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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바이러스성 호흡기질환 예방에 ‘최고’ 취나물
  • 김달래 한의원 원장(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
  • 등록 2020-03-16 20:19:59
  • 수정 2021-05-31 17: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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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살찌고 손발 붓는 태음인에 추천 … 장복하면 호흡기 면역력 강화
봄철 환절기에는 ‘체력이 떨어진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유독 많아진다. 가만히 있어도 졸리는 춘곤증에 기진맥진인데, 입맛도 돌지 않으니 체력과 면역력은 바닥을 치기 십상이다. 더욱이 요즘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멘탈까지 축 가라앉는 분위기다.
 
이럴 때 도움되는 첫 번째 아군이 봄나물이다. 특히 쌉싸래한 독특한 향과 맛을 가진 취나물은 입맛을 돋아주는 것은 물론 면역력 증강에 힘을 실어준다. 봄철 바이러스 감염병, 올해 같은 경우엔 신종 코로나를 예방하는 봄의 보물이다.
 
취는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로 참취, 곰취, 개미취, 미역취, 수리취, 각시취 등 그 종류가 수십 가지다. 국내서는 60여 종의 취가 자생하고 있고, 그 중 24종가량이 식용으로 사랑받는다. 봄철에 나는 취의 어린잎과 줄기를 채취한 것이 취나물이라고 한다.
 참취
취나물은 어원이 채(菜)에서 왔다. 한약명으로는 풍채(風采)다.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참취’다. 잎은 자루가 길고 심장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다. 중앙부의 잎은 위로 올라가면서 점차 작아지고, 꽃이삭 밑의 잎은 긴 달걀 모양이다.
 곰취
곰취는 이파리가 넓고 원형에 가까운 반면 개미취는 이름처럼 꽃과 잎의 크기가 작고 잎사귀가 길쭉한 편에 속하며 줄기에 털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꽃 모양도 곰취는 가을 쯤 피는 꽃이 큼직하고 보기 좋아서 서양에서 관상용으로도 자주 기른다. 개미취 꽃은 소담한 들국화를 닮아 국내에서 정원 한 켠을 장식한다.
 
개미취
취나물은 여러 가지로 봄에 어울리는 식품이다.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핏속의 지방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식사량에 비해 살이 잘 찌고 피로할 때 손발과 얼굴이 쉽게 붓는 태음인에게 잘 맞는 식품으로 추천한다.
 
취나물은 바이러스 저항성을 길러주는 비타민A, 칼슘, 칼륨이 풍부해 봄철에 취약한 질환들을 이기게 해준다. 특히 비타민A는 호흡기 점막의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주어 봄철에 걸리기 쉬운 각종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칼슘은 겨우내 비타민D 부족으로 약해진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며, 혈관 벽의 탄력을 개선해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 칼륨은 체내 나트륨을 배출해 혈압을 안정시키고 뇌 기능을 자극해 춘공증을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밖에 당분, 단백질, 칼슘, 인, 철분, 니아신, 비타민B1‧B2, 비타민C, 메티오닌, 아미노산, 무기질 등이 풍부해 원기를 회복시키고 숙취 해소에 좋다.
 
참취는 다른 취나물에 비해 맛이 좋고, 향과 식감이 비교적 부드러워 식용 봄나물로 인기가 있다. 다만 약성은 다른 취나물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산에서 채취하는 야생 취나물 중 가장 사랑받는 게 곰취다. 잎 모양이 곰 발바닥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강원도 민간에서는 겨울잠에서 깬 곰이 가장 먼저 찾는 나물이라는 의미도 전해져 온다.
 
깊은 산중 약간 습하고 나무 그늘이 적당한 곳에서 잘 자란다. 조선시대에 임금이 취나물 등 각종 산채를 강원도에서 조달하라고 명을 내린 이유다. 여름엔 높이가 1~2m에 이를 정도로 자란다. 잎사귀가 넓은 심장모양에 가장 자리에 톱니가 있는 것은 참취와 비슷하다. 까칠하고 쌉쌀한 맛을 갖고 있지만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팔색조 매력을 갖고 있다.
 
큼직한 잎을 따다가 쌈으로 즐겨 먹었는데 정월 대보름에 곰취에 쌈을 싸서 먹는 ‘복쌈’이라고 했다. 이런 풍습은 겨우내 부족한 비타민과 무기질을 채우기 위한 선조의 지혜다.
 
곰취는 고기에 쌈을 해먹는 용도로 대형마트에서 많이 팔리는 반면 개미취는 데쳐서 나물무침이나 된장국에 넣는 재료로 재래시장에서 주로 거래된다.외관과 식감은 곰취가 좋으나 약성은 개미취를 으뜸으로 쳐준다.
 
개미취는 잎과 줄기가 작아 식용하기엔 경쟁력이 없는 편이지만 아쉬운 대로 살짝 데쳐 나물무침을 하거나 된장국에 넣어 먹어도 향미가 크게 빠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만 웃자라도 맛이 쓰고 식감이 나빠지기 때문에 이른 봄에 어린 순을 채취해야 한다. 웃자란 개미취는 하루정도 물에 쓴 맛을 우려낸 뒤 말려 건나물로 먹는다. 개미취의 뿌리인 자완(紫菀)은 거담에 효과적인 약재로 호흡기가 약해서 기침을 하거나 가래가 많이 낄 때 주로 사용된다.
 
취나물은 다른 나물에 비해 질감이 거칠고 향이 강해 젊은 층에게서 외면받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정제된 음식에 길들여진 젊은 세대들은 쉽게 좋아하기 어렵다. 하지만 육류는 단맛이 다른 맛보다 우선하고 나물은 약간 쓴맛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고기에 나물로 쌈을 해먹는 것은 누구나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궁합이다. 기름에 살짝 볶으면 쓴맛도 중화되고,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A의 흡수도 좋아진다. 꾸준히 먹다보면 특유의 향긋한 내음과 씁쓸한 맛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무서운 바이러스성 호흡기 감염병이 돌 때 이에 저항할 수 있는 면역력을 길러준다. 2000년 이후 몇 년 간격으로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신종 바이러스질환이 발생하고 있다. 그 때마다 약물을 찾는 것보다 취나물 등 건강한 제철식품으로 평소 면역력을 길러두는 게 바람직하다.
 
취나물은 자완뿐만 아니라 여느 잎과 줄기도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효과가 있다. 꾸준히 먹으면 기관지염, 인후염, 편도선염, 목소리 갈라짐 등에 효과를 볼 수 있다.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급성보다는 만성인 경우에 기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차처럼 잎을 20g정도 달여서 마시기도 한다. 간의 피로를 풀어주는 이담작용이 있어 피로회복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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