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콜록콜록 기침하는 아이가 안쓰러울 때 많은 부모가 찾는 약이 있다. 일명 ‘기침 패취’로 아이 등에 붙여주면 기침 증상이 상당히 완화된다. 패취(의약품용어, 국어사전에선 패치) 하나로 기침도 줄고 잠도 편하게 자게 돼 아이를 둔 부모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경피흡수형 기관지확장 패취제는 피부에 붙여 혈액을 통해 유효성분을 기관지에 전달, 기관지를 넓혀주는 약이다. 기관지에 염증·가래가 있으면 점막이 부어오르고 분비액이 늘어나며 기관지가 좁아져 호흡이 힘들어진다. 이 때 패취를 붙이면 기도가 넓어져 호흡이 쉬워지고 기침 증상도 완화된다. 피부를 통해 흡수되므로 약물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효과가 지속적인 게 장점이다.
국내에서 기관지 패취에는 툴로부테롤(Tulobutero)이란 단 한 가지 성분이 들어간다. 툴로부테롤은 베타2-아드레날린 수용체 작용제(β2-adrenergic receptor agonist)로 기도폐쇄성장애에 의한 호흡곤란 등 여러 증상을 완화하는 데 쓰인다. 기관지천식·급성기관지염·만성기관지염·폐기종 등에 적응증을 갖는 전문약 성분이다.
이 약은 무엇보다도 소아천식 환자의 천식 조절에 용이하다. 소아에게 스테로이드 흡입기 사용법을 교육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고, 그마저 치료를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툴로부테롤 패취는 피부에 부착해 증상을 조절하기 때문에 치료가 수월하고 환자순응도도 높다.
툴로부테롤 패취는 피부에 붙이면 9~12시간 사이에 혈중 최고 농도에 도달하기 때문에 취침 2시간 전에 부착하는 게 좋다. 주로 새벽에 일어나는 천식 발작을 막기 위해서다. 한 번 붙인 패취는 24시간 효과가 나타난다. 피부 트러블 때문에 패취를 교체할 때마다 다른 부위에 옮겨 붙이는 게 권장된다.
흔히 기침 패취로 부르지만 정확히는 기침을 가라앉히는 게 아니라 기관지를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기침 억제약이 아니므로 기침 증상이 있다고 해서 이 약을 남용하면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하게 된다. 어떤 기침 증상은 좁아진 기관지가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 과다 사용으로 기관지가 지나치게 확장되면 호흡이 어려워지거나 가래 배출이 악화돼 호흡기감염증이 심해질 수도 있다. 사용하다 남은 패취를 기침이 심해질 때마다 상비약처럼 쓰는 행위는 이런 부작용의 소지를 안고 있다.
툴로부테롤 패취는 교감신경에 작용하므로 기관지 외 다른 신체부위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신경과민이다. 가슴 두근거림이나 손 떨림 등도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교감신경 항진 작용으로 인해 밤에 잠을 못 이루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부착한 부위에 발진이 나타나기도 한다.
호흡기 관련 증상으로 병원을 찾으면 경구용 기관지확장제·콧물약·가래약 등을 동시에 처방받는 경우가 많다. 이들 약 모두 교감신경에 작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일으키기 쉽다. 일반적으로 약을 0~4종 투여했을 때보다 7~8종 투여한 경우에 부작용 발생률이 3배 정도 높아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커피·초콜릿·코코아·콜라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도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툴로부테롤 패취를 붙이고 부작용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제거하도록 한다. 패취를 떼어내고 2시간 정도 지나면 불편한 증상이 서서히 사라진다.
시판 중인 제품으로는 한국애보트 ‘호쿠날린패취’, 종근당 ‘호쿠테롤패취’, 한미약품 ‘투브롤패취’, 삼아제약 ‘노테몬패취’ 등이 있다.
호쿠날린은 2004년에 국내 출시된 제품으로 크리스탈 레저보아 시스템 (Crystal Reservoir System)을 적용해 24시간 안정적인 약효를 유지한다. 고체에 균일하게 용해·분산된 툴로부테롤 분자가 결정을 이루면서 약물저장고 역할을 한다. 약물이 피부에 흡수되면서 점차 툴로부테롤 분자는 감소하고 결정제 안에서 약물의 용해·확산이 일어나면서 순차적으로 툴로부테롤 입자를 피부로 넣어준다. 피부 접착 표면의 툴로부테롤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지속적으로 약물 방출이 가능토록 한 게 이 패취제가 갖는 특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