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예후 예측이 어려운 대장암을 인공지능(AI)으로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강경훈·배정모 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팀(제1저자 유승연 전공의)은 2005~2012년 채취한 환자 578명의 대장암 조직 슬라이드를 디지털화해 AI로 분석한 결과 기존에 사용하던 고가의 대장암 병기 진단법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28일 밝혔다.
대장암은 암종 중 국내 발생률 2위, 사망률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장암의 치료계획은 종양 크기, 임파선·원격 전이 여부를 기반한 TNM 병기를 기준으로 수립한다. 이른 병기로 진단된 환자는 수술 후 추적관찰하고 진행된 병기는 수술 후 항암치료를 추가한다. 많이 진행된 상태로 수술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항암치료 위주로 진행한다. TNM 병기가 환자의 예후, 즉 5년 생존율을 잘 반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장암은 TNM으로 예후가 명확히 예측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2기로 판정된 환자가 3기보다 더 나쁜 경과를 보일 때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그 중 대장암 조직에서 RNA를 추출한 뒤 마이크로어레이 또는 RNA시퀀싱으로 전체 유전자 발현 양상을 파악해 대장암을 분류하는 CMS 기법이 있다.
CMS는 여러 연구를 통해 검증됐고 종양 유형에 따라 5년 생존율뿐만 아니라 치료제 반응까지 다를 수 있다는 수준의 결과까지 발표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분석법은 매우 고가라 실제 환자에게 적용은 한계가 있다.
이번에 연구팀이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조직 슬라이드를 스캔해 디지털 이미지로 만든 뒤, 종양 조직 내 면역세포 침윤 및 섬유화 정도를 208종의 파라미터로 엄밀히 측정하는 AI 프로그램을 제작해 대장암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것이다.
연구 결과 이 다섯 가지 유형은 CMS의 종양 유형과 1대1 대응되는 특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류법의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해 분당서울대병원에서 2007~2012년 사이에 모집된 또 다른 대장암 환자 283명에게 적용한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배정모 교수는 “새로 개발한 분류법이 CMS와 동일한 결과를 나타낸 것은 조직병리 이미지에 대한 AI 기반 분석이 RNA를 이용한 전체 유전자 발현 분석만큼 유용한 정보를 추출하는 방법임을 의미한다”며 “이 정보를 기존에 알려진 예후 인자와 함께 활용하면 재발 위험성이 높은 대장암 환자를 조기진단 및 치료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제1저자 유승연 전공의는 학부 전공인 컴퓨터공학 지식을 활용해 AI 업체와의 협업 없이 공개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학술지 ‘임상암연구(Clinical Cancer Research)’ 온라인판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