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소재 바이오벤처인 어냅티스바이오(AnaptysBio)가 지난 8일(현지시간) 항 IL-33항체 신약후보물질 ‘에토키맙’(etokimab 코드명 ANB020)이 중등~중증도(moderate to severe) 아토피성피부염 환자 대상 임상 2b상 시험이 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어냅티스바이오의 항 IL-33항체 에토키맙은 현재 아토피성피부염, 호산구성 천식(eosinophilic asthma), 만성 비용종(鼻茸腫) 동반 축농증 등의 세 가지 적응증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에토키맙은 천식 대상 임상 2a상 중간 연구를 마치고, 아토피성피부염 임상 2b상에 돌입했다. 미국 국립도서관이 운영 중인 온라인 임상시험 데이터베이스(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아토피성피부염 2b상을 일컫는 아틀라스(ATLAS)연구는 중등~중증도(moderate to severe) 아토피성피부염을 가진 성인 300명을 대상으로 위약과 에토키맙 4회 복용량을 비교했다고 밝혔다.
16주간 치료 후 의사가 판단하는 객관적 지표인 습진중증도평가지수(Eczema Area and Severity Index, EASI)를 측정한 결과 에토키맙의 4회 복용요법은 모든 1차 지표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습진 증상이 통계적으로 개선됐음을 보여줘야 하는 1차 지표에서 가려움증, 피부염증 등 증상 완화에 있어 위약보다 못한 효과를 보였다. 이날 발표 후 어냅티스의 주식은 개장 전 거래에서 70%이상 폭락했다.
불과 한 달 전 어냅티스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2a상 임상시험을 진행한 영국 옥스퍼드대 의학연구위원회(Medical Research Council) 인간면역학연구팀이 12명의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에토키맙을 1회 투약한 결과 29일 후 대상자의 83%(10명)가 증상이 경감되는 호전 양상을 보였다고 밝힌 것을 단번에 뒤집는 결과여서 충격적이다. 물론 임상시험 환자의 표본이 12명과 300명으로 큰 차이를 보였지만 일관성이 전혀 없는 임상시험 결과에 관련 바이오업계가 경악을 금치 못하는 상황이다.
함자 수리아(Hamza Suria) 어냅팁스바이오 회장은 “ATLAS 시험 결과에 놀라고 실망했다”며 “환자, 연구원, 전직원들을 포함해 이번 연구에 참여하고 지원해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앞으로 회사가 전적으로 소유한 신약개발의 전임상과 임상 파이프라인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전략을 이어가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실망스런 데이터로 인한 파장은 아토피성피부염 프로그램을 넘어 다른 영역까지 확장됐다. 어냅티스는 아토피피부염 임상 2a상 데이터의 평가 결과를 보고 에토키맙을 호산구성 천식(eosinophilic asthma)을 가진 환자 300~400명을 임상 2b상 연구단계로 진입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아토피피부염 연구의 총체적인 분석이 끝날 때까지 임상시험을 연기하겠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어냅티스는 만성 비용종(鼻茸腫) 동반 축농증을 겪는 성인 1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연구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중이다. 내년 상반기 톱라인 데이터를 공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8년 초 에토키맙은 땅콩 알레르기 치료제를 개념증명(proof-of-concept) 데이터가 공표됐으나 회사의 판단으로 몇몇 환자를 분석에서 제외해 결과를 좋게 보이도록 고쳤고 연구 규모도 20명(대조군 15명, 위약군 5명)에 불과해 신뢰에 관한 의문이 제기됐다. 그 후 알레르기 적응증은 파이프라인 후보에서 삭제됐다.
이 외에도 신약물질후보 ‘ANB019’를 개발하고 있다. ANB019는 항IL-36R 약물로 손바닥과 발바닥에 물집 등 발진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인 농포성건선(pustular psoriasis)과 손발바닥농포증(palmoplantar pustulosis)을 위한 약물이다. 염증성 질환 치료 용도로 개발 중인 PD-1작용제(agonist)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연내 신청할 계획이다.
어냅티스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협력해 암 신약물질후보를 개발 중이며 셀진과도 함께 진행 중인 한 쌍의 신약 개발을 가지고 있는 등 빅파마와 다수의 제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