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성모병원, 20m옆 강남성심병원 신관 들어서 ‘유방암 특화’로 대응 … 건강검진환자 대형병원 잠식 우려
관악·구로·금천구 등 서울 서남부 일대가 주변 인구 증가, 교통접근성 상향 등 호재가 겹치며 새로운 ‘메디컬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등 이 지역 대학병원들이 환자 수요 증가를 흡수하기 위해 외연 확대에 나선 가운데 규모나 재정 면에서 열악한 지역 중소병원들은 특정 질환에 대한 치료역량을 강화하는 등 특성화 전략으로 자구책을 찾고 있다.
서울 서남부 지역은 관악구 52만명, 구로구 44만명, 영등포구 40만명, 금천구 25만명 등 150만명이 몰려사는 인구 밀집지역이다. 낙후된 아파트와 주거지역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재건축 공사가 진행 중이고 2021년에 서울대에서 여의도 샛강역까지 연결되는 경전철 신림선(11정거장), 2024년에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이어지는 신안산선(15정거장)이 개통될 예정이라 더욱 가파른 인구 증가가 예상된다. 이 지역과 가까운 부천시와 광명시 인구도 꾸준히 늘고 있어 지역병원 간 환자 유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지역은 서울에서도 2차병원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다. 3차병원인 상급종합병원은 고려대 구로병원이 유일하며 대학병원급인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서울시보라매병원과 종합병원인 대림성모병원, 명지성모병원, 양지병원 등이 모두 2차병원이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1100병상 규모에 2014년 암병원 건립, 2회 연속(2013·2016년) 연구중심병원 지정 등 양적·질적 성과를 바탕으로 내원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어 당분간 서울 서남부 ‘맹주’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서울시보라매병원(760병상)은 서울 서남부권에서 유일한 공공의료기관으로 저소득층과 고령 거주자가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공공병원’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협력병원인 서울대병원 의료진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시·도립병원 최초 폐이식 성공, 2017년 연구비 수주액 100억원 돌파 등 성과를 거뒀으며 저소득 암환자를 타깃으로 하는 시립병원 최초의 암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은 지난 9월 2일 4년여간의 공사 끝에 신관 건물을 개소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병원 측은 2013년 폐업한 대림시장 내 예식장과 인근 건물 부지(대지면적 5292㎡, 1600평)를 인수하고 2015년 신관 착공식을 가졌다. 신관은 총 두 개 동에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병동, 신생아중환자실, 안과·소아청소년과·이비인후과·가정의학과 진료실, 수술실 등이 들어섰다. 신관 개설로 기존 600병상에 50여병상을 추가해 총 650병상을 운영하게 됐다. 이밖에 2021년엔 650병상 규모의 중앙대 광명병원(광명시 일직동)이 개소를 앞두고 있다.
대학병원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중소병원들은 ‘공룡들 싸움에 말라죽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먼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대림성모병원이다. 지난달 오픈한 강남성심병원 신관 건물이 불과 병원에서 2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강남성심병원은 대학병원임에도 아직 2차병원이라 내원 환자층이 비슷한 200~500병상 규모 종합병원과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아무래도 지리상 가장 가까운 대림성모병원이 영향을 받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림성모병원 관계자는 “처음 강남성심병원 신관 건립 소식이 알려졌을 때 병원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현재 내원 환자가 눈에 띄게 감소하는 특별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이미 2015년부터 유방암 등 유방질환 특화 체제로 전환해 타깃 환자층이 차별화되는 만큼 새 병원 건립 등 외부요소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969년 김광태 대림성모병원 이사장이 설립한 이 병원은 20병상으로 시작해 꾸준히 병원 규모를 키워오다 2015년 김 이사장의 아들인 김성원 병원장 체제 출범 후 급변하는 의료환경에 대비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유방암 진료에 포커스를 맞추기 위해 한 때 400병상 가까이 운영하던 병상 수를 300병상대로 줄이는 대신 대학병원 출신 유방외과 전문의를 영입하고, 항암약물치료와 유방재건을 위해 혈액종양내과·성형외과 등 진료과를 신설했다.
국내에 3곳 밖에 없는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인 명지성모병원도 지난 4월 외래센터를 증축하고 통증재활센터를 개소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 병원 관계자는 “서울·경기권에서 하나뿐인 뇌혈관전문병원이라 인근 주민 외에 전국 각지에서 환자가 내원하기 때문에 주변 의료환경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편”이라며 “내원 환자의 절반가량이 중국인인 특성을 고려해 직원 대상 중국어 교육 등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림역 인근에 위치한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도 지난 7월 고도비만 치료 권위자인 김용진 전 순천향대 서울병원 외과 교수를 영입하고 병원 건너편 건물에 제2연구동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서남부 지역 한 중소병원 관계자는 “인근 대학병원이 시설 확장이나 의료진 영입 등 외적인 규모를 키운다고 해서 중소병원에서 잘 진료받던 환자가 당장 병원을 옮기지는 않기 때문에 단기간에 통계에 잡히는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경쟁병원이 대학병원급이라면 신규 환자 유치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어 장기적인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특히 이 지역 중소병원들의 주 수입원이었던 건강검진 부분에서 타격이 클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