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새로운 국장을 맞이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스테판 한(Stephen Hahn) 텍사스주 휴스턴시 소재 MD앤더슨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 이사를 네드 샤플리스(Ned Sharpless) 임시 국장을 이을 차기 리더로 선정했다. 한 이사는 펜실베니아대 의대(University of Pennsylvania School of Medicine) 방사선종양학과장을 맡았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외신들은 내부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를 알렸으며 샤플리스의 대리 임기가 끝날 때쯤인 다음주 11월 1일까지 결정 여부가 승인될 것으로 내다봤다.
FDA 새 국장 취임은 지난 3월 스캇 고틸리브(Scott Gottlieb) 전 국장이 취임 2년 만에 자진 하차를 선언한 후 7개월 만이다. 고틸리브는 담배와 전자담배 산업을 강하게 규제하는 등 FDA국장으로서 전형적인 규제 범위를 넘어선 행보를 보여줬다. 처방의약품 업계가 약가를 비싸게 받고 있다고 자주 일침을 가했다. 특히 일부 제약회사들이 로비를 통해 가격경쟁을 피하려는 행태가 시스템을 갖고 노는 것이라고 비난해 미디어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반면 그가 재임한 2018년에 의약품 승인 건수가 최고조에 이르러 제약업계 친화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후임자로 샤플리스를 지지했다.
샤플리스는 대통령령에 따른 권한 대행 규정에 따라 오는 11월 초까지만 임시 국장으로 근무한다. 그동안 새로운 FDA 국장 후보들이 추천됐다. 유력 후보로 거론된 인물은 샤플리스와 스테판 한을 비롯해 알렉사 킴벌(Alexa Kimball) 하버드대 의대 피부과 교수이자 베스 이스라엘 디코네스 메디컬센터(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 대표도 거론됐다.
이전에 국립암연구소(NCI, National Cancer Institute) 소장을 지낸 샤플리스는 여전히 유력한 우승후보로 전망되지만 외신들은 스테판 한이 최근 몇 주 새 경쟁 대열에 올랐다고 전했다.
검증 과정에서 스티븐 한 신임 국장 지명자가 직면할 가장 큰 논란거리는 현재 미국에서 큰 이슈로 떠오른 전자담배 흡연(vaping) 관련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FDA는 최근 몇 년간 문화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약품 승인에 대한 느리고 신중한 접근방식으로 인해 업계나 환자가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신속한 검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됨에 따라 산업 전반에 걸쳐 비용을 절감하고 효능을 높이라는 규제 완화 지침이 가 내려졌다. 의약품 관련 규제도 예외가 아니다.
3년 전 한 사례로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시 소재 사렙타테라퓨틱스(Sarepta Therapeutics)의 뒤케네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 DMD) 치료 신약 허가 과정에서 규제당국이 1상 임상 승인이 허술하게 이뤄져 규제 수위가 너무 낮아졌다는 내외부적 논란에 말려들었다. 이 신약후보물질은 논란을 딛고 1상을 진행했지만 이후 FDA는 임상 2상시험 승인 시도를 거부해 정치적이라고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방향에 따라 의약품 허가기간을 줄이려는 모험적 대시험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바이오젠은 최근 임상시험에서 사실상 실패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카누맙에 대해 신약 승인을 재추진한다고 밝혔다. 할로윈데이(10월 31일)를 맞아 망자가 부활하는 분위기라고 외신은 꼬집었다. 적잖은 FDA 관계자들을 경악케 한 사건이었다.
바이오젠은 ‘자료 분식(粉飾)’(data magic)을 진행하면서 자사의 약이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꼬투리를 찾아냈다. 비록 투자분석가들과 영향력 있는 바이오업계 트위터 사용자들의 회의론이 들끓었지만 투자자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바이오젠은 FDA와 논의를 마쳤으며 바이오의약품 품목허가신청(BLA, biologics license application)을 하게 돼 행복해 보인다. 신청이 거절될 수도 있고, 추가로 다른 임상 3상을 요구하거나, 적대적인 독립 자문기구(Advisory Committee)와 싸워야 하거나, 완전한 승인 거절(flat-out no)을 당하는 등 향후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어떻게 결론이 나든 FDA뿐만 아니라 이를 처리한 국장에겐 제약업계 친화적인지, 규제 완화 지침에 저항하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일부 외신은 샤플리스 국장 대행과 달리 스테판 한 지명자는 오랫동안 미트 롬니 상원의원, 고(故) 존 맥케인 상원의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등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기부를 해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