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평균 무게는 1.4kg, 독일 철혈 재상인 비스마르크(Otto Eduard Leopold von Bismarck, 1815~1898)의 뇌 무게는 1.807㎏인 반면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은 평균보다 오히려 작은 1.23kg에 불과했다.
인간의 희로애락은 실상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좌우하는 뇌에서 일어나는 까닭에 남들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려고 아등바등 노력하는 삶이 허무하기조차 하다. 불교 용어로 색즉시공하면 끝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인간은 각자 대망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다가 결국 평범한 삶에 머무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우리 몸의 세포는 50조개, 그 중 뇌내 신경세포는 1000억개(0.2%)다. 뇌에는 1000억개의 신경세포와 그 10배가 넘는 교세포(glia cell)가 들어 있다. 교세포는 신경세포의 촉삭을 감아 싸고 있는 절연체다. 신경세포는 개당 1000개, 많게는 1만개까지 시냅스를 형성해 다른 신경세포와 네트워킹을 한다.
뇌세포는 20세 이후 하루에 20만개씩 사라지고 50대부터 감소세가 가팔라지며 70세까지 36억5000개가 사라진다. 이는 전체 뇌세포 수의 3.65%이니 무시할 숫자라 해도 늙어 지능과 반사신경이 떨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나이가 들면 신경세포 간 연결망인 시냅스의 확장을 통해 현철(賢哲)로써 한창 젊었을 때의 왕성한 뇌기능에 비해 미진한 점을 커버해나간다.
뇌세포의 수명은 약 100~150년으로 인간이 완벽한 건강을 추구할 때 누리는 수명과 거의 일치한다. 뭔가 철학적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하다. 반면 피부세포의 수명은 60개월 정도에 불과하고 비교적 수명이 길다는 간세포는 2년 정도다.
신생아의 뇌 무게는 400g으로 체중의 13%가량을 차지한다. 뇌가 가장 무거운 18세에는 1400g으로 체중의 2%로 줄어든다. 엄마 뱃속에 있는 동안에는 분당 25만개씩 뇌세포가 증가하니 산모의 건강·영양상태와 태교는 얼마나 중요한가. 뇌의 기초상식을 바탕으로 뇌에 대해 잘못 알려진 건강상식을 짚어본다.
뇌세포는 한 번 죽으면 재생되지 않는다?
200년 전만해도 뇌세포는 죽으면 복구되지 않는 게 정설로 간주됐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성인에서도 뇌세포가 복구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줄기세포에 의해 신생 뇌세포가 생겨날 수 있다는 설이다.
2018년 3월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에는 성인에서는 새 신경세포(뉴런)이 자라지 않는다는 논문이 실렸다. 새 뉴런은 갓난아기 때까지 다량 발견되지만 이후 이후 급격히 줄어들면서 13살 때엔 매우 드물게 발견되었고 18살 이상에선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갓 태어난 아기에는 어린 뉴런이 해마조직 1㎟당 1618개나 있었으나 1년 뒤엔 5분의 1로 줄고 13살 때엔 2개가량만 발견됐다.
이 논문이 나온 한달 뒤 경쟁 학술지 ‘셀 줄기세포’에는 “아주 어린 뇌뿐 아니라 아주 나이든 뇌에서도 모두 신경 전구세포와 어린 신경세포가 수천 개 수준으로 발견됐다”는 논문이 게재됐다.
기억은 단기기억과 원시적 감정·감각을 담당하는 해마에 일시 저장됐다가 일부는 대뇌피질로 가고 일부는 사라진다. 해마의 용량과 기능이 좋아야 기억력이 우수하다.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려면 해마 내 기억세포가 어느 정도 새로 생겨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 기억세포가 잘 생기고 망가진 뇌세포가 복구되는지, 반대로 어떤 경우에 뇌세포가 영구 소실되는지 원인과 방법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 분명한 것은 뇌기능은 나이듦에 따라 망실되기 마련이며, 해마는 폭음·과도한 스트레스·빈혈·갑상선질환 등에 의해 더 쉽게 망가진다는 사실이다.
암기력(학습능력)은 어느 정도 타고 난다?
기억의 저장을 흔히 카메라의 영상저장과 동일시한다. 중요한 것은 가치 판단, 흥미 유발, 충격적 감흥 없이 저장되는 기억은 잠시 저장됐다가 금세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동기유발 학습’,‘자기유도 학습’의 효율이 기계식, 주입식 학습보다 높은 것이다. 새로운 이론이나 학설을 창출한다는 것은 기존 기억에 새로운 기억을 얹어 과거의 오류를 검증하고 새로운 가설의 맞음을 입증하는 일이다. 이런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기억력의 강도도 비교적 높게 유지된다.
이론적으로 보면 누구나 비슷한 수의 뇌세포(기억세포)를 갖고 태어나지만 어떤 사람은 공부도 잘하고 시험도 잘 치르며 창작에서 뛰어난 업적을 낸다.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어쩌면 암기를 잘 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뇌세포 간 네트워크가 훈련에 의해 잘 다져졌음을 뜻한다. 천재란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뤄진다는 말이 틀린 얘기가 아니다.
노인이 돼 기억력이 감퇴하는 것은 단지 뇌세포의 감소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나이 들어 집중해야 할 관심사가 없어지고 그저 안락한 삶만 추구해서 그런 측면도 있다. 예컨대 영어 단어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노인과 화투를 치며 소일하는 노인과의 기억능력은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인간은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동안 뇌가 퇴화하지 않고 행복을 느끼는 존재이므로 65세 정년을 폐지해야 한다는 게 미국 하버드대나 MIT대 뇌신경학자들의 주장이다.
인간의 이성은 뇌에, 감성은 심장에 있다?
흔히 머리는 차갑고, 심장은 뜨겁다고 말한다. 또 ‘머리로 말하지 말고 가슴으로 말하라’는 것은 냉정한 이성보다 따스한 감성으로 인간을 대하라는 훈계로 들린다. 결론적으로 감성을 포함한 모든 지적·심리적 역할의 사령부는 뇌다. 감성은 심장에 있지 않다. 심장은 뇌가 흥분할 때 벌떡벌떡 뛰는, 뇌의 지령을 받아 움직이는 지엽적인 기관일 뿐이다. 그러나 ‘마음=뇌’라는 물리주의적 등식에 반대해 뇌를 넘어서 몸을 통해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존재한다는 인지과학자들의 반론도 만만찮다.
뇌 무게나 두개골이 커야 지능이 높다?
아인슈타인의 뇌 무게가 평균보다 낮은 것처럼 뇌 무게와 지능의 비례관계는 없다. 원시인이 현대인보다 두개골이 컸지만 지능은 떨어졌다. 흑인이 백인보다 두개골이 크지만, 사회경제·교육 수준이 높은 백인이 흑인보다 지능이 높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입증돼 있다. 남성이 여성보다 두개골(뇌용적)이 8~13% 크지만, 여성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굵고 그 역할이 활발해 멀티태스킹에 강하고 현실적인 판단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오늘날 성별로 지능의 차이를 논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개인적·사회적인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격차다.
뇌 표면적이 지능과의 비례관계를 갖고 있다는 연구도 있는데 대뇌피질이 발달할수록 뇌 표면적이 넓어질 수밖에 없다. 뇌의 용량이나 뇌의 무게보다는 뇌세포 간 네트워크(시냅스)가 지능과 더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흔히 머리가 좋으면 뇌에 주름이 많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랑(회)과 고랑(구)로 이어진 대뇌 주름 구조는 태어날 때부터 형성된 것으로 머리를 많이 쓸수록 주름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뇌의 10%만 쓴다?
초기 뇌심리학자들이 인간 잠재성의 무궁무진함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말을 남발했다. 결론적으로 틀렸다. 만약 뇌의 10%만 일하고 90%가 쉰다면 뇌세포는 죽을 수밖에 없다. 뇌세포는 혈당과 산소를 미리 저장할 수 없고 그때그때 실시간으로 공급받아야 산다. 뇌는 체중의 2~3%에 불과하지만, 에너지는 20%나 사용한다. 이는 심장 다음으로 많은 에너지 사용량이다. 뇌는 자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일하며 쉬는 순간 죽는다. 인간은 뇌세포의 거의 100%를 활용하고 있으나 뇌훈련을 통해 고정지능(학습)과 유동지능(문제해결능력)을 더 늘릴 수 여지가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옳다. 진화를 통해 만물의 영장이 된 인간이 뇌세포를 90%나 놀리고 있을 까닭이 없다.
좌뇌는 이성, 우뇌는 감성을 관리한다?
‘뇌내혁명’이란 일본 베스트셀러의 영향으로 좌뇌는 이성·언어·논리를 지배하고 우뇌는 감성·공간감각·예술적 상상력 등을 담당한다고 널리 알려졌다. 대뇌 전두엽은 좌우가 각기 다른 작용을 한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논리와 수학 등을 지배하는 좌뇌에서, 여성은 감성과 창의적인 우뇌에서 우위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반대로 여성은 언어를 관장하는 좌뇌, 남성은 운동감각과 공간지각능력을 좌우하는 우뇌가 강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좌뇌와 우뇌는 뇌량을 통해 서로 소통한다. 여성의 유연한 사고는 남성보다 좌뇌와 우뇌를 고루 활용하는 멀티태스킹이 강하기 때문이란 주장도 있다.
정설이 없고 이런 걸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는 학자도 많다. 뇌가 완전히 이분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분석적·논리적인 좌뇌와 감성적인 우뇌를 통합하는 교육으로 이같은 이분법적인 편견을 털어내는 게 좋다.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지능이 높아진다?
모차르트는 다른 음악가보다도 인간 본연의 가장 자연스러운 리듬과 멜로디를 음악으로 승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0년대 후반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뇌를 자극해 지능이나 학습능률이 높아진다는 견해가 나왔다. 음악이 우뇌를 발달시켜 과학이나 수학 등을 잘하게 한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그러나 이같은 ‘모차르트 이펙트’ 주장은 최근 설득력을 잃었다. 그 효과가 길지도, 일관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차르트 음악이 10~15분은 뇌를 프레시하게 해줄 수 있다.
적당량의 술을 마시면 뇌건강에 좋다?
적당량의 음주는 뇌와 심장의 혈액순환(혈관이완)을 도와 건강에 이롭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 잔의 음주도 해롭다는 견해가 우세해지고 있다. 알코올이 뇌로 들어가면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늘려 행복감을 준다. 중추신경계의 통제기능을 억제해 결과적으로 평소 억눌려 있던 감정을 자연스럽게, 또는 무례하게 노출시키기도 한다.
알코올은 뇌세포를 죽인다. 그러나 일거에 뇌세포를 죽일 만큼 강한 독성을 갖지는 않아서 법적으로 심리적 유희를 즐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뇌세포는 본래 20대 이후 하루에 20만개씩 죽는데 음주를 하면 여기에 더해 수천~수만개가 더 죽는다. 술을 끊으면 뇌세포가 덜 죽을 뿐만 아니라 뇌세포가 새로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잦은 음주는 뇌세포의 일부인 수지상돌기를 손상시켜 정보소통에 지장을 준다. 알코올중독자는 뇌의 시상, 시상하부, 해마 등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해 기억저하, 학습장애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 알코올이 비타민B군(특히 티아민)의 흡수를 방해해 영양실조를 유발할 수도 있다. 임신한 여성이 술을 계속 마시면 태아의 뇌에 영향을 미쳐 태아알코올증후군(fetal alcohol syndrome, FAS)에 걸린 아기를 낳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