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을 수 없었던 ‘뇌경색증’ 원인 심장질환에 … 혈전과 심방세동, 숨은 주범

의학건강

정종호 기자
등록 2020-02-10 17:34:10
수정 2020-02-10 17:59:38

작은 칩 형태 ‘이식형 심전도 기록장치’로 드물게 발생하는 심방세동 잡아내 … 폭음·역기들기는 피해야

평소 건강에 자신 있던 52세 남성 A씨는 갑자기 말이 나오지 않고 의식이 흐려지며 오른쪽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해 급하게 응급실을 찾았다. 원인은 급성 뇌경색증. 뇌경색증을 진단받은 혈관만 무언가로 막힌 듯 갑자기 혈류가 차단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뇌MRI 사진으로는 목혈관, 대동맥 등 거의 모든 혈관이 동맥경화증 하나 없이 깨끗했다. 뇌MRI, 심장초음파, 부정맥을 찾는 24시간연속심전도검사(홀터검사)까지 했지만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뇌경색증은 뇌혈관이 막히면서 혈액을 공급받지 못한 뇌조직이 괴사돼 뇌가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는 질환이다. 보통은 뇌혈관 자체의 동맥경화증에 의해 혈관이 막히지만 일부에서는 심장에서 떨어져 나온 혈전이나 동맥경화반이 떨어져 날아와 뇌혈관을 막기도 한다. 그 단초를 제공하는 게 심방세동이다.

심방세동은 진단만 되면 약물이나 간단한 시술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더러 진단을 놓치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진은선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부정맥 전문)의 도움말로 심방세동의 증상과 진단법에 대해 알아본다.

심방세동이 혈전의 단초 … 고령화로 환자 급증

심방세동은 심방이 규칙적으로 수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늘게 떨리는 운동(細動)만을 하게 되는 질환이다. 심방이 제대로 뛰지 못하면 혈액순환이 힘들어지고, 심방 내에 혈액이 고이면서 혈전 덩어리가 생길 수 있다. 심장 안에 생긴 혈전은 언제든 대동맥을 타고 뇌혈관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에 뇌경색증의 주요 원인이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심방세동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질병코드 I48, 심방세동 및 조동)는 2015년 14만8130명에서 2019년 21만8099명으로 최근 5년 사이 5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환자를 보면 남성 환자가 13만2538명으로 여성 환자 8만5516명보다 1.5배 더 많았다.

진은선 교수는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심방세동도 계속 늘고 있다”며 “뇌졸중, 심부전의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심장이 갑자기 불규칙하게 뛰는 등 위험인자를 빨리 파악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갑자기 빠르게 뛰는 맥박, 심장 두근거림 주의

심방세동은 매우 불규칙적으로 뛰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크게 느끼는 증상은 가슴의 두근거림과 답답함이다. 증상이 지속될 경우 심장의 기능저하로 호흡곤란이나 어지러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특별한 증상 없이 심방세동으로 만들어진 혈전 때문에 뇌경색증이 발생해 바로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의심 증상이 있다면 부정맥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은 항상 나타나는 게 아니어서 진단이 쉽지만은 않다. 진 교수는 “발작성 심방세동의 경우 1년에 몇 차례만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드물게 발생하는 심방세동이라도 수시간 지속되면 뇌경색증 발생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증상을 무시하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드물게 발생하는 심방세동 잡는 이식형 심전도 기록장치

급성 뇌경색증이 생겼으나 동맥경화증, 혈관협착 등 원인이 확실치 않으면 원인을 찾기 위해 다양한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보통은 심장초음파나 홀터검사를 실시하고, 특이 소견이 없는 경우 몇 차례 반복 검사를 할 수 있다. 드물게 발생하는 심방세동은 여러 검사에서도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이때는 이식형 심전도 기록장치(Loop recoder)를 삽입해 심전도를 지속적으로 기록하게 된다. 작은 칩처럼 생긴 이식형 심전도 기록장치를 심장 부위 피부 아래에 삽입, 심장에서 부정맥이 생기는지를 2~3년간 기록하며 알아본다.

진 교수는 “기계 크기는 길이가 약 5cm, 너비가 약 5~6mm 정도로 아주 가늘고 작다”며 “피부를 1cm 정도만 살짝 절개하고 삽입하는데 시술엔 보통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지만 숨겨진 부정맥을 진단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약물치료가 우선, 차후엔 고주파·냉동에너지로 절제 시술

증상이 있는 발작성 심방세동에 대해서는 맥박을 정상으로 유지시키는 항부정맥 약물치료를 하고, 약물치료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 시술을 진행한다. 심장에 전극을 넣고 심방세동의 원인이 되는 부분을 고주파 에너지로 지져 없애는 고주파 도자절제술은 여전히 심방세동의 시술적 치료에서 가장 핵심적인 방법이다. 최근에는 냉동에너지를 적용한 풍선을 이용한 절제술도 행해지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는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레이저를 이용한 풍선절제술 등이 개발되는 등 심방세동의 시술적 치료법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

술 피하고 걷기 같은 가벼운 운동이 도움

심방세동을 예방하는 음식이나 운동은 없다. 다만 심방세동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우려가 있는 음식, 치료 중 조심해야 할 사항들은 피하는 게 좋다. 대표적으로 피해야 하는 음식은 ‘술’이다. 특히 한 번에 많이 마시는 폭음은 해로워 피해야 한다. 커피나 카페인 음료를 마시고 가슴이 자주 두근거리는 사람도 이를 피하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무거운 역기를 드는 등 흉곽에 무리한 힘을 주는 운동은 부정맥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혈관계 건강을 위해서는 무리한 웨이트 트레이닝보다는 가볍게 뛰거나 빠른 걸음으로 걷는 유산소운동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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