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햇빛은 피부와 기분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만 강렬한 햇빛에 노출되면 피부는 노화되기 시작한다. 자외선은 진피층까지 침투해 피부 탄력에 영향을 주는 엘라스틴과 콜라겐을 파괴하고 피부 색깔을 결정짓는 멜라닌 색소를 증가시킨다. 멜라닌 색소가 많을수록 피부는 진한 갈색을 띤다. 그 결과 탄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얼굴이나 목에 색소가 침착된 반점을 만든다. 피부결을 거칠게 만들고, 혈관종을 두드러지게도 하며 최악의 경우 피부암까지 유발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피부암으로 진료 받은 인원은 2015년 1만7455명에서 2017년 2만1187명으로 2년 사이에 약 21.4% 증가했다
이런 자외선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크림’이라 불리는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사람이 많아졌다. 야외활동에 자외선차단제는 꼭 챙겨야 할 필수품이 됐다. 동안 열풍에 힘입어 피부 노화 예방이 중시되고 있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자외선 차단을 게을리해 피부 노화에는 가속도가 붙는 것은 억울할 일이다. 피부 건강을 지키기 위한 첫 걸음, 올바른 자외선차단제 사용법을 알아본다.
1. 마스크 착용할 땐 자외선차단제 바를 필요가 없다?
신종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어차피 마스크로 얼굴 대부분을 가리게 되므로 평소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났다. 자연스레 자외전차단제를 바르는 단계도 생략하기 쉽다. 하지만 보건용 마스크는 미세먼지와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부직포 원단으로 제작돼 자외선 차단 기능은 떨어진다. 마스크로 자외선을 차단하려면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원사로 만든 마스크를 써야 한다. 햇빛이 강한 날에는 마스크를 쓰더라도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게 권장된다.
2. 화학적 자외선 차단제는 물리적 차단제보다 해롭다?
자외선차단제는 성분에 따라 물리적 차단제와 화학적 차단제로 구분되며 어떤 게 피부에 더 좋거나 나쁘나고 단정할 수 없다. 성분과 차단 원리에 따른 특징과 장단점이 뚜렷하므로 자신의 피부에 적합한 제품을 고르는 게 더 중요하다.
물리적 차단제는 징크옥사이드(Zinc Oxide)와 티타늄디옥사이드(Titanium Dioxide)과 같은 무기물질을 이용해 자외선을 산란시켜 차단한다. 물리적 차단제가 순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피부에 흡수되지 않으므로 접촉성 피부염 등 부작용이 적기 때문이다. 때문에 피부가 연약한 아이,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람에게 권장된다. 필링이나 박피 등 시술 후 피부가 예민해진 경우에도 추천된다. 자외선뿐 아니라 가시광선까지 차단해준다. 화학적 자외선차단제와 달리 바른 직후부터 자외선을 막아준다. 피부에 오래 남아있어 유지력도 좋다.
하지만 피부에 발랐을 때 뻑뻑하고 두껍게 발리며 백탁 현상이 나타나 사용감이 좋지 않은 게 단점이다. 특히 메이크업을 하는 경우 자외선차단제를 바른 위에 파운데이션 등 제품을 덧발라야 하므로 기초단계부터 두껍게 발리는 물리적 차단제는 깔끔한 피부 표현에는 부적합하다. 유지력이 좋은 장점은 화장이 잘 지워지지 않아 단점이 된다. 꼼꼼히 클렌징하지 않으면 모공이 막히고 트러블을 유발해 오히려 피부에 해로울 수 있다.
화학적 차단제는 옥시벤존(Oxybenzone), 아보벤존(Avobenzone) 등 성분을 함유하며 이들 유기 성분이 자외선을 흡수해 열에너지로 전환시켜 피부를 보호한다. 로션, 겔 타입 등 여러 제형이 있다. 사용감이 가볍고 하얗게 들뜨지도 않아 끈적임을 싫어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바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흡수된 열에너지가 피부로 전달되므로 아토피피부염 등 민감한 피부에는 접촉성 피부염 등 자극과 트러블을 초래한다.
화학적 차단제 성분이 충분한 효과를 나타내려면 자외선에 노출되기 30분 전에 발라야 한다. 대부분 자외선 차단제를 외출 전 바르라고 하는 것도 화학적 차단제를 사용한다면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3. 흐린 날에는 자외선 차단제가 필요하지 않다?
자외선은 날씨와 관계없이 늘 존재한다. 구름이 잔뜩 끼거나 비가 오는 날에도 피부는 자외선에 노출될 수 있다. 게다가 구름은 자외선을 반사시켜 피부를 더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흐린 날에도 방심은 금물이다. 외출 시에는 물론이고 실내에서도 자외선차단제를 발라야한다. UVA는 파장이 길어 창도 뚫고 들어와 피부에 영향을 준다.
4. 자외선차단제가 비타민D 생성을 막는다?
비타민D는 신체가 햇볕을 받아 만들어지는 영양소다. 이 때문에 자외선차단제가 비타민D 생성을 방해, 비타민D 결핍과 이로 인한 골감소증 또는 골다공증을 유발한다는 견해가 널리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하루종일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있어도 자외선을 100% 차단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영국킹스칼리지런던(King's College London, KCL) 피부병연구소는 지난해 선크림을 권장량 이상으로 두껍게 바른 그룹에서도 비타민D 함량이 충분히 높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얼굴은 전체 신체 표면의 9%밖에 안 되기 때문에 차단제를 바른다고 비타민D 생성량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결론이었다.
긴 옷을 입어도 일부 자외선이 섬유 사이로 들어오면서 비타민 D가 생성된다. 일광욕으로 비타민D를 만들 때는 자외선차단제 유무보다 야외활동을 얼마나 오래 했는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비타민D 결핍을 우려해 자외선차단제를 기피할 것까지는 없다.
5. 자외선 차단 지수가 높을수록 좋다?
일상용으로는 SPF30 이상, PA+이상이면 충분하다. SPF(Sun Protection Factor)는 자외선 중 UVB 광선을 막는 정도를 표시한다. 흔히 말하는 자외선차단지수는 SPF를 말하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식에 따라 계산된다. 예를 들면 자외선 양이 1일 때 SPF15 차단제를 바르면 피부에 닿는 햇빛의 양이 15분의 1로, SPF 50인 차단제를 바르면 50분의 1로 줄어드는 셈이다.
PA(Protection Factor of UVA)는 UVA 광선을 막는 정도를 표시한 것이다. 숫자가 아니라 옆에 붙는 ‘+’표시로 세기를 알 수 있다. 해롭기는 마찬가지이지만 UVA는 ’노화 광선’이라 불릴 정도로 피부 노화와 주름살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파장이 상대적으로 길어 피부 깊숙이 침투하기 때문이다. UVB는 피부홍반을 유발하며 선탠과 관련 있고, 피부암 발생을 높인다. 다만 피부암 중 가장 악성인 흑색종은 UVA에 의해 유발되는 측면이 강하다.
실내에선 SPF 15 정도면 충분하지만, 야외활동 시에는 SPF 30 이상의 제품을 사용한다. 등산이나 수영 등 장시간 강한 햇빛에 노출된다면 SPF 50 이상, PA+++이상의 제품을 선택한다.
6. 방수 자외선 차단제는 덧바르지 않아도 된다?
방수 자외선차단제는 땀과 물에 강하지만 완벽하게 방수되는 것은 아니다. 땀을 흘리거나 물이 묻은 뒤 몸을 닦으면 지워진다. 때문에 야외 수영장에서 물 밖으로 나올 때 물기를 닦았다면 자외선차단제를 다시 발라야 한다. 땀을 흘리며 야외활동을 하는 경우에도 2~3시간마다 덧바르는 게 좋다.
피부는 자외선에 노출되면 요산을 만들어 낸다. 피부 보호 역할을 하는 요산은 피부가 물기 없이 말라 있고 햇빛에 적당히 노출될 때만 효과적으로 햇빛을 차단한다. 물 속에 자주 들어가면 요산이 씻겨나가 피부 보호 기능은 사라진다. 물과 가까이 지낼수록 자외선차단제를 꾸준히 덧발라야 하는 이유다.
7. 가을에는 자외선 차단제가 필요 없다?
여름 내내 강렬한 햇살에 단련된 피부는 가을 자외선에 상대적으로 잘 견뎌낼 확률이 높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가을철 자외선은 여름 못잖게 강해 지속적으로 피부에 자극을 준다. 가을에는 상대적으로 파장이 짧은 자외선B의 영향력이 줄긴 하지만 에서는 자외선A는 계절에 상관 없이 진피층까지 침투한다. 일교차까지 커져서 피부는 약해지고 자외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가을에도 자외선은 안심할 수 없다.
8. 지난 여름 사용하고 남은 제품 다시 사용해도 될까?
자외선차단제의 유통기한은 보통 제조일로부터 30개월, 개봉일로부터 12개월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적으로 효능이 떨어진다. 빛이나 열로 인해 선크림이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가급적 최근 생산된 제품을 쓰되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면 효과는 다소 저하돼도 일정한 차단효과를 보기에는 부족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