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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명상’, 미국서 대박 … 스트레스 완화 증거 ‘왼쪽 뇌’에 있다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10-20 12:38:36
  • 수정 2020-09-16 13: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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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집중력 관여 좌뇌 전전두엽 활성화, 알파·세타파 빈도 높아 … 질병감소 직접 연관 근거는 부족
명상을 오래하면 감정통제, 감각정보 처리, 행복감 등을 담당하는 좌뇌 전전두엽(전두옆 앞부분)의 회색질 두께가 두꺼워져 활성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2005년 1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신경과학회 연례 학술대회는 티베트 망명정부와 티베트불교의 수장인 달라이 라마가 참석해 큰 화제가 됐다. 그는 세계 최고의 신경과 의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명상 수련을 하면 뇌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내용으로 기조연설을 해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의학 학술대회에 종교지도자가 왜 참석하냐는 반발이 거셌지만 한편으로는 명상이 의학의 한 분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동양의 불교·힌두교식 심신수련법인 ‘명상’이 스트레스 해소 및 뇌·정신건강 관리법으로 현대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의료선진국인 미국을 중심으로 명상의 임상효과를 입증하는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소아청소년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암수술 후 우울증 개선 등에 치유명상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명상(meditation, 瞑想)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을 순수한 내면의식으로 몰입하도록 만들어 참된 자아를 찾는 동양종교의 수행법이다. 서양에선 2차 세계대전 이후 ‘초월명상(Transcendental Meditation, TM)’이라는 명칭으로 학계에 알려졌다. 이후 명상의 효과와 기전을 밝히려는 연구가 이어졌다. 명상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진 것은 1993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대체의학연구소(OAM)가 명상 연구에 공식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하면서부터다.
 
아이러니하게도 동양에서 시작된 비(非) 의학적 수련법인 명상이 가장 대중화된 곳은 현대의학의 산실인 미국이다. 2009년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거머(Christopher Germer)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통찰명상인 마음챙김(mindfulness)은 이미 미국에서 심리치료법으로 널리 확산됐으며, 심리치료사의 40% 이상이 이 명상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1200여편의 명상 관련 논문이 심리학이나 의학 학술지에 발표되고 있다.
 
2014년 2월 3일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엔 ‘마인드풀 레볼루션(Mindful Revolution)’이란 표제의 기사가 실렸다. ‘마음챙김 명상’이 미국 전역의 기업과 학교와 병원 등으로 퍼지면서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현대의 명상은 크게 집중명상과 통찰명상으로 나뉜다. 집중명상은 호흡처럼 변화하지 않는 단일한 대상 또는 반복적인 자극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다. 명상 중 다른 사물이나 생각을 연상·분석·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호흡명상이 집중명상에 해당된다. 호흡명상은 가만히 앉은 상태에서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에만 집중하면서 안정감과 집중력을 찾는다.
 
반대로 ‘마음챙김’으로 불리는 통찰명상은 ‘현재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끼지만 이런저런 비판적인 생각은 하지 않는 행위’’다.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신체적 고통이나 기쁨·슬픔·분노 등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해 그 의미를 생각하고 실체를 파악해 정신적·신체적 회복탄력성을 높인다. 특정한 생각을 잊으려고 애쓰거나,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집중명상이나 호흡명상과는 다르다.
 
1979년 존 카밧 미국 매사추세츠대병원 교수가 불교 명상법을 바탕으로 마음챙김 스트레스 감소술(MBSR,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부터 미국 전역의 기업과 학교 등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마음챙김 명상을 꾸준히 실천하면 △심신 이완 △인격 성숙 △주의력 상승 △공감력 향상 등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신의학계에서 스트레스 완화, 불면증 치료 등 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게 대부분 마음챙김이다.
 
명상은 다양한 의학적 효과를 나타낸다. 혈압과 맥박이 안정되고 혈당이 감소해 심혈관계질환이나 당뇨병 발병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의 혈중 농도가 줄어 만성염증 발생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수면유도호르몬인 멜라토닌 수치가 상승해 불면증을 치료하고 전반적인 바이오리듬을 개선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염증유발물질인 인터루킨이 감소하고, 항체 생성이 더 많아지는 등 면역체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도 있다.
 
다만 명상과 질병 발생 간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현재진행형으로 아직 임상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명상이 무조건 특정 질병 위험을 감소시키다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다.
 
반대로 스트레스 감소, 집중력 향상, 심리적 안정감 유지 등 정신적인 부분에는 명상이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낸다는 연구결과가 적잖다.
 
명상이 정신적인 부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왼쪽 뇌 전전두엽(전두옆 앞쪽) 활성화를 꼽을 수 있다. 2007년 사라 라자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팀은 법관과 언론인 등 지식인을 대상으로 하루 40분씩 짧게는 두 달, 길게는 1년 정도 명상을 하게 했다. 그 결과 연구 참가자의 대부분이 ‘스트레스가 감소해 기분이 좋아지고, 사고가 명료해졌으며, 집중력을 이전보다 더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의 뇌 구조까지 변화한 것이다. 연구팀이 대상자들의 뇌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분석한 결과 감정통제, 감각정보 처리, 행복감 등을 담당하는 좌뇌 전전두엽(전두옆 앞부분)의 회색질 두께가 0.1~0.2mm 두꺼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변화는 나이가 많고 명상 기간이 길수록 더 두드러졌다.
 
또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신경학과·신경과학연구소, 미국 샌디에이고대 정신의학과, 미국 스피릿록명상센터, 미국 뉴멕시코대 심리학과, 영국 스탠퍼대 의대 정신의학과 공동연구팀이 지난 4월 생물학 및 심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인간행동(human activity)에 게재한 연구결과에선 하루 5분의 짧은 명상만으로 집중력과 기억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8~35세 건강한 성인남녀 59명에게 연구팀이 개발한 명상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매일 10분 이내, 6주간 명상을 하게 한 뒤 뇌 구조를 살폈다. 그 결과 자기통제력과 집중력에 관여하는 좌뇌 전전두엽 피질과 측면 전두엽의 활성도가 높아졌고, 작업기억으로 불리는 단기기억력이 30% 이상 향상됐다.
 
2012년 발표된 리처드 데이비슨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팀의 연구에선 1만~5만5000시간 명상 수행을 해온 티베트승려 175명의 뇌를 fMRI으로 촬영한 결과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좌측 전전두엽의 활동이 우측 전전두엽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연구결과도 있다. 2013년 서울아산병원 암교육센터가 유방암수술 후 방사선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51명을 대상으로 6주간 총 12회의 명상요법을 시행한 결과 명상에 참여하지 않은 환자보다 불안감은 20%, 피로감은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과학계에선 우울·불안·분노 등 불쾌한 감정을 느낄 땐 우뇌 전전두엽피질, 반대로 기쁨·행복·열정 등 긍정적 감정을 느낄 땐 좌뇌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명상을 오래 하면 왼쪽 전전두엽피질이 활성화돼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심신의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이처럼 명상을 통해 활성화되는 전전두엽 안쪽, 두정엽, 측두엽 등 뇌 영역을 ‘디폴트모드 네트워크(DMN, Default Mode Network)’라고 한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무 활동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면 의식의 초점이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향하면서 신체와 정신이 초기화된다는 의미에서 디폴트모드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됐다”며 “명상을 하면 디폴트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돼 그냥 쉬는 것보다 뇌에 더 깊은 휴식을 선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상의 이같은 효과는 뇌파 변화를 통해서도 추정해볼 수 있다. 뇌의 활동은 기본적으로 전기적 활동이다. 뇌에 자극이 오면 뇌 속 신경세포들은 전기적 펄스를 낸다. 이같은 펄스가 모여 특정 형태를 띠는 것을 뇌파라고 한다. 뇌파는 △델타파(주파수 3㎐ 이하) △세타파(4~7㎐), △알파파(8~14㎐) △베타파(13~30㎐) 등으로 구분된다.
 
뇌파는 마음이 안정되면 작고 느리며 흥분되거나 잡념이 많아지면 크고 빨라진다. 델타파는 잠을 잘 때, 세타파는 졸릴 때, 알파파는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때, 베타파는 집중해서 일하거나 과도하게 흥분 또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발생한다.
 
호흡을 크게 들이마쉬고 명상을 하면 세타파와 알파파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면서 심신의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명확한 임상근거는 부족하지만 명상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유레카’를 외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고민 해결법이 떠오르는 것은 세타파와 연관된다고 한다.
 
권준수 교수는 “요즘처럼 복잡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시대엔 명상으로 정신건강을 잘 다스릴 수 있다”며 “명상은 훈련만 잘되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스스로 치유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자신감 향상과 질병 후유증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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