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위험성 높은 2도 이상은 실버설파디아진·티로트리신 등 항생제 써야 … 습윤드레싱도 효과적
화상은 불, 뜨거운 액체, 화학물질 등 열에 의해 피부에 생긴 손상을 말한다. 피부는 열에 취약한 단백질·지방·수분 등으로 이뤄져 있어 열에 의해 쉽게 변성된다. 변성된 조직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어 화상은 아무리 미미해 보여도 일반 상처보다 피부 손상이 심하다.
고온에 순간적으로 접촉된 경우뿐만 아니라 자외선이 강한 여름철 햇볕에 장시간 노출돼 피부가 붉게 변하고 화끈거리는 것도 약한 화상에 해당된다. 화상 부위가 붉어지고, 물집이 생기는 등 정도가 약한 1도 화상이나 경증 2도 화상이라면 일반의약품으로 가정에서도 치료가 가능하다. 정도가 심한 2도 화상이나 3도 화상은 의료기관을 방문해 치료받는 게 바람직하다.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은 “화상이 중증일 때는 피부 건조를 막는 바셀린 계통 연고나 감염을 막아주는 항생연고를 바르는 게 좋으며, 피부가 검게 침착되거나 수포를 야기할 정도로 심한 화상일 경우 식염수나 찬물로 화상 의심 부위를 씻은 다음 빨리 피부과나 외과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화상을 입으면 30분 내로 화상 부위를 냉각해주는 게 좋다. 15~25도의 물로 10~30분간 통증이 감소하거나 없어질 때까지 냉각해주면 된다. 단 환부를 완전히 식히겠다고 얼음이나 얼음물을 사용하는 것은 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수포가 발생했다면 임의로 제거하지 않는 게 좋다.
화상은 손상면적비율(Body Surface Area, BSA)과 깊이에 따라 분류된다. 국소적 화상은 깊이에 따라 1도, 2도, 3도로 구분된다. 1도 화상은 표피층만 손상된 경우로 국소 부위의 통증·발적·부종 등이 일어나며 3~5일 정도 지나면 낫는다. 2도 화상은 표피 아래에 있는 진피층의 일부가 손상된 경우다. 보통 수포(물집)가 생기고, 피하조직의 부종을 동반한다. 수포가 발생한 경우 감염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수포를 임의로 제거하지 않는 게 좋다. 흉터가 남을 수도 있으며 치료는 약 3~4주 걸린다.
3도 화상은 피하조직까지 손상된 경우로 세균감염·조직괴사가 심해 흉터를 남긴다. 진피층은 피부 탄력성 및 신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일단 파괴되면 더 이상 재상피화(손상된 피부에 다시 상피조직이 생김)가 일어나지 않고 피부수축이 나타나게 된다. 상처 치유에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화상치료제는 화상의 정도에 따라 사용되는 약물의 종류가 달라진다. 가벼운 화상에는 피부보호제를 사용해도 효과가 있다. 페트롤라툼 성분의 바셀린이 대표적이다. 바셀린은 다른 데 묻지 않도록 거즈나 랩 등으로 바른 부위를 덮어야 한다.
화상치료제는 크게 습윤 드레싱, 비감염성 화상치료제, 감염성 화상치료제, 피부이식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각 치료제별 특징을 자세히 알아본다.
습윤드레싱은 상처 부위를 촉촉하게 유지해 치유 촉진에 도움을 준다. 기본적인 드레싱으로 백색바셀린이 도포된 거즈를 덮어둔다.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Lidocaine)이 함유된 드레싱재 또는 세균감염을 막기 위해 살균제인 아크리놀(acrinol), 클로르헥시딘(chlorhexidine) 등이 복합된 드레싱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습윤드레싱 목적으로 사용하는 밴드 제품으로는 폼과 하이드로콜로이드 타입이 있다. 이들 제품은 환부 습윤환경을 유지하면서 과도한 삼출물(진물)을 흡수해 건강한 조직까지 짓무르지 않도록 한다. 폼은 흡수력이 강해 진물이 많은 화상 또는 상처에 사용한다. 의약외품인 한국먼디파마 ‘메디폼’ 등이 있다. 하이드로콜로이드 제품은 진물이 적은 가벼운 화상이나 상처에 사용한다. 한국쓰리엠 ‘3M 테가솝 틴 하이드로콜로이드 밴드’, 보령제약 ‘듀오덤엑스트라씬’, 대웅제약 ‘이지덤’ 등이 대표적이다.
비감염성 화상치료제는 자외선에 의한 일광화상 등 1도 화상과 경증 2도 화상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보습과 피부재생을 돕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 의사의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구아야줄렌(Guaiazulene)·베타시토스테롤(β-sitosterol)·트롤아민(Trolamine)·덱스판테놀(Dexpanthenol) 등의 성분이 사용된다.
카모마일에서 추출한 순수 생약성분 구아야줄렌은 소염·진통·진정 효과가 있어 화상을 효과적으로 치료한다. 독성과 부작용이 없어 소아와 임산부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태극제약의 ‘아즈렌에스연고·크림’, 신신제약의 ‘나오덤크림’ 등이 있다.
참기름·쌀겨·땅콩·콩류·호박씨·옥수수유·구기자 등에서 추출한 베타시토스테롤은 식물성 스테롤의 일종으로 항염·항궤양·항산화·항세균작용 등이 뛰어나고 부작용이 크게 없어 소아와 임산부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동화약품의 ‘미보연고’(베타시토스테롤) 등이 있다.
트롤아민은 면역세포를 자극해 세균감염을 억제하고 환부의 습윤 환경을 유지해준다. 고려제약의 ‘비아핀에멀젼’이 대표적이다. 이 에멀젼은 통증을 감소시켜 주고 피부 조직에 수분을 공급해 상처가 마르지 않게 한다. 피부 세포 자체의 항균 능력을 증가시켜 감염을 예방한다. 2도 이상 화상에 드레싱이 필요할 때는 비아핀을 0.5cm 두께로 두껍게 바른 뒤 축축한 무균 패드로 덮고 드레싱을 한다.
덱스판테놀은 피부에 흡수되면 판토텐산이라는 물질로 전환된 뒤 세포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코엔자임A의 생성을 촉진, 피부 재생을 돕는다. 피부막을 잘 투과하며 상처 부위에서 농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특성이 있어 외용제로 많이 사용된다. 덱스판테놀 외용제는 일반의약품에 속하며 햇볕에 탄 일광화상에 보조치료제로 사용된다. 상처 부위를 재생·치유·보습·보호하고 항염효과가 있어 피부염이나 궤양, 기저귀발진, 피부습진 등의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바이엘코리아의 ‘비판텐연고’가 대표적이다.
감염성 화상치료제는 수포가 생기고 감염 위험성이 높은 2도 이상 화상에서 2차 세균감염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사용된다. 항생제, 항균제, 살균소독제로 나뉜다.
포비돈요오드는 대표적인 살균소독제로 액제와 연고 타입이 있다. 그람양성균과 진균(곰팡이)에 대해 항균작용을 나타낸다. 그람음성균과 그람양성균 등 박테리아, 곰팡이, 바이러스, 포자균, 원충, 이스트균 등 대부분의 미생물을 박멸한다. 소독약에 함유된 요오드의 산화작용을 통해 미생물 세포를 산화시켜 파괴한다. 피부나 점막에 덜 자극적이라 피부 표면에 약한 상처가 났거나 경미한 화상을 입었을 때 효과적이다.
포비돈요오드(Povidone iodine)는 요오드팅크의 업그레이드판으로 요오드팅크보다 요오드 함량은 적고 알코올은 들어있지 않다. 과량의 요오드는 자칫 태아에게 영향을 미쳐 갑상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아직까지 요오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가 없어 수술 전 피부 소독에도 많이 사용된다.
참고로 에탄올, 이소프로판올(isopropanol), 프로판올(n-propanol)은 손소독제나 주사 전 환부 소독제로 많이 쓰인다. 세포벽을 파괴해 세균의 본성을 읽게 한다. 60도 이상의 농도에서 15초면 웬만한 균이 다 죽는다. 특히 세포벽(peptidoglycan 성분)이 얇은 그람음성균이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 균에 효과적이다. 반면 세포벽이 상대적으로 두꺼운 그람양성균에는 효과가 떨어진다.
과산화수소수는 발생한 활성산소가 세균을 죽이는데 역시 세포벽이 얇은 그람음성균과 산소를 싫어하는 혐기성세균에 더 효과적이다. 활성산소는 또 라이소자임(lysozyme)에 의한 세균의 용균(溶菌, lysis, 병원미생물의 세포막 융해)에 민감하게 만들어준다.
전문의약품인 실버설파디아진(silver sulfadiazine)은 설파제 구조를 가지는 항균제로 2~3도의 중증 화상 치료에 사용된다. 일반 상처치유 연고보다 화상 부위에 침투력이 좋으며 광범위하게 세균과 진균에 대한 살균작용을 나타낸다. 가벼운 화상에는 오히려 통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중증의 화상치료에 사용한다. 동화약품 ‘실마진1%크림’(성분명 설파디아진)이 대표적이다.
바시트라신(Bacitracin)·네오마이신(Neomycin)·폴리믹신B(polymyxin B) 3가지 항생제가 들어간 복합 항생제도 있다. 1~2도의 감염성 화상에서 감염 방지 목적으로 사용되며 세균뿐 아니라 진균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살균작용을 나타낸다. 녹십자의 ‘바스포연고’가 대표적이다.
티로트리신(tyrothricin)은 감염 우려가 있거나 감염된 1~2도의 화상에 사용된다. 진균 감염에 대해서도 살균작용이 있다. 종근당의 ‘티로서겔’이 대표적이며 겔 제형으로 연고보다 끈적임이 덜하다. 입술포진, 습진, 곪은 상처 등에도 쓸 수 있다.
화상 후 통증 조절을 위해 진통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손상된 조직에서 프로스타글란딘, 히스타민 등의 염증매개 물질들이 방출되면서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통증을 완화하고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복용할 수 있으며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이 해당된다. 위장장애로 복용이 어렵다면 타이레놀로 대표되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진통제를 복용할 수 있다. 타이레놀은 과량 복용시 간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