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34-i10T2’, 최초로 1회용 엘리베이터 장착 … 2015년 UCLA서 CRE감염 2명 사망, 1회용 사용 권장
일본 호야(Hoya) 그룹 자회사인 펜탁스메디컬(Pentax Medical)의 1회용 십이지장경(duodenoscope) ‘ED34-i10T2’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는 재처리 및 재사용이 가능한 내시경의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수년 간 노력해 온 성과다.
십이지장경은 위내시경을 변형해 십이지장 유두부(십이지장의 두번째 부위에 해당하며 췌관과 담관이 만나는 부위, 소화를 돕는 담즙과 췌장액이 여기로 분비됨)를 통해 담관을 거슬러 올라가 담도·췌장·간 부위 질환을 진단 및 치료하는 기기다. 십이지장경과 조영제, 방사선 투사장비를 이용하는 대표적인 검사법이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ERCP, Endoscopic retrograde choangiopancreatography)이다. 담관으로 거슬러 올라가려면 특수장비인 엘리베이터(elevator)가 내시경 앞쪽 끝에 부착돼야 하고 이를 통해 조직 샘플을 채취하는 등 질병 진단이 용이해진다. 그러나 완벽한 살균 세척이 어려워 원내감염, 특히 치명적 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는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 CRE) 등 슈퍼박테리아가 엘리베이터 부위의 틈에 번식해 감염을 일으킬 소지가 컸다.
이 엘리베이터를 1회용으로 개발한 게 ED34-i10T2이다. 제프 슈렌(Jeff Shuren) FDA 의료기기 승인 책임자는 “1회용 엘리베이터가 장착된 십이지장경의 승인은 내시경검사 환자에서 감염 발생 위험을 낮추는 주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며 “의료기기 제조업체는 감염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되는 혁신적인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일선 병·의원과 검진기관은 상대적으로 재처리가 쉬운 일회용 부품과 의료기기 사용을 지속하거나 시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FDA는 2015년 3월말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의료센터에서 다수의 환자가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사건 이후 내시경기기 관련 규제를 강화해왔다. 당시 불완전하게 살균 처리된 십이지장경으로 인해 4개월간 같은 병원에서 179명이 CRE에 노출됐고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살균 재처리 과정을 거쳤지만 장치 틈새의 이물질이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아 검사 환자들이 그대로 CRE에 감염됐다.
이후 FDA는 내시경 감염사고를 경고했지만 제조사 측은 환자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같은 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십이지장경을 솔로 깨끗이 닦아내고 멸균제가 포함된 액체로 한 시간 동안 씻는 표준 과정을 제대로 거쳤음에도 여전히 기기에 CRE가 남아있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지난 8월엔 고정형 엔드캡(endcap)이 장착돼 세척이 어려운 올림푸스의 TJF-Q160·TJF-Q180V·PJF-160·JF-140F, 후지필름의 ED-530XT, 펜탁스의 ED-3490TK 등의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대신 1회용 엔드캡 등을 모든 의료기관이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FDA에 따르면 미국에선 연간 50만건 이상의 십이지장경 시술이 이뤄진다. 지난 4월 FDA가 세척된 십이지장경의 오염 및 감염률에 대한 안전감시 연구를 실시한 결과 십이지장경 검사 샘플 중 최대 5.4%에서 대장균·포도상구균 등 고위험군 미생물의 양성반응이 나타났다. 또 FDA는 전반적인 미생물 감염률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환자의 사망과 질병 발생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FDA는 지난 10월 버지니아주 알링턴시 GI사이언티픽(GI Scientific)의 1회용 십이지장경 커버 ‘ScopeSeal’을 승인했다. 이 커버는 내시경의 엘리베이터 영역을 방해하지 않고 환자간 교차오염을 감소시키도록 고안됐다. 이 멸균 캡은 부품이 기기의 작동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기기가 무난하게 위장관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