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확진자 발생으로 서울에서 유일하게 폐쇄 조치된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이 상당 기간 정상 가동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 병원 확진자는 29일 기준 모두 15명으로 늘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일러야 3월 9일쯤 재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곳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것은 지난 21일. 병원에서 일하던 환자 이송요원이 처음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는 지난 2일부터 발열·기침 등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은평성모병원은 21일 즉시 응급실과 외래 진료를 중단했다.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이송요원 접촉자는 302명으로 집계됐다. 입원 환자 75명과 퇴원 환자 187명, 직원 28명, 가족과 지인 12명 등이다.
이튿날인 지난 22일에는 폐렴으로 입원했던 남성 환자(62)가 양성으로 나와 서울대병원으로 이송·격리됐다. 이에 서울시와 은평구는 은평성모병원을 폐쇄하고 접촉자인 입원 환자 75명을 1인1실로 옮겼다. 22일까지 확진 환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에게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병상을 재배치할 계획이었지만 병원 관련 확진 환자가 늘면서 진료 재개가 늦어지고 있다.
은평성모병원은 808병상 규모로 하루 입원 환자만 600여명, 병원 전체 인력은 2000여명에 달한다.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27일 충북 오송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은평성모병원이 서울지역 내 집단발병 사례로는 가장 크게 진행되고 있어 병원과 시·도, 질병관리본부 즉각대응팀이 나가서 대응하다가 지금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상태”라며 “계속 추적관리를 하다보니 병원과 관련된 확진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은평성모병원을 청도대남병원과 마찬가지로 코호트 격리치료 병원으로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코호트 격리는 감염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통째로 봉쇄하는 것을 의미한다. 환자만 격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의료진끼지도 동반 격리된다.
반면 은평성모병원을 재개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29일 오전 이 병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은평성모병원의 폐쇄조치는 부적합하다”며 “당장 재개원해서 진료에 들어가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다음주에 대한병원협회와 함께 서울시에 은평성모병원의 재개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현재 밀접접촉자는 모두 격리 조치됐고 모든 직원의 코로나검사에서 음성반응이 나왔다”며 “특히 은평성모병원이 진료를 해야 일반 환자의 진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성급한 판단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현재 은평성모병원의 상황은 대구·경북지역 병원과는 다르다”며 “시급한 것은 경증환자와 중증환자를 나누는 진료시스템의 이원화”라고 강조했다.
은평성모병원은 확진자 발생 이후 병원 직원 3150명과 입원환자 전원에 대한 진단검사를 실시했으며 이들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기관 시설에 대한 방역소독도 철저하게 실시됐다. 치료받지 못하거나 퇴원 후 후속조치를 받지 못하는 일반 환자들의 하소연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산부인과를 이용하던 임산부들은 은평성모병원에 다녔다는 이유로 다른 산부인과에서 진료 거부를 당하거나 몇 달 전 미리 예약해 둔 산후조리원에서 예약을 취소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