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면역세포, 줄기세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시대가 열린다면 어떤 비극이 벌어질까? 이런 첨단기술이 범죄에 이용하는 악마적인 전문가들의 심리는 어떤 걸까?
국내 교정치과의 ‘숨은 실력자’로 불리는 채화성 UC서울치과교정과 원장이 독창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첨단의학 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윤리적, 실존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철학적 해답을 고민하게 하는 의학 판타지 심리소설을 최근 출간했다.
이 소설은 유전공학자인 민창수가 구애를 했다가 거절당한 미국 유소유 하버드대 생물물리학과 교수의 혈액 속 DNA를 이용해 유소유 복제인간을 만드는 데서 시작한다. 캘빈 박사는 ‘유전자 발현 조절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민창수 박사의 집에 초청받았다가 복제인간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사랑에 실패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하나 만들어 가지면 그만인가?
맥박, 심장박동수 등 인간 고유의 주파수나 진동현상을 바탕으로 조직검사에만 의존하던 기존 진단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진동생물학의 대가로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유소유의 복제인간이 멍하니 백치처럼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창수는 캘빈 박사에게 “이 소녀에게도 영혼이 있을까요’라고 묻는다.
소설에는 암 유발 단백질이나 유전자를 수술 중에 집어 넣어 몇년 후 죽게 만드는 데 재미를 붙인 사이비 외과의사도 등장한다. 소설은 민창수가 유소유에 대해 지적으로 열등한 것, 짝사랑이 외면받은 고통에 대한 복수로 이런 일이 벌어졌고 단지 민창수뿐만 아니라 범죄조직 같은 첨단기술로 악행을 저지르는 의사 동호인들이 하나둘이 아님이 드러나면서 씁쓸하게 끝난다.
채 원장은 “생명과학의 진보는 인류에게 수명 연장은 물론 난치병 극복을 통한 불로장생을 선물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만, 인류의 공존과 번영을 위해서는 첨단 생명과학을 관찰자 시점이 아닌 참여자의 시점에서 냉철하게 바라봐야 하고 기존 윤리적 통념이 과학발전이란 미명 하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신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 원장은 서울대 치대 2학년에 재학 중일때 써놓은 초고를 바탕으로 20여년간 숙성시킨 사고와 과학적 인문학적 지식을 더해 생명윤리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담긴 이번 소설을 내놓았다. 그는 “초등생 아들과 대담을 통해 이 소설에 담아야 할 의미를 정제하는 창작 과정에서 그동안의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작가에게 작품은 정신의 자식과 같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 출간을 계기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기분”이라며 “시간이 되면 2권, 3권 등 연작 시리즈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과의사 외에 문인의 반열에 오른 채화성 작가는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로스엔젤레스(UCLA) 치대 교정과와 이스트만치과센터(Eastman Dental Center) 턱관절장애(Temporomandibular Joint Disorders, TMJD 과정을 수련했다.
2009년 미국 UCLA대에서 치과교정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이 학교 치과교정과에서 미국 국적이 아닌 외국인이 정식 수련의로 선발된 것은 그가 최초다. 2013년에는 국내 치대 교수도 따기 힘들다는 미국 치과교정학회 디플로메이트(American Board of Orthodontics Diplomate) 자격을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