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화알류미늄, 수분 접촉 시 염산 생성해 피부 자극 유발 … 사용 전 환부 완전 건조 필요
5월 5일은 어린이날이자 여름의 시작이라는 ‘입하(立夏)’이기도 하다. 신종 코로나로 위축됐지만 곧 다가올 여름 해변이나 워터파크 등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설레는 상상을 해봄직한 계절이다. 반면 다가오는 여름이 마냥 반갑지 않은 이들도 있다.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땀을 흘리는 다한증 환자다. 한여름도 아닌데 벌써 땀 분비가 활발한 겨드랑이 부분을 중심으로 티셔츠가 흠뻑 젖어 난감하다.
지난 1월 다한증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뇌졸중 1.24배, 허혈성 심장질환 1.16배, 기타 심장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1.22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성수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다한증은 생활이 약간 불편할 뿐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겨 치료를 미룰 때가 많지만 교감신경 항진 등 몸의 이상을 알려주는 신호일 수 있어 가급적 빨리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땀이 나는 것은 정상적인 생리현상으로 체온유지에 매우 중요하며, 땀샘은 자율신경인 교감신경에 의해 조절된다. 대뇌 시상하부가 온도나 스트레스 등의 자극을 받아 교감신경으로 신호를 보내면, 땀샘에서 땀을 분비한다.
땀샘은 크게 에크린(Eccrine)·아포크린(Apocrine)·아포에크린(Apo-Eccrine)으로 분류된다. 에크린선은 맑은 땀을 내보내며, 아포크린선은 피지선과 연결돼 있으며 모낭으로 끈적거리는 땀을 배출한다. 겨드랑이와 회음부에 냄새를 유발한다. 아포에크린선은 아포크린 및 에크린 기능을 둘 다 갖고 있으며 겨드랑이 다한증에 국소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에크린 땀샘은 땀 증발을 통해 체온을 조절한다. 몸 전체에 분포하지만 손바닥, 발바닥에 가장 많다. 겨드랑이에도 다량 분포한다. 열 자극이나 온도 상승으로 인해 얼굴, 가슴 등에 땀이 분비되지만 손바닥과 발바닥의 땀 분비는 감정적 스트레스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체온 조절을 위한 땀 분비는 시간에 관계없이 나타나지만 감정적 스트레스로 인한 땀은 수면 중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다한증은 자율신경에 문제가 생겨 에크린 땀샘의 신경전달이 과민하게 반응해 평소보다 많은 땀이 분비되는 것이다. 다한증이 유발하는 합병증은 대부분 의학적으로 심각하지 않은 편이다. 다만 심한 경우 사회생활에 지장을 줘 대인기피증 및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여름은 이제 시작인데 ‘겨터파크’가 이미 오래 전 개장한 상태라면 다한증 치료제를 사용하는 게 좋다.
다한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원발성(일차성) 다한증과 선행 질환이나 약물에 의한 속발성(이차성) 다한증으로 구분된다. 일차성 다한증은 손·발·머리·겨드랑이 등 특정 부위에 국소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이차성 다한증은 결핵, 당뇨병, 갑상선기능항진증, 울혈성 심장질환 등 대사성 질환에 의한 게 흔하며 주로 전신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원발성 다한증인 경우 1차치료제로 발한억제제(antiperspirant)를 사용한다. 발한억제제로는 일반의약품에 속하는 염화알루미늄(Aluminium Chloride)과 글리코피롤레이트(glycopyrrolate)가 주로 쓰인다. 염화알루미늄은 겨드랑이·손·발에 사용하고, 글리코피롤레이트는 안면에 사용한다.
이들 약물은 여름철 자주 사용하는 데오도란트와는 다르다. 데오도란트는 액취증에 사용하는 것으로 세균이 배출된 땀을 분해하면서 생기는 냄새를 제거한다. 액취증은 땀샘 중 모낭과 연결돼 지방성 땀을 배출하는 아포크린선이 과다 혹은 이상분비되는 것이다. 땀샘에서 분비된 땀이 피부의 각질층을 약하게 만들고 세균에 감염돼 일명 ‘암내’를 유발한다. 반면 발한억제제는 냄새가 아닌 땀 분비를 억제하는데 초점을 맞춘 치료제다.
염화알루미늄, 막 형성해 물리적으로 땀 분비 억제
염화알루미늄을 환부에 도포하면 주성분인 알루미늄염이 피부의 점액 다당류와 복합체를 형성한다. 젤리 형태의 막이 에크린 땀샘을 막아 땀 분비를 물리적으로 억제하게 된다. 개인차가 있지만 알루미늄 염의 수렴작용으로 땀구멍을 약간 수축시키는 효과도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드리클로액’, 신신제약 ‘노스엣액’, 현대약품 ‘디스웨트외용액’ 등이 대표적이다.
액체 형태의 약물을 1일 1회 자기 전 환부에 적당량 바른 후 다음날 아침 물로 씻어낸다. 증상이 멈출 때까지는 매일 밤 한 번씩 사용하고, 호전되면 일주일에 1~2회로 줄인다.
염화알루미늄은 물과 만나면 염산을 생성해 피부를 따갑게 할 수 있으므로 수분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약을 바르지 않도록 주의한다. 자극을 줄이기 위해 땀 분비가 가장 적은 자기 전에 바르고, 6~8시간이 지난 다음날 아침 씻어내도록 한다. 권장량보다 자주 사용하면 발적, 낙설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약을 바르고 자극이 심하면 습윤제나 강도가 낮은 스테로이드제 연고·크림을 바른다. 이 약에는 상당량의 에탄올이 함유돼 있어 과량 투여 시 전신으로 흡수될 수 있다. 약을 바르고 한번 씻어내기 전까지는 의복, 귀금속 및 광택을 낸 금속 표면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피해야 한다. 12시간 이내에 면도나 제모를 한 환부에는 사용하지 않으며 눈·코·입 등 점막에도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글리코피롤레이트, 땀 분비 촉진하는 아세틸콜린 활성 억제
땀 분비는 교감신경의 지배를 받으며, 땀샘으로 가는 교감신경 절후섬유의 말단에서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이 매개 역할을 해 분비를 촉진한다. 항콜린제인 글리코피롤레이트(glycopyrrolate)는 이런 아세틸콜린 활성을 가역적으로 억제해 땀 분비를 막는다. 퍼슨의 ‘스웨트롤패드액’(성분명 글리코피롤레이트)이 대표적이다.
글리코피롤레이트는 성인에게만 사용이 허가돼 있으며, 1일 1회 1매를 눈·코·입을 제외한 안면 환부에 가볍게 5회 정도 문지른다. 환부를 깨끗이 씻고 건조시킨 다음 사용하며 적용 후 4시간 이내에는 환부를 씻지 않는다. 항콜린작용에 의한 입마름증, 산동(散瞳)으로 인한 시야혼탁과 어지러움, 두통, 발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적용 부위에 자극감이나 피부발진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벗겨지거나 손상된 피부 또는 최근 면도한 부위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콘택트렌즈를 먼저 착용하고 난 후 약을 사용하거나, 약을 바르고 난 뒤 손을 깨끗이 씻고 렌즈를 넣는 게 이상적이다.
먹는 약 부작용 많아 주의해야 …항콜린제·벤조디아제핀제 등
알약 형태의 경구제도 있다. 항콜린제, 클로니딘(clonidine), 베타-차단제(β-blocker), 벤조디아제핀제(benzodiazepine) 등 다양한 약물이 다한증 치료에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으나 전신흡수제제의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속적으로 복용하지 않는다.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원발성 다한증에는 국소 외용제를 1차적으로 사용한다.
경구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약제는 항콜린성 약물로 국소 외용제에 비해 전신 다한증에 많이 사용되며 대표적으로 글리코피롤레이트, 옥시부틴(Oxybutinin), 벤즈트로핀(Benztropine) 등이 있다. 항콜린제 부작용으로는 입마름이 가장 흔하며 시야흐림, 두통, 요저류도 적잖다. 특히 중증 근무력증이나 마비성 장폐쇄, 위 유문 협착이 있는 경우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 폐쇄각 녹내장, 위식도 역류병, 심부전 환자도 복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이밖에 베타-차단제, 벤조디아제핀제는 감정적인 자극을 완화해 과도한 땀 분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증상이 극심해 약물치료로 개선되는 정도가 미약하다면 의사의 판단 아래 교감신경절제술, 보툴리눔톡신 주사를 통해 다한증을 개선한다. 최근엔 효과 지속기간이 짧긴 하지만 부작용이 거의 없는 보툴리눔톡신 시술을 많이 받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