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성 상심실성 빈맥(PSVT; Paroxysmal Supraventricular Tachycardia)’은 심장 내에 있는 방실결절이나 심방과 심실 사이에 비정상적인 전도로(pathway, 일종의 전기회로)가 존재해 발생하는 빈맥을 말한다. 정상적으로 심방과 심실 사이에는 방실결절을 통해서만 전기가 전도되고 방실결절 안에는 한 개의 전도로만 존재한다. 방실결절에 전도로가 두 개 이상 존재하거나, 방실결절이 아닌 심방과 심실 사이를 직접 연결하는 부전도로(accessory pathway)가 존재하면 이를 통해 전기가 잘못 전달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가슴이 아주 빠르고 규칙적이며 세차게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PSVT)’이라고 한다.
빈맥(tachycardia, 頻脈)은 맥박의 횟수가 정상보다 빨라 빠른 맥이라고도 부른다. 갑자기 발생했다가 없어지는 ‘발작적’, 심실의 위쪽에서 발생하는 ‘상심실성’ 특징이 있다. 위험한 부정맥인 심실빈맥과 구별된다.
PSVT에는 ‘방실결절 회귀성 빈맥’, ‘방실 회귀성 빈맥’, ‘WPW 증후군’이 있다. 방실결절이 아닌 심방과 심실 사이에 있는 부가적인 전도로를 통해 전도가 이뤄지는 경우 ‘조기흥분 심전도’라 부르는 심전도상 특징적인 모습을 나타난다. 이런 환자에서 발생하는 빈맥을 WPW 증후군이라고 한다. PSVT는 대부분 돌연사로 이어지지 않지만, WPW 증후군의 경우에는 드물게 심정지 등의 사망에 이르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김선화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PSVT는 보통 급성심장사로 이어지지는 않아 증상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치료의 목적다”며 “하지만 매우 드물게 WPW 증후군 환자에서 PSVT가 심방세동과 심실세동으로 발전해 심정지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WPW 증후군의 경우에는 반드시 심장내과 부정맥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PSVT의 주요 증상은 발생하는 규칙적이고 매우 빠른 빈맥이다. 이로 인해 가슴 답답함, 호흡곤란, 식은땀, 어지러움 등을 동반한 심한 두근거림이 짧게는 수십 초에서 길게는 수 시간 지속되다 갑자기 멈춘다. 발생빈도는 1년에 한두 번에서, 때로는 수년에 한 번씩 발생해 병원을 찾을 때는 이미 빈도수가 많아진 경우가 많다. 반성에 비해 여성의 발생빈도가 2배정도 높다.
PSVT는 인구 1000명당 2~3명에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부정맥이다. 심장에 특별한 이상이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어느 연령대에도 발생할 수 있지만, 첫 증상은 12세에서 30세 사이에 주로 나타난다. 심정지를 일으킬 수 있는 조기흥분 심전도의 빈도는 1000명당 1~3명으로 이들 중 일부에서만 WPW 증후군이 동반된다.
PSVT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증상이 발생했을 때 가까운 응급실이나 내과의원을 찾아 심전도 검사를 하는 게 좋다. 하지만 증상의 지속시간이 짧아 때맞춰 병원에 방문하기 어렵다면 24시간 홍터 검사나 운동부하 심전도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검사들 또한 검사 중 증상이 발생했을 때만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PSVT가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사건기록 심전도를 휴대하고 있다가 증상이 발생했을 때 자가로 검사해 병원에 제출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방법이 고려될 수 있다. PSVT가 의심되지만 심전도로 확인이 되지 않았거나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을 계획하고 있다면 전기생리학적 검사를 시행하면 빈맥을 유도해 확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빈맥의 발생 기전도 정확히 알 수 있다.
갑자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응급치료로 미주신경(vagus nerve)을 자극하는 방법이 있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처럼 숨을 힘껏 들이쉰 상태로 수초 간 멈추거나 얼굴에 찬물을 끼얹는 방법, 경동맥동(carotid sinus)을 수초 간 압박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증상이 발생된 직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시간이 지나 교감신경이 자극된 후에는 효과가 없다. 또 증상이 잦아지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증상이 자주 발생하는 경우에는 약물을 휴대하고 있다가 증상이 발현됐을 때 복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약물치료는 약효가 있을 때만 효과가 나타났다가 다시 재발하기 때문에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보다 근본적인 방법으로는 수술치료인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이 있다. 심장 내에 전극도자를 넣어 빈맥의 원인이 되는 비정상적인 전도로를 찾아 고주파를 이용해 병소를 완전히 제거하는 시술이다. 시술 시간이 1시간 정도로 짧고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95%에서 완치가 가능하다.
김선화 교수는 “증상의 빈도가 수년에 한두 번이라면 미주신경을 자극하는 방법 혹은 약물치료로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겠지만 더 자주 발생하거나 환자의 불편감이 심하면 비정상적인 전도로를 전극도자 절제술을 시행해야 한다”며 “특히 WPW 증후군이 있는 환자는 심정지의 원인이 되는 심각한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전극도자 절제술을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정상적인 전도로가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PSVT 빈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피로, 과로, 음주, 정신적 스트레스, 과다한 카페인 섭취 등과 같이 교감신경의 활성을 증대시키는 환경을 피해야 발생빈도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