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환자가 남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이유 없이 땀이 나고 만성적인 피로감을 느끼면 현저한 체중 감소 또는 증가를 초래한다. 전체 인구의 0.5~2.5%에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약물치료를 소홀히 하면 심장이 자꾸 뛰는 심계항진, 안구가 튀어나오는 안병증, 신경이 예민해지고 손발이 떨리는 증상, 근력 약화 등이 초래된다.
이유는 갑상선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돼 신진대사도 필요 이상으로 활발해져서다. 갑상선호르몬이 인체 전반에 해악을 끼치므로 ‘갑상선중독증’이라고도 한다. 갑상선중독증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질환은 그레이브스병(Grave’s disease)으로 전체 갑상선항진증의 75%를 넘게 차지한다. 갑상선자극호르몬(TSH) 수용체에 대한 항체가 생겨 이 항체가 TSH와 유사한 역할을 함으로써 갑상선호르몬의 분비가 급증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 뒤를 이어 무통성 갑상선염, 아급성 갑상선염, 중독성 결절이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초래한다. 갑상선호르몬제를 과량 복용할 경우에도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갑상선항진증의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 방사성요오드 치료, 수술치료로 나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법은 약물치료로 대부분 우선적으로 경구 약물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항갑상선제를 이용한 약물치료는 갑상선에서 갑상선호르몬이 생성 혹은 분비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방사성요오드 투여나 수술치료는 갑상선조직을 파괴 혹은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치료법 중에 가장 많이 쓰이는 약물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강력한 메티마졸, 순한 프로필치오우라실 … 항갑상선제 부작용엔 주의해야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치료는 갑상선호르몬의 합성을 억제하는 항갑상선제를 쓰는 게 일반적이다. 프로필치오우라실(propylthiouracil:PTU 부광약품 ‘안티로이드정’), 메티마졸(methimazole 부광약품 ‘부광메티마졸정’), 카비마졸(carbimazole 다림바이오텍 ‘카멘정’, 유럽에서 주로 쓰며 메티마졸과 유사한 약효로 국내서는 별로 처방되지 않음) 등이 있다.
메티마졸은 갑상선호르몬이 만들어지는 초기 단계에서 타이로신과 요오드가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는 반면 프로필치오우라실은 말초조직에서 T4가 활성형인 T3로 전환하는 것을 억제하므로 약성이 순하다고 볼 수 있다. 전자는 갑상선억제기능이 후자의 10배에 달한다. 또 혈중 반감기는 메티마졸이 6~12시간으로 길어 하루 한번 복용으로 충분한 반면 프로필치오우라실은 1~2시간에 불과해 하루에 2~6번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부작용면에서 메티마졸은 무과립구혈증 및 백혈구감소증이 나타나는지 긴장해서 살펴봐야 한다. 무과립구혈증이 발생하면 응급상황이다. 면역력을 상실해 감염 위험에 빠지게 되므로 일단 항갑상선제 투약을 중단하고 항생제를 투여한 다음 10~15일간 회복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 무과립구혈증은 비정상적 백혈구 생성으로 인후통을 동반한 고열 증상이 특징이며 복용 환자의 약 0.1~0.5%에서 나타난다. 보통 치료 시작 2개월 만에 발생하는데 메티마졸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며 아무리 주의해도 갑작스럽게 나타나기 때문에 사전 예측이 어렵다.
반면 프로필치오우라실은 피부발진, 두드러기, 관절통, 경미한 발열, 일시적 백혈구감소증을 나타내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어서 임산부, 수유부, 소아가 사용할 수 있다. 피부발진, 두드러기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면 항히스타민제나 경구용 스테로이드제로 대처한다. 일반적으로 메티마졸의 부작용이 심하거나, 갑상선기능항진증의 병세가 약하거나, 치료 초기일 때는 프로필치오우라실을 처방하는 추세다.
항갑상선제 치료는 시작 후 약 4~8주가 경과되면 정상 또는 정상에 가깝게 되는 이때부터 용량을 서서히 줄여나간다. 3개월 간격으로 갑상선기능검사를 시행해 차도가 있는지 알아본다. 적어도 1~3년 정도 복용하면서 치료하는 게 원칙이다. 일부 1년 미만에 낫기도 하지만 이런 비율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정해진 복용량과 시간을 지켜야 한다. 불충분한 양을 투여하거나 불규칙적으로 복용해 갑상선을 완전히 제압하지 못하면 치료가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수도 있다.
항갑상선제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시적 소화장애는 항갑상선제에 의한 것이 아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에 의해 빨라져 있던 위장관 운동이 정상화되면서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화가 잘 안되고 더부룩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곧 적응이 되면서 완화되기 때문에 특별히 위장약이나 소화제를 함께 먹어야 할 필요는 없다.
항갑상선제 치료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중간에 다른 약을 함께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다행히도 항갑상선제는 다른 약과 함께 사용해도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베타차단제 및 신경안정제로 증상 완화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생기면 손이 떨리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므로 이를 완화시키기 위해 베타차단제 계열의 고혈압약인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 동광제약 ‘인데놀정’), 아테놀롤(atenolol 현대약품 ‘테놀민정’), 나돌롤(nadolol 한국콜마 ‘나도가드정’)등을 투여한다. 프로프라놀롤이 아테놀롤보다 갑상선항진증 완화 효과가 우수하다.
또 불면, 불안증, 신경과민이 심하면 디아제팜(diazepam 한국로슈 ‘바리움정’), 졸피뎀(zolpidem 한독 ‘스틸녹스정’) 같은 신경안정제를 복용한다. 약물요법은 혈중 갑상선호르몬 수치를 4주 간격으로 측정해 치료효과를 점검한 뒤 문제가 있으면 처방을 조절하는 게 상례다.
약물요법으로 효과가 없고 증상이 극심하게 나빠지면 갑상선을 파괴해주는 방사성 요오드를 캡슐 또는 물약의 형태로 복용한다. 그러나 방사선치료는 갑상선 파괴 정도가 해가 가면서 점증하므로 15년 후엔 80%에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나타나는 한계가 있다. 이런 치료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없고 2년 후 항진증이 재발해 악화되면 수술로 갑상선의 4분의 2~3 가량을 절제한다. 수술은 아무리 잘 돼도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저하증이 어느 정도 심화되는 후유증을 남기므로 환자의 약 1% 만이 받는 추세다. 결론적으로 방사선치료와 수술치료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좋고 먼저 해야 하는지 딱히 규정할 수는 없다.
약물치료 효과 높이는 생활수칙 … 요오드 섭취 줄여야
생활수칙으로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는 요오드 섭취를 줄여야 한다. 그렇다고 일상에서 김, 미역, 다시마 등의 해조류처럼 요오드를 다량 함유하고 있는 식품을 일절 금하라는 뜻은 아니지만 일부러 먹을 필요는 없으며 천일염, 젓갈류, 구강세정제 등을 통한 요오드의 흡수는 피하는 게 좋다. 흡연은 안구돌출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커피나 술은 심계항진이나 손떨림 증상을 더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절제한다. 사우나나 뜨거운 물에서 지나치게 오래 목욕하는 것을 피한다. 가려움증이 있는데 더운 물로 목욕하게 되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효과적인 민간요법이나 건강기능식품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지 않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