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항암제 임상개발 협력 … 베이진, 골다공증·골수종·백혈병 등 유망치료제 판권 받아 중국 시판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암젠이 중국 제약사 베이진(BeiGene)의 지분 20.5%를 27억달러에 인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밝혔다. 이번 투자로 베이진은 암젠의 중국시장 진출과 종양 치료제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베이진은 지난해 홍콩 상장을 통해 9억300만달러를 모금하고 600명 규모의 임상개발 그룹을 설립하는 등 중국 생명공학 분야의 주요 주자로 성장했다. 베이진은 투자금 유치를 통해 서구 기업들의 징검다리가 됐다. 잠재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가진 중국의 암 관련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외국 기업들은 관심을 보였다.
암젠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베이진 지분을 시가 대비 25% 프리미엄을 얹어 매입했다. 이번 계약 조건에 따라 베이진은 암젠이 보유한 항암제 파이프라인 중 20개의 개발 및 판매를 중국시장에서 진행하게 됐다.
베이진은 연구개발 소요비용에 12억5000만달러까지 분담하기로 했으며 비용을 지불하는 대가로 중국에서 7년 간 발매를 맡기로 했다. 향후 베이진은 KRAS-G12C 억제제인 ‘AMG-510’을 제외한 최대 6개 제품의 중국시장 내 권한을 보유하게 된다.
이번 거래에서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암젠의 약품으로는 골다공증 치료제 ‘엑스지바’(Xgeva), 골수종 치료제 ‘키프롤리스’(Kyprolis), 백혈병 치료제 ‘블린사이토’(Blincyto) 등이다. 엑스지바는 중국에서 지난 9월 발매에 들어갔으며 키프롤리스와 블린사이토는 현재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베이진은 처음에 이 세 가지 제품의 이익을 모두 나눠 갖는다. 5년, 7년 후에는 이 중 두 가지 약물의 권리가 암젠에게 돌아가며 이후 베이진은 5년간 로열티를 받게 된다. 베이진은 세 가지 약물 중 하나의 판권을 영구 취득하게 된다.
또 AMG510을 제외한 암젠의 모든 암 관련 약물의 글로벌 판매 로열티도 받게 될 예정이다. 이는 암젠이 전세계적 임상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양사간 협업이 유용성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를 반영한다. 암젠은 이번 거래가 내년 초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로버트 브래드웨이(Robert Bradway) 암젠 회장은 “베이진 측과 전략적 제휴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암젠이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에서 존재감을 확대하면서 더 많은 수의 환자들에게 도움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투자분석기관인 제프리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거래를 두고 암젠에게 ‘영리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마이클 이(Michael Yee)는 투자자에게 발송한 쪽지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제약계에 노출될 수 있는 명확하고 좋은 근거가 있기 때문에 베이진과의 협업 및 투자는 긍정적이다. 초기 투자와 인프라는 장기적으로 10억달러 이상의 추정 수익을 거둬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중국 제약시장은 2023년까지 연간 3~6% 성장이 전망된다. 더욱이 중국은 자국민에게 항암제 등 신약을 공급하고자 외국 약품에 대한 승인을 늘리고 있다. 중국에서는 매년 약 400만명의 암환자들이 신규로 암을 진단받고 있는 데다 한해 230만여명이 암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항암제 시장에 군침을 흘리기 마련이다.
다국적 제약사 머크(MSD)의 지난 3분기 중국 매출이 90% 늘어난 것은 이를 자극하는 한 사례다. 암젠은 2011년 이래 진출 국가 수를 50여개국에서 100여개국으로 확대했을 만큼 글로벌 마켓에서 존재감을 끌어올리는 데 매진하고 있고 중국 시장에서의 승부수가 어떻게 귀결될지 주목된다.
베이진의 주가는 지난 1일(미국 현지시간) 나스닥 시간외거래에서 25% 급등했다. 지난해 베이진이 2차 상장을 한 홍콩에선 이날 암젠과 거래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사상 처음 기업공개(IPO) 당시 가격을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