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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보다 아픈 것은 오해와 편견, 에이즈 바로 알기
  • 김신혜 기자
  • 등록 2020-04-14 17:16:44
  • 수정 2020-04-20 16:3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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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이즈는 게이만 걸리는 병이다(X), 모기가 에이즈 전파한다(X)
문란한 성관계가 에이즈의 대표적 요인으로 꼽히지만 HIV 감염인과 1회 성관계를 가졌을 때 감염될 확률은 0.04~1.4% 정도로 낮은 반면 감염된 혈액으로 수혈을 받았을 때 감염될 확률은 90%나 된다.
흔히 에이즈라 불리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돼 발생한다. HIV는 일반적으로 HIV-1을 말하며 감염되면 체내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세균 등 독성물질이 공격해도 방어하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 정상 상태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각종 감염병이나 암 등이 생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7년도에 에이즈 환자는 5316명이었지만 2018년 기준 1만2991명으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남성이 1만2106명, 여성은 885명이다. 많은 에이즈 환자를 힘들게 하는 것은 질병 그 자체보다 에이즈에 대한 편견이다. 에이즈라는 단어에는 주로 나쁜 이미지가 많다. 1980년대 에이즈 유행이 시작되면서 죽음과 감염병을 상징하는 질병이 됐기 때문이다.

쉽게 전염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 ‘문란한 사람만 걸리는 병이다’, ‘감염자와 밥만 먹어도 전염된다’ 등 비과학적이고 부정적인 오해도 만연하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에이즈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자세히 알아본다.

1. 에이즈는 불치병이다? 

과거에는 에이즈가 죽음에 이르는 불치병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제 에이즈는 약물치료를 꾸준히 잘 받고 평상시 관리만 잘 한다면 하면 생명에 지장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만성질환이 됐다. 에이즈 환자가 주로 사망하는 원인은 새로 침투한 병원균에 의한 감염과 암 등의 합병증 때문이다.

현재 에이즈 치료제는 완치제는 아니지만 HIV의 증식을 억제해 질병의 진행을 지연시킨다. 박가은 건국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꾸준한 연구로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에이즈는 만성질환이 됐다”며 “조기에 HIV 감염을 확인해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장기 생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즈는 1980년대 후반까지 흑사병처럼 걸리면 곧 죽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역력이 저하된 에이즈 환자는 주폐포자충(Pneumocystis carinii, Pneumocystis jirovecii)에 감염되기 쉬운데 에이즈 환자가 아니어도 몇 주 만에 사망하는 확률이 30~50%에 달하며 에이즈 환자는 훨씬 높았다. 호흡을 통해 매개되는데 정상인은 면역력이 강해 웬만하면 걸리지 않지만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감염돼 죽음에 이르게 된다. 1970년대에 출현해 1980년대 초반에 이슈화된 에이즈는 한 동안 단기간에 괴질처럼 죽는 원인을 찾지 못하다가 주폐포자충 감염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져 항생제 겸 구충제인 트리메토프림-설파메톡사졸(trimethoprim-sulfamethoxazole)을 2~3주간 투여하면 완치율이 90%에 이른다는 것이 밝혀져 비로소 오명을 벗었다. 다만 주폐포자충은 공기 감염이 가능한 만큼 면역력 저하자는 유의해야 한다. 

2. 에이즈는 동성애자의 전유물이다?

에이즈는 동성애자만 걸리는 병이라는 오해가 상당히 많다. 실제로 발견 초기 에이즈란 이름 대신 동성애자 관련 면역부전증(Gay-Related Immune disorder)으로 불리기도 했다. 초기 에이즈 환자 가운데 남성 동성애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이즈는 동성애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성 정체성에 관계없이 HIV 감염인과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할 때 발생한다. 에이즈가 동성애자의 질병이라는 오해는 동성애자가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생겼다. 항문성교 시 항문 주위의 혈관들이 파열되면서 상처가 생기기 쉽고 이 상처를 통해 상대방에게 HIV가 들어가 이성애자보다 HIV 감염확률이 높아진다. 1980년대 미국 동성애자 사이에 이 병이 집중적으로 나타난 건 그들의 성생활이 문란했기 때문이다. 에이즈의 전파를 막기 위해 중요한 것은 동성애와 비동성애의 구분이 아니라 아니라 안전한 성관계 문화의 정착이다.

3. 에이즈 감염자와 키스하면 안 된다?

에이즈 감염 경로에 대해서는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하지만 사실 에이즈 바이러스는 치명적인 간염을 일으키는 B형 간염 바이러스보다 감염률이 훨씬 적다. 에이즈는 대부분 성 접촉으로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침에는 1㎖당 5개 미만의 극히 적은 양의 바이러스만 들어 있다. 키스만으로는 감염을 일으킬 만한 충분한 양의 HIV가 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치아수술을 한 후나 잇몸에서 피가 많이 날 경우 이론적으로는 키스로 감염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런 사례가 발견된 적은 없다.

4. 모기가 에이즈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에이즈 환자를 문 모기에 물리면 옮는다는 속설이 있다. HIV는 인간의 면역세포 안에서만 생존하고 증식한다. 모기가 빨아 먹은 피는 모기의 소화기관으로 들어가 HIV가 번식하지 못하고 흡수되기 때문에 모기나 벌레를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는다.

5. 출산 시 아이에게 옮길 수 있다? 

주요 감염경로 중 수직감염이라고도 하는 출산 전후 감염에는 자궁내감염, 출산중감염, 모유 수유에 의한 감염 등이 있다. HIV에 감염된 산모가 출산하는 경우 아이에게 감염될 확률은 25~30%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이는 약물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다. 산모가 약물치료를 받으면 수직감염될 가능성은 5%로 떨어진다. 적절한 예방 조치를 한다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

6. HIV와 에이즈(AIDS)는 거의 같은 말이다? 

HIV와 에이즈(AIDS)는 같은 말이 아니다. HIV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로 AIDS(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를 일으키는 원인 병원체다.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초기에는 면역이 일정수준 이상 유지되고 에이즈를 추정할 만한 질환(주폐포자충폐렴, 카포시육종 등)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후 면역체계가 손상되면 세균·바이러스·진균 등에 의한 감염증·암 등의 질병이 나타나는데 이런 증상을 에이즈라고 한다. 즉 ‘HIV 감염자’는 체내에 HIV를 갖고 있는 사람을 말하며, ‘에이즈 환자’는 HIV 감염 후 면역체계가 무너져 합병증이 생긴 환자를 말한다.

7. 에이즈는 문란한 성관계 때문이다

여러 상대와 성관계를 맺다 보면 에이즈 감염자와 관계 맺을 확률도 올라가므로 감염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동성연애자 등의 성행동에서 마약주사가 종종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같은 주삿바늘을 사용함으로써 옮게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러나 운이 나쁘게 성관계를 맺은 유일한 파트너가 HIV 감염인일 가능성도 있다. 수혈이나 수직감염으로 옮는 경우도 있으니 에이즈가 문란한 성생활의 결과라고 단언할 수 없다. 감염된 혈액으로 수혈을 받았을 때 감염될 확률은 90%나 된다. 

또 HIV 감염인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해서 모두 감염되는 것은 아니며 1회 성관계로 감염될 확률은 0.04~1.4% 정도(통상 0.2%)로 낮다. 하지만 이는 평균 감염률로 단 한 번의 성관계로도 감염될 가능성은 있다. 낯선 이와 성관계를 맺을 때 콘돔 착용은 의무다. 대체로 남성 보유자에게서 여성으로 전염될 확률은 0.1~0.2%, 여성 보유자에게서 남성으로 전염될 확률은 0.03~0.1%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남성이 여성을 전염시킬 위험이 더 높은 것은 성관계시 남성 분비물에서의 바이러스 농도가 여성보다 더 높고 신체 구조의 차이로 여성이 남성의 분비물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남성 동성애자끼리의 성행위 시에는 0.5~3%까지 올라간다.
 
8. 침팬지가 인간 에이즈 바이러스의 근원이다?

많은 과학자는 에이즈의 기원에 대해 유인원 면역결핍 바이러스(SUV)가 인간에게 감염되면서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SUV는 침팬지가 여러 원숭이 종류를 마구 잡아먹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유전자 추적 결과 종류가 다른 SUV를 보유한 두 원숭이를 잡아먹은 침팬지의 몸 속에서 SUV가 혼합됐고 그 후 인간과 접촉 후 전파됐다는 것이다. 에이즈는 침팬지 수간(獸姦) 때문에 생겨났다는 속설은 동성애자와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한 편견에서 나온 괴담이다.

9. 헌혈하다가 에이즈에 걸릴 수 있다?

헌혈로 에이즈나 간염 등 혈액을 매개로 하는 질병에 감염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헌혈에 사용되는 바늘, 혈액백 등 모든 기구는 무균처리된 일회용품이다. 한 번 사용 후 폐기처분하므로 안전하다. 

10. 에이즈 환자와 같이 생활하면 감염될 수 있다?

HIV는 혈액·성 접촉·모유 등 체액을 통해 감염되며 대부분 성 접촉으로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신체접촉이나 한 공간에 있다고 해서 감염되지 않는다. 악수나 포옹을 하거나, 식사를 같이 하거나, 수영장·목욕탕을 같이 쓰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침이나 눈물, 소변, 대변에는 HIV가 없거나 있어도 극미량이며 음식에 들어간 바이러스는 생존하지 못한다.

최희정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에이즈는 식사, 화장실, 목욕탕 사용 같은 일상적인 신체접촉으로는 옮지 않는다“며 ”에이즈에 대한 두려움으로 감염자를 회피하는 것은 감염자를 향한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맹목적인 공포에서 벗어나 에이즈를 이해하고 올바른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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