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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붕 두가족’ 의사단체에 산부인과 개원의들 ‘답답’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10-21 16:24:19
  • 수정 2020-09-16 12: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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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장 선출 간선제·직선제 갈등 … 의사구속 등 현안에 이견, 여론전 ‘화력’ 떨어져
지난 7월 20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산부인과의사 구속 규탄 궐기대회’에서 참석한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주축 의사들이 의료사고 혐의로 구속된 안동의 산부인과 의사를 석방하라고 외치고 있다.
출산율 저하, 저수가, 전공의 미달, 산부인과 줄폐업 등으로 분만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는 가운데 산부인과 개원의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산부인과의사회가 둘로 분열돼 좀처럼 힘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산부인과 의사 구속, 낙태수술 전면 중단 등 현안에 대해 미묘하게 다른 입장을 취하면서 산부인과 개원의들의 여론전 ‘화력’이 형편없이 떨어지고 있다는 내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부인과 학술단체는 크게 교수 중심의 대한산부인과학회와 개원의 중심의 대한산부인과의사회로 구분된다. 이 중 내홍을 겪고 있는 단체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다. 1997년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로 시작한 이 단체는 2004년 정관 변경을 통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로 이름을 바꿨지만 2015년 간선제 선거방식에 반대하는 회원들이 이탈해 별도로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를 창립하면서 두 개의 단체로 나뉜 상태다.
 
두 단체가 반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회장 및 임원진 선출 방식이다. 기존 의사회는 각 지회 대의원총회에서 선출된 대의원이 투표하는 ‘간선제’,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개인회원이 직접 투표권을 행사하는 ‘직선제’를 주장하고 있다.
 
갈등의 시작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10월 대한산부인과의사회 9대 회장 선거는 그동안의 관례대로 전국 15개 지회에서 총 70여명의 대의원을 선출한 뒤 투표하는 간접선거로 이뤄졌다.
 
문제는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선정 과정에서 생겼다. 산부인과의사회 산하 서울지회는 회장 선거에 참여할 대의원을 선정한 뒤 명단을 의사회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가 최종 확정한 명단은 서울지회가 제출한 것과 달랐다.
 
논란이 커지자 선관위는 “의사회 정관에 따르면 대의원은 지회 전체회원 3분의 2 이상이 참여하는 지회총회를 통해 선출해야 하는데, 서울지회는 총회 없이 서면의결로 대체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지회는 “서울지회나 경기지회처럼 소속 회원이 많은 곳은 전체 회원의 3분의 2 이상이 오프라인으로 총회에 참석하기가 쉽지 않아 회원 동의 후 위임장을 받아 서면의결한 것인데, 선관위가 구시대적인 기준으로만 판단하고 있다”며 “‘친 박노준(당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 현 박노준산부인과의원 원장)’ 인사들이 대의원을 차지하고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회원들이 대의원을 거치지 않고 직접 투표하는 직선제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서울지회는 산부인과의사회와 선관위가 대의원 명단을 임의로 변경했다며 법원에 ‘산부인과의사회장 선거 중단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결국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회장 선거는 무산됐다.
 
서울지회는 선거가 무산된 뒤에도 직선제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뜻을 같이 하는 경기·강원·충남 지회와 함께 별도의 단체 설립을 추진, 2015년 10월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를 창립하고 회장으로 김동석 서울산부인과 원장을 선출했다.
 
두 단체는 세 확장을 위해 경쟁하듯 여론전에 나섰다. 학술대회도 따로 개최했다. 2015~2017년 3년간 같은 날짜·시간, 다른 장소에서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학술대회가 열리는 촌극이 벌어졌다.
 
올해엔 그나마 학술대회 날짜가 달랐다. 기존 산부인과의사회가 주최한 ‘제42차 추계학술대회’는 지난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가 주최한 ‘제8차 추계학술대회’는 지난 1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각각 개최됐다. 두 단체의 학술대회엔 각각 비슷한 규모인 8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의사회 집행부 간 다툼으로 개원의와 전공의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법적 다툼도 치열하다. 2015년 이후 지금까지 두 단체가 주고받은 민사 소송 건수만 40여건에 이른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기존 의사회가 특정 임원진에게만 유리한 대의원 선출 방식을 고집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직선제 의사회 관계자는 “박노준 전 회장(현 회장 이충훈)은 15년간 의사회의 주요 임원을 맡으면서 그와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요직을 독식하는 행태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연간 18억원에 달하는 의사회 예산을 회원 전체가 아닌 소수만 사용하는 기형적 구조를 타파하려면 회원들이 직접 집행부를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존 산부인과의사회는 직선제 의사회 측이 정해진 절차를 따르지 않고 생트집만 잡고 있다는 입장이다. 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정관에 따르면 회장 및 임원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은 각 지회총회에서 개인회원들이 직접 선출한다”며 “선거를 통해 지역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것과 같은 절차인데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한의사협회를 제외한 대다수 의사단체들이 간선제로 회장과 임원진을 선출하고 있다”며 “직선제를 유지 중인 의협도 턱없이 낮은 투표율과 이로 인한 대표성 부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작년 3월 실시된 제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는 투표율이 48.96%로 과반수에도 못미쳤다. 당시 최대집 회장은 2만1538표 중 6392표(득표율 29.67%)를 얻어 회장에 당선됐다.
 
산부인과 의사회가 둘로 분열돼 있다보니 현안에 대한 개원의들의 요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7월 경북 안동의 산부인과 의사 A 씨는 사산아 유도분만 중 산모가 사망한 사건으로 법정 구속됐다.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과다출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산부인과 의사 300여명은 지난 7월 20일 서울역 광장에서 ‘산부인과의사 구속 규탄 궐기대회’를 갖고 산부인과 의사의 석방을 촉구했다. 당시 궐기대회를 주도한 것은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였고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모체태아학회 등이 힘을 보탰다. 대법원에 제출하기 위한 탄원서 서명도 받았다.
 
직선제 의사회는 “태반조기박리는 언제든지 갑자기 발생할 수 있고, 특히 사산 분만유도의 은폐형 태반조기박리 출혈은 아무리 경험이 많은 의사도 진단과 처치가 극도로 어렵다”며 “이번 판결은 분만 환경을 더욱 처참하게 파탄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산부인과의사회는 의사 구속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온건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의료의 특수성을 외면하고 의료현실을 망각한 무지한 판결”이라면서도 “사법부 권위에 도전하는 궐기대회는 국민여론과 법조계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의사회 관계자는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가 궐기대회를 준비하면서 사전 협의를 구하지 않았다”며 “이는 기존 의사회를 배제한 채 회원 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임신중절수술(낙태수술) 전면 중단’을 주도한 것도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임신중절수술, 마약 투여, 주사기 재사용, 성범죄 등 ‘비도덕적 의료행위’를 행한 의사는 재판 없이 즉각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사회적 현실을 무시하고 비도덕적 의료행위에 임신중절수술을 포함시킨 것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낙태수술 전면 중단이라는 강경책을 꺼내들었다. 기존 의사회는 ‘낙태수술 관련 대상 여성이나 의사가 처벌받는 것은 반대’라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수술 중단 강행과 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두 산부인과 의사단체의 분열이 장기화되면서 해당 전문의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한 산부인과 관계자는 “다들 ‘위기의 산부인과’라는데 진짜 위기는 내부에 있다”며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헤게모니 다툼으로 갈라져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의사협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연관 단체들이 발벗고 나서 갈등을 종식시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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