한 경피적 경도관 승모판 재건술(Percutaneous Transcatheter Mitral Valve Repair with Clip, 이하 마이트라클립 시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11일 밝혔다.
마이트라클립 시술은 중증 승모판 역류증 환자에서 가슴을 열지 않고 혈관을 이용하여 하는 시술이다. 먼저 도관을 대퇴정맥을 통해 도입한 후 좌심방에 위치시키고, 이를 통해 클립설치용 특수 카테터를 고장난 승모판 부위에 접근시킨다. 이후 3D 경식도 심초음파 유도하에 고장이 난 승모판막 부위의 전엽과 후엽 승모판막을 1~2개의 클립으로 고정하여 접합시키는데, 클립이 장착되면 판막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생기는 틈을 막아주어 시술 즉시 혈액 역류가 거의 사라지게 된다.
시술을 받은 87세 남성 환자는 지난 12월 호흡곤란증세를 보여 병원을 찾았다가 중증 승모판 역류증(severe MR) 진단을 받았다. 몇 년 전에는 중등도 역류증(moderate MR) 소견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중증으로 발전하였다. 고혈압과 만성신장질환으로 장기간 약물 치료를 받아 왔으며,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받기도 했다. 고령의 나이와 기존 질환 및 수술 이력으로 수술의 위험성이 컸다.
순환기내과 구조심질환 중재시술팀은 환자가 보다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마이트라클립 시술을 진행하였고, 환자는 성공적으로 시술을 마치고 회복하여 퇴원했다.
심장은 2개의 심방과 2개의 심실, 그리고 이를 연결해주어 혈액이 한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4개의 판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승모판 역류증은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위치한 승모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혈액이 역류하는 증상으로, 심장과 폐에 부담을 주어 호흡곤란‧심실비대‧심부전 및 기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고령화로 인해 퇴행성 판막질환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어 이들을 위한 치료법 마련이 시급했다.
승모판 역류증의 치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데 기존에는 약물 치료나 수술적 승모 판막 치환술 또는 성형술 등 외과적 치료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고령이거나 다른 질환을 동반한 환자 등 수술 고위험군 환자들은 개흉 수술에 대한 위험도가 높아 한계가 있었으나, 카테터를 이용한 경피적 시술은 고위험군 환자에게 또 하나의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약 10만건 이상의 마이트라클립 시술이 시행되고 있다. 2006년 미국에서 발표된 ‘심장 판막 질환의 질병 부담-인구 기반 연구(Burden of valvular heart diseases: a population-based study)’에 따르면, 75세 이상 성인 10명 중 1명에게 승모판 역류증이 발견되었다고 보고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2017년 신의료기술로 승인받아 시술이 가능해졌으나, 국내 시술 사례가 존재하지 않았다.
장기육 교수는 “심뇌혈관병원 TAVI팀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마이트라클립 시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며 “수술이 어려운 고령 환자들을 위해 마이트라클립 시술 같은 대안적 치료법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