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서울대 의대·서강대·서울아산병원 공동연구팀은 지난 10월 시제품을 완성한 국산 체외막산소공급장치(에크모, ECMO,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가 최근 파일럿 파일럿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9일 밝혔다.
에크모가 처음 적용된 환자는 지난해 12월 13일 급성 호흡부전으로 입원했으며 폐 이식이 필요했다. 에크모를 적용한 후 중환자실에서 약 3주간의 교량치료를 받았다. 올해 1월 3일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상훈 교수팀의 집도로 폐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는 현재 안정적인 상태로 재활치료 중이다.
에크모는 몸 밖에서 인공 폐와 혈액펌프를 통해 혈액에 산소를 공급한 후 그 혈액을 다시 환자의 체내에 넣어주는 기기다. 체외막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폐와 심장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첨단 의료기기로 중증 심부전증, 폐부전증 환자 치료에 사용된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로 알려지기 시작해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에도 활용되고 있다.
국내 기준 약 350여대가 환자치료에 쓰이고 있지만 장비·재료를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자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비용 부담이 크다. 생명 유지에 가장 중요한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하는 만큼 안전성과 정확성이 요구돼 이번 국산화 시도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그동안 국내에서 시도된 적 없는 원심성 혈액펌프의 기초설계에서부터 제작에 이르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혈액산화기 제작기술 노하우 확립, 심폐순환보조장치의 구동과 제어, 모니터링을 위한 전자제어장치의 제작 및 프로그램 개발 등 기술적 성과도 달성했다.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심폐부전 동물모델을 개발하는 등 전임상 연구에서도 중대 성과가 나왔다.
에크모 시스템을 구성하는 혈액펌프, 산화기, 혈액회로, 구동 및 제어장치 중에서 산화기와 캐뉼라를 제외한 기기가 국내 개발품으로 구성됨에 따라 약 70% 정도의 국산화율을 달성했다. 향후 산화기의 국산화를 위한 후속 연구가 완료되면 전체 시스템의 국산화율이 95%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책임자인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중환자 치료의 필수장비인 에크모 국산화로 한국도 복합 고부가가치 의료기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며 “정부가 연구비 지원으로 도전적인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희찬 서울대 의대 의공학교실 교수는 “에크모 시스템의 생산·판매에 관심 있는 국내 기업을 통해 개선된 양산용 제품을 개발하고 품목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해 의료기기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국내 임상 적용 사례를 늘려가면서 해외시장 진출을 도모해 4등급 의료기기 국산화 시대를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지원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중 미래융합 의료기기개발 분야의 ‘스마트 올인원 심폐순환보조장치 개발’ 과제로 2014년 6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정부출연금 50억원 이상을 수령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