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 동탄에 안암·구로·안산병원에 이어 700병상 규모의 제4병원 설립을 추진 중입니다. 동탄은 1300병상 정도가 부족한데, 화성시 인구는 계속 유입되고 있습니다. 동탄 제4병원은 ‘예정’이 아니라 ‘확정’입니다. 공모 경쟁에서 꼭 이길 것입니다”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고려대의료원장은 27일 고려대 의대 제1의학관에서 ‘미래혁신 2028 대전환’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제4병원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의료원은 2028년 의과대학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연구·진료·교육 전 분야에 걸쳐 미래 의료를 혁신하는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윤 의료원장은 “고려대의료원을 글로벌 탑티어 메디컬 브랜드로 만들 것”이라며 “100주년인 2028년까지 중증·난치성질환 중심의 의료기관으로 대전환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앞서 윤 원장은 2023년 취임 당시 ‘국내 1위, 세계 30위권 연구중심 의료기관’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인재육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연구중심병원 체제를 공고히 하며, 인프라 강화 차원에서 양성자치료기를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제4병원은 동탄역에서 가까운 곳에 지어져 GTX를 통해 경기도 서남부는 물론 전국의 환자들이 접근하기 쉬울 전망이다. 2030년에 착공해 2035년 개원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진행하는 동탄2 택지개발사업지구에 들어서는 대학병원을 차지하기 위해 고려대 외에 순천향대병원, 중앙대병원이 사업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미 동탄에는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이 들어서 터를 잡고 있지만 ‘병상총량제’ 적용 지구가 아니어서 신규 병상이 추가될 여력이 크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이 지구에는 아파트 4300가구가 건출될 예정이어서 배후가 크고 유망하다고 고려대 측은 설명했다. 당초 의료원은 과천이나 남양주에 제4병원 신설을 모색했으나 인구수나 향후 성장세 등을 감안해 동탄을 최종적으로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윤을식 고려대의료원장이 지난 27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래혁신 2028 대전환’의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윤 의료원장은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인재육성이 비전 실천의 밑바탕이 된다”며 “제4병원 건립에 앞서 출신 학교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최근 5년간 150명의 교수진이 순증했으며, 오는 9월에는 40명의 신임 교원 임용이 예정돼 있다. 통상적인 의대 교수 정원의 10~15%에 해당하는 인력을 추가로 보유함으로써 제4병원 개원에 소요될 인력을 미리 확보한다는 취지다.
윤 의료원장은 “미국 존스홉킨스대와는 의대생 교류를 통해 세계 최초 수준의 임상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예일대와는 의과학자 양성을 양성을 위해 박사 진학 기회까지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 의대생 및 예비 의사과학자에게는 체재비, 교통비 등이 제공된다. 또 고려대 의대 대학원 자체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는 경우에는 학비의 80%를 지원한다.
또 과거와 같이 전공의를 혹사시킬 수 없는 상황을 고려, 미국 전공의·전임의 교육프로그램 구축 및 수련병원 인증기관인 ACGME(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와 협정을 맺고 미국식 전공의 교육 시스템을 한국에 정착시킬 계획이다. 전공의에게 “일을 시켜먹기보다는 의술을 연마할 수 있도록 수련 환경을 개선하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게 의료원의 청사진이다.
이날 기자들에게 공개된 의대의 기초의학 실험실이나 해부학실습실은 마치 제약기업 연구소처럼 널찍하고 멀티미디어로 교육효과를 넓히며 기자재 수준도 높았다. 한꺼번에 거의 1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 설계는 서울대 등 국내외 의대를 벤치마킹한 것인데, 지금은 신증설을 앞둔 다른 의대 관계자들이 견학을 올 정도로 훌륭하게 꾸며져 있다.
양성자치료는 이미 국립암센터, 삼성서울병원이 가동학 있는 초정밀 차세대 방사선 암 치료기기로 도입엔 약 15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원은 또 ‘로봇수술의 명가’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 최초로 최신 로봇수술기기 다빈치 5(da Vinci 5)를 안암병원에 도입했다. 김선한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의 로봇수술법은 로봇 개발·제조사인 미국 인튜이티브사로부터 직장암 로봇수술 표준화작업의 기준으로 결정됐다. 김현구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의 단일공 흉부 로봇수술법도 전 세계 표준수술법으로 인정받고 있을 정도다. 안산병원도 지난해 연말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로부터 새로운 갑상선암 수술법인 ‘단일공 GOSTA 로봇수술’ 에피센터로 지정받기도 했다. 현재 총 4대의 로봇수술기기를 운영 중인 안암병원은 로봇수술 1만례를 돌파했으며, 구로병원도 고난도 단일공 로봇수술 2000례를 넘어섰다.
의료원은 축적된 의사인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작년 연말 3개 산하병원 모두 보건복지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사업에 전격 참여시켰다. 구조적 대전환을 통해 중증희귀난치성질환의 ‘치료 종결기관’ 역할에 집중할 방침이다. 한 차원 높은 상급종합병원 모델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다.
고려대의료원은 트리플 연구중심병원 체제를 갖췄다. 산하 안암·구로·안산 병원 모두 모두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된 유일한 국내 의료기관이다. 안암병원은 ‘의생명공학’, ‘정밀의학’, ‘스마트 헬스케어’, ‘의료데이터’를 중점으로 연구개발 센터를 운영하며 전주기 연구를 수행해왔다. 구로병원은 개방형 실험실과 G밸리 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사업 운영을 통해 산학연 개방형 융합 연구 인프라를 구축했다. 안산병원은 연구 공간을 확장해 동물·세포실험 시설을 늘렸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의 제브라피시 실험실을 자랑하며, 현재 30개 이상의 첨단 공동연구 장비를 운영 중이다.
연구에 대한 투자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의료원이 지난 3년간 수주한 외부 연구과제 규모는 5000억원을 넘는다. 같은 기간 지식재산권 출원 건수는 1200건, 계약한 정액 기술료는 627억 원에 달한다.
특히 의료원은 오는 6월 16일경에 개관하는 ‘정몽구 미래의학관’을 통해 백신 연구 역량을 한층 강화한다.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는 융복합 첨단 연구의 허브로 통한다. 이곳엔 국내 첫 민간 주도 전주기 백신개발 플랫폼인 백신혁신센터가 들어섰다. 대규모 생물안전 3등급 시설과 고성능 분석 장비를 갖춘 의료원은 정부 인증 GCLP 시설을 구축하면서 한타바이러스에 대한 mRNA 백신을 모더나와 공동 개발에 나선다. 백신혁신센터에는 500억원이 투입됐으며 장차 10년 주기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종감염병’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백신을 개발함으로써 ‘백신주권’을 확보한다는 의지다.
의료원은 사회적 품격을 갖춘 기관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의료기관 최초로 ‘ESG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3년째 발간하는 등 ESG경영 실천을 앞세우고 있다. 산하 캠퍼스 및 병원의 에너지 사용 및 탄소배출을 저감하고 신재생 에너지(태양광·지열) 비율을 높이는 ‘탄소배출 감축 시나리오’를 시행하고 있다. 또 코오롱과의 협업으로 원내 폐유니폼을 고품질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로 재생해 새 유니폼을 제작하고 있다. 있다.
해외 저개발국가 환자들을 위한‘글로벌 호의 생명사랑 프로젝트 / 펠로우십’도 활발하다. 경제적 어려움과 의료서비스 접근 제약으로 질병에 시달리는 세계 곳곳의 환자들을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는 2028년까지 해외환자 100명 치료와 의료진 100명 연수가 목표다. 병원계 최초로 수어통역사를 정식 채용해 진료 예약부터 약국동행 방문까지 의료서비스 전 전 과정에 수어통역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2023년부터 정식 도입해 농인들이 어려움 없이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윤 의료원장은 “많은 노력과 향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려대의료원은 타 의료기관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며 “유튜브 채널 활성화 및 홍보인력 확충을 통해 의료원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도 신경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4병원 추진을 비롯해 안암병원 본관 리모델링(필수 진료과목 집중 및 수술실 확충), 구로병원 신축(새암관) 등 인프라 개선, 양성자치료기와 수술로봇 도입을 통한 첨단시술 활성화, 젊고 유능한 의료진에 대한 공격적 영입을 통한 인재 확보, 백신 및 의료기기 개발의 자양분이 되는 연구중심병원 육성 등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고려대의료원을 초격차 초일류 의료기관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