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을 치료하면 신장기능 저하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박희남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박제욱 심장내과 전문의), 양필성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심장내과 교수팀은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심방세동 환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 신장기능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심장과 신장은 어느 장기보다 상호 연관성이 깊다. 한 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장기도 망가져 ‘심신(心腎)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다. 심장 전문의들은 일반인보다 신장기능 저하 위험이 2~3배 높은 심장질환 환자의 표준 치료지침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신뢰할 만한 근거 연구가 없었다.
심방세동은 심장 내 심방이 규칙적으로 수축·이완 운동하지 못하고 불규칙하게 떨리는 부정맥질환의 하나다. 심장에서 나가는 혈액의 25%는 신장으로 공급된다. 심방세동으로 심장운동 기능이 떨어져 신장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신장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또 신장 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혈액이 내부에 정체되는 울혈이 생겨 장기 내부 압력이 상승하면서 신장기능이 저하된다.
연구팀은 2009~2012년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심방세동 환자 중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 571명과 약물치료만 받은 1713명을 5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시술군이 약물치료군보다 신장기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극도자절제술은 부정맥을 일으키는 부위를 절제하는 내과적 중재 치료법이다.
신장기능은 ‘사구체여과율’(GFR)로 평가했다. 사구체여과율은 신장이 1분 동안 깨끗이 걸러주는 혈액량으로 정상 수치는 1분당 90~120㎖이다. 시술군은 치료 전 81.4㎖에서 치료 5년 후 84.6㎖로 증가했다. 약물치료군은 81.8㎖에서 82.4㎖로 향상률이 시술군보다 낮았다.
이번 연구에서 전극도자절제술군과 약물치료군에서 5년간 정상 심장박동을 유지한 환자군은 심방세동이 반복적으로 재발한 환자군보다 신장기능이 평균 2.7배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희남 교수는 “전극도자절제술로 심장박동의 정상 리듬을 회복시키면 혈액 공급과 신장 내 혈액 흐름이 원활해져 신장기능이 회복된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번 연구는 심방세동 환자에 대한 전극도자절제술의 장기 치료효과를 실질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심장협회(AHA)가 발간하는 ‘미국심장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심방세동 전극도자절제술의 5년 후 신장 기능 향상(Five-Year Change in the Renal Function After Catheter Ablation of Atrial Fibrillation)’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