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평소보다 건조하고 예민해진 피부 탓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하얗게 일어나는 각질과 아무리 덧발라도 들뜨기만 하는 메이크업에 수시로 미스트를 뿌려보기도 하지만 가뭄 난 피부 앞에서 어쩔 도리가 없다.
피부노화의 적인 건조함을 이대로 내버려둘 순 없는 법. 적절한 보습제(Moisturizer)를 선택해 피부를 지켜야 한다. 추워졌다고 단순히 유분기 많은 제품으로 화장대를 재정비하는 것은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수분 가득 머금은 촉촉한 피부를 원한다면 보습제의 종류와 특성을 알고 제품을 고를 필요가 있다.
보습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방법으로 이뤄진다. 하나는 수분을 각질층에 공급하는 것, 다른 하나는 각질층에 공급된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것이다.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피부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해야 하는데 이렇게 막을 형성해 주는 보습제를 ‘밀폐형 보습제’라고 한다. 반면에 수분을 적극적으로 끌어당겨서 각질층에 수분을 공급해주는 보습제를 ‘습윤형 보습제’라고 한다. 대다수 제품은 두 성분이 적절히 혼합돼 있으며 배합 비율이 조금씩 다르다.
밀폐형 보습제는 피부 표면에 유막을 형성해 수분 손실을 방지하며 피지막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미네랄 오일, 바셀린, 실리콘 등이 밀폐형에 해당된다. 바셀린은 가장 오래된 밀폐제이며 페트롤라툼(petrolatum)이란 성분을 상품명인 바셀린으로 통칭할 정도로 대표적이다. 수분 손실을 98% 이상 방지하고 높은 산화 안정성을 가진다. 다소 끈적거리는 느낌이 불쾌감을 유발하지만 여드름이나 알레르기를 유발하지는 않는다. 입술·입주변·항문에 사용하기 적당하다.
실리콘 성분 계열인 디메치콘(성분명 Dimethypolysiloxane, dimethicone), 사이클로메치콘(cyclomethicone) 등은 오일프리(oil-free) 제품에 흔히 사용된다. 끈적거리지 않고 발림성이 좋다. 화장품의 발림성을 좋게 하기 위해 애용되는데 디메치콘이 모공을 막아 피부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해 기피하는 소비자도 있다. 옹호론자는 디메치콘이 겹겹이 층을 형성하지만 모공을 막지 않고 통기성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비판론자는 모공을 막는 단점이 여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병순 셀파크피부과 원장은 “미네랄 오일이나 바셀린은 발암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위험한 것으로 오해받지만 실제로는 매우 안전한 성분”이라며 “무조건 기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광물성 오일이 피부호흡을 막고 여드름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찍혀 있지만 화장품에 사용되는 원료는 순도가 높고 정제가 잘 돼 피부에 발라도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습윤형 보습제는 대기나 각질층 아래 수분을 각질층으로 끌어당긴다. 대표적으로 글리세린은 강력한 습윤제이자 피부연화제다. 각질층 지질의 결정화를 억제해 안정화하고 교소체(橋小體, Desmosome, 세포 사이를 강한 접착력으로 연결해주는 구조나 접착 성분) 분해를 촉진한다. 각질층 내 단백질이나 지질과 수소결합을 이루거나, 주위의 수분과 수소결합을 이뤄 표피에서 수분 손실을 억제해 주는 역할을 한다.
우레아(urea)는 흔히 ‘요소’로 불리는 피부연화제다. 피부외용제로서 보습·각질용해·항균 작용을 한다. 농도에 따라 10% 이하인 제품은 보습효과가 있어 피부건조증에 쓰고, 20~40%의 고농도 제품은 각질용해제로 사용한다. 주로 핸드크림으로 사용되며 노인성 건조피부에 효과적이다. 이밖에도 프로필렌글리콜(Propylene Glycol), 하이드록시산(Hydroxy acid), 피롤리딘 카르복실산(pyrrolidine carboxylic acid) 등이 있다.
보습에 피부장벽 기능 회복효과까지 갖춘 세라마이드(ceramide)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보습제다. 피부장벽처럼 지방과 수분의 손실을 막고 자외선 손상 보호에도 도움을 주며 주로 아토피용 보습제로 쓰인다.
기존 보습제는 기본적으로 습윤·밀폐기능으로 피부건강을 유지했다면 세라마이드 보습제는 생체친화적 특성을 살려 피부 장벽을 강화한다. 세라마이드는 세포간 지질의 주성분이다. 세포간지질을 구성하는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자유지방산을 3대1대1 비율로 혼합한 외용제를 도포하면 지질 혼합물이 피부장벽기능을 회복시키고 수분손실을 방지한다. 대표적으로 ‘제로이드’, ‘피지오겔’ 등의 제품이 있다.
보습제는 피부 타입이나 사용 부위에 따라 달리 선택해야 한다. 건성피부 혹은 전신에 바르는 용도라면 밀폐형이 좋다. 끈적거림이 심할수록 피부보호 효과가 크다. 반대로 지성피부이거나 얼굴에 바를 때는 습윤형을 선택한다. 수분 함량이 많은 순으로 로션, 크림, 연고로 나뉘며 연고가 가장 뛰어난 보습 기능을 갖고 있으므로 건성피부는 연고를, 지성피부는 로션을 선택하는 게 좋다. 지나치게 유분기가 많은 보습제는 피부 트러블이나 비립종(脾粒腫)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한다.
보습제 선택만큼 사용법도 중요하다. 땀이 나거나 바람을 맞으면 피부에 바른 보습제는 씻겨 내려간다. 지속력 좋은 제품을 한 번 바르는 것보다 지속력이 짧은 제품이라도 여러 번 덧바르는 게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