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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청결제 자주 쓰면 더 가려워진다 … 질염에 대한 오해와 편견
  • 김신혜 기자
  • 등록 2020-04-16 17:03:40
  • 수정 2020-04-20 16: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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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초물 세정 등 검증 안 된 민간요법 위험 … 꽉 끼고 통풍 힘든 스키니진 피해야
여성청결제를 자주 사용하면 질내가 건조해지고 피부 방어 기능을 떨어트릴 수 있어 잦은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
질염은 여성 10명 중 7명이 겪고 있으며 ‘여성의 감기’로 불릴 만큼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 질내 유익균이 사라지고 혐기성 세균이 증식하면서 발생하는 질내 감염증은 냄새, 가려움, 분비물 증가 등 증상이 심해지면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쳐 주의가 필요하다. 질염을 겪는 여성 중에는 이를 부끄럽게 여겨 방치하거나 민간요법 등에 의존하는 등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고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질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자세히 알아본다.

1. 질염은 성병이다?

질염이 성병이라는 오해가 많지만 실제 질염의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 여성의 외음부는 유익균이 분비하는 젖산에 의해 평소 pH 4~5 정도의 약산성에서 건강하게 유지된다. 스트레스, 피로누적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외음부의 산도 균형이 깨지게 되면 질염이 발생한다. 

여성의 외음부는 요도(urethra)·질(vagina)·항문(anus) 등이 가까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트리코모나스균(Trichomonas vaginalis)이나 칸디다균(Candida albicans)과 같은 병원균의 침입이 쉽다. 또 이들 세균이 성장하기 좋은 산성도에다 따뜻하고 습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잘못된 위생관리나 면역력 저하로 인해 쉽게 질염이 발생할 수 있다. 대중목욕탕이나 수영장을 이용해도 감염될 수 있다.

2. 건강한 질내 환경은 무균 상태다? 

질염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다. 여성의 질내에는 질염을 일으키는 유해균과 질내 산도를 유지하며 질내 환경을 지켜주는 유익균이 공존한다. 흔히 발생하는 세균성 질염은 질내 락토바실러스 유산균이 줄어들고, 혐기성 세균이 늘어나면서 발생한다.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유산균은 질 내부를 약산성으로 유지하고 세균의 증식과 침입을 막는다. 최근에는 유산균이 질염 현상을 개선하고 재발률 감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질 건강을 위해 유산균을 챙겨 먹는 여성이 늘고 있다.

3. 질염에는 여성청결제가 필수다?

질염 예방 등 외음부의 청결한 관리를 위해 여성청결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청결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내부 유익균까지 제거해 면역력이 약해질 수 있다. 당장은 질염 증상은 빠르게 나아지는 것처럼 보여도 다시 질염균이 질내로 침입했을 때 이를 방어할 유익균이 부족해 더욱 쉽게 질염에 걸릴 우려가 있다. 여성 성기에서 나오는 분비물은 눈물이나 콧물처럼 인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청결제의 과도한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

여성청결제는 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1주일에 2~3회 정도 사용이 권장된다. 분비물이 너무 많거나, 가려움증이 있거나, 성관계를 가진 후라면 필요에 따라 사용량을 늘려도 좋지만 피부가 건조해질 수 있으니 잦은 세정은 피하는 게 좋다. 제품 사용 전 성분을 확인하고 사용 후 피부발진, 건조증, 가려움증이 생겼다면 중단한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질세정제가 아닌 일반 여성청결제를 질 내부에 사용하는 행동은 유익균을 파괴하고 점막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여성청결제는 화장품에 속하는 것으로 외음부와 연결되는 질 입구까지만 세척하는 제품이다. 반면 질세정제는 질 내부에 직접 사용하는 것으로 질내 염증, 세균감염 등 질환이 있을 때만 사용하는 의약품이다.  

김탁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여성청결제도 자주 사용하면 건조해지고 피부 방어 기능을 떨어트릴 수 있다”며 하루 한 번 흐르는 물로 외음부만 닦아주고 잘 말려준 뒤 속옷을 착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4. 스키니가 질염을 유발한다?

사실이다. 몸에 달라붙는 나일론 등의 합성 섬유 소재 속옷을 장시간 착용하면 질염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통풍이 되지 않아 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스키니진, 레깅스, 스타킹, 속바지, 거들 등도 마찬가지다. 질염이 고민이라면 평소에는 가급적 열과 습기를 잘 조절할 수 있는 통기성 좋은 면 소재 속옷과 하의를 착용하는 게 좋다. 샤워 후에는 몸을 충분히 말린 뒤 속옷을 착용한다.

5. 식초물로 세정하면 질염을 치료할 수 있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은 금물이다. 간혹 질염을 치료한다고 식초나 소금, 알 수 없는 약물을 사용해 외음부와 질 내부에 심한 손상을 입게 된다. 이런 경우 통증이 심하고 회복 기간도 길어져 치료가 더 어렵다. 질염 치료를 위해서는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 용도로 허가받은 의약품을 사용하는 게 맞다.

질염의 근본적인 원인은 면역력 저하다.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충분한 수면과 올바른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공기순환이 잘 되고 피부를 자극하지 않는 면 소재 속옷을 착용하면 도움이 된다. 질염으로 인한 분비물을 흡수하기 위해 종종 사용하는 팬티라이너는 외음부를 습하게 만들고, pH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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