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이렇다할 불편이 없다가 봄의 길목에서 종아리가 간질간질해지고 핏줄이 부풀어 오른다면 하지정맥류를 의심해볼 수 있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혈관의 확장과 수축 차이가 커지면서 혈관의 피로도가 높아져 하지정맥류가 악화되기 쉽다.
이 질환은 종아리 정맥의 피 역류를 막는 판막 기능에 이상이 생겨 심장으로 가던 혈액이 다시 아래로 역류해 일어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환자 수가 2014년 15만3000명에서 2018년 18만8000명으로 5년 새 22.7% 증가했다.
증세가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에 자각이 쉽지 않다. 대표적인 증상은 △오후로 갈수록 다리가 붓고 피곤하다 △밤에 다리가 저리거나 무겁다 △어떤 자세에도 다리에 불편함이 느껴진다 △ 종아리에 이유 없는 가려움이 반복된다 △밤에 종아리에 경련이 생긴다 등이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하지정맥류를 의심해 봐야 한다.
하지정맥류는 증상이 다양한 만큼 이를 다른 질환으로 착각하거나, 반대로 다른 질환을 하지정맥류로 오인해서 엉뚱한 치료를 할 수 있다. 하
하지정맥류와 가장 혼동하기 쉬운 질환으로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이 있다. 잠들기 전 다리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불편한 감각이 나타나는데, 불편감을 없애려 다리를 자꾸 움직이면서 수면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다리에 간질간질한 감각과 불편감은 비슷하지만 혈류 이상으로 나타는 하지정맥류와 달리 하지불안증후군은 뇌내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dopamine) 부족이 주요 원인이다. 그 외 철분 부족, 유전적 요인,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 등으로 유발될 수 있다.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나타나고 다리를 움직일 때 불편감이 사라지면 하지불안증후군일 확률이 높다.
발바닥 근육을 감싸는 근막에 염증이 생기는 족저근막염(plantar fasciitis)도 하지정맥류와 착각하기 쉽다. 오래 앉아있거나 누워 있다가 일어나 걸음을 내딛을 때 찌릿하게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발바닥 근처의 정맥에서 하지정맥류가 발생하면 발바닥에 느껴지는 통증이 비슷하다. 오후로 갈수록 통증과 불편감이 커지는 것도 유사하다. 검진을 통해 구분할 수 있다. 족저근막을 따라 발바닥에 전반적인 통증이 나타나거나 발뒤꿈치 근처에 명확한 압통점이 보이면 족저근막염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정맥류로 확장된 혈관이 관절 부위를 압박해서 무릎에 부종과 통증이 나타나면 퇴행성관절염(degenerative arthritis)으로 착각되기 쉽다. 퇴행성관절염은 관절을 보호하고 있는 연골이 퇴행성 변화나 손상으로 염증과 통증이 나타난다. 퇴행성관절염은 X-레이,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진단받을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진행성 질환으로 자연치유는 기대하기 어려우며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된다. 방치하면 피부색의 변화 및 습진, 정맥궤양, 지방진피궤양증, 혈전정맥염 등으로 번질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진단에는 혈관 초음파검사가 흔히 이용된다. 혈관의 크기를 측정하고 역류 위치, 역류하는 혈액량, 표재정맥이나 관통정맥 역류 등를 확인한다. 역류시간이 0.5초 이상이면 하지정맥류로 진단할 수 있다.
치료법은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압박스타킹이나 약물, 경화제를 이용한 주사경화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 증상이 악화됐다면 레이저 정맥절제술, 고주파 열 폐색술 등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팽창된 혈관 주변에 전기자극을 가해 혈관 확장을 막고 혈관의 변형을 예방 및 치료하는 전기자극치료도 개발됐다. 대표적으로 ‘호아타(HOATA)’요법을 들 수 있다. 100~800나노암페어(㎁) 수준의 미세전류를 1500~3000V의 고전압으로 흘려보내 혈관 부위를 자극한다. 심 원장은 “전기로 세포를 자극하면 고인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세포 재생을 촉진해 혈관 노화를 막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