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엔 땀과 피지 분비가 늘어 여드름이 생기기 쉽다. 여기에 건조한 날씨와 자외선 등 요인이 겹쳐 여드름이 악화되고 치료도 어려워진다. 여드름은 피지가 피지선에 뭉쳐서 생기는 것으로 잘못 짜거나 화농이 심해 터지면 피부가 함몰되면서 흉터를 남기게 된다.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은 “여드름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얼굴에 흉터가 심하게 남아 남들과 만나는 데 부담을 느끼고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며 “증상이 심하면 피부과 전문의 진단 후 먹는 약이나 바르는 약을 처방받아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여드름 치료제는 크게 외용제와 경구제로 나눌 수 있으며 커다란 염증성 여드름에는 스테로이드 주사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외용제로는 레티노이드(retinoids), 항생제, 과산화벤조일(benzoyl peroxide) 등이 있다. 경구제로는 이소트레티노인(isotretinoin), 항생제, 호르몬치료제(경구피임약) 등이 쓰인다. 치료에는 2~3가지의 외용제를 동시에 바르거나, 외용제와 경구제를 병용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국소요법엔 레티노이드·항생제·각질용해제 … 피부 자극 주의
바르는 약은 경증 혹은 중등도 여드름에 주로 사용된다. 도포 부위에 건조해지거나 각질이 일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레티노이드는 합성 비타민A 유도체로 여드름 예방과 항염증 효과가 있다. 피지 분비를 조절할 뿐만 아니라 과다한 피지 분비로 인해 이상 증식된 각질을 개선해 면포와 염증성 병변을 줄여준다.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다른 치료제와 함께 사용할 수 있다. 도포 부위에 나타나는 작열감, 가려움, 건조감 등 부작용에 주의해야 한다.
트레티노인(tretinoin), 아다팔렌(adapalene) 등이 대표적이다. 트레티노인은 글락소스미소클라인(GSK)에서 판매하는 ‘스티바에이크림’으로 유명한 성분이다. 각질을 벗겨내고 모공을 열어 모낭 내 여드름 세균의 증식을 차단한다. 피부 미세주름과 색소 침착의 개선에도 사용된다. 트레티노인 제제는 광과민반응을 보이므로 밤에만 사용하며 임부 또는 임신할 가능성이 있는 여성에게 투여하지 않는다. 피부 자극이 심한 편이므로 피부 보습을 충분히 하고, 서서히 양을 늘리면서 사용해야 한다.
갈더마코리아의 3세대 레티노이드 ‘디페린겔·크림’(성분명 아다팔렌)는 1세대 스티바에이크림에 비해 작열감 등 자극을 줄인 게 특징이다. 아다팔렌은 각질이 빠르게 생겨 모공을 막는 것을 정상화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세균감염을 줄이는 항생제 외용제로는 클린다마이신(clindamycin), 에리트로마이신(erythromycin), 나디플록사신(nadifloxacin) 등이 쓰이며 염증성 여드름에 효과적이다. 한독 ‘크레오신티외용액’으로 알려진 클린다마이신은 염증을 줄이고 여드름균 확산을 막는다. 나디플록사신은 퀴놀론계 항생제로 여드름의 주요 균종에 강력한 항균작용을 나타내 염증성 여드름, 만성 여드름에 효과적이다. 부광약품 ‘나딕사크림’(나디플록사신) 등이 대표적이다.
여드름균에 직접 작용하는 과산화벤조일 성분도 있다. 과거부터 가장 많이 쓰이는 치료제로 살균 효과와 각질 용해 작용을 통해 여드름을 완화한다. 이 성분의 외용제는 함량이 높을수록 피부 자극이 심하며 접촉성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GSK ‘듀악겔’, 갈더마코리아 ‘에피듀오겔’ 등이 대표적이다. 듀악겔은 클린다마이신 포스페이트와 과산화벤조일 복합 성분으로 구성된 겔 타입의 경증 및 중등도 여드름 치료제다.
이밖에 각질용해제 성분으로는 아젤라산(Azelaic acid), 살리실산(salicylic acid), 이부프로펜피코놀(Ibuprofen piconol) 등이 있다. 아젤라산 함유 제제는 항균 작용과 면포 용해 작용을 한다. 레오파마 ‘아젤리아크림’(성분명 아젤라산), 한독 ‘클리어틴이부더블스팟톡크림’(이부프로펜피코놀) 등이 있다.
전신요법으로 효과적이지만 종종 치명적 부작용 야기하는 먹는 약
대표적 경구제인 이소트레티노인은 중증 난치성 여드름 치료에 효과적인 전신 레티노이드 제제다. 여드름으로 인한 이상 각화를 정상화하고, 피지 분비를 70%까지 감소시키며 항염증 작용으로 증상을 완화한다. 다만 두개골·뇌신경 이상 등 기형아를 유발할 위험이 매우 높아 임신 계획이 있다면 최소 1개월 이상 약물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다른 부작용으로 우울증을 초래한다는 보고가 있어 우울증 환자나 자살 충동을 느끼는 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한국로슈의 ‘로아큐탄캡슐’이란 제품명으로 잘 알려졌지만 로슈는 작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로아큐탄에 대해 품목 자진 취하를 했다. 1993년 한국에서 시판허가를 받은 후 26년 만이다. 현재는 국내 제약사에서 30여개 복제약을 판매하고 있으며 연간 시장 규모는 50억원 정도다. 한미약품 ‘이소티논연질캡슐’, 대웅제약 ‘아큐네탄연질캡슐’ 등이 있다.
중등도 이상의 여드름 치료에는 먹는 항생제가 처방되기도 한다.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 미노사이클린(minocycline),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 등이 있다. 전신을 순환하면서 피지샘에 직접 작용하므로 여드름을 효과적으로 치료하지만 내성을 가져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효과가 단기간에 그치고 치아 변색, 청각 저하 등을 초래할 수 있어 장기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SK케미칼 ‘미노씬캡슐’(성분명 미노사이클린), 한국화이자제약 ‘바이브라마이신-엔정’(독시사이클린). 종근당 ‘테라싸이클린정’(테트라사이클린) 등이 대표적이다.
경구피임약은 혈액 내 안드로겐의 농도를 낮춰 여드름 증상을 완화한다. 다른 여드름 치료제에 효과가 없는 여성 환자에 처방할 수 있다. 부작용으로 위장장애, 체중 증가, 월경 이상, 구토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바이엘코리아 ‘야즈정’(성분명 드로스피레논·에티닐에스트라디올, Drospirenone·ethynylestradiol)으로 여드름, 월경전불쾌장애, 월경곤란증 등의 적응증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