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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아토피피부염 … 스테로이드외용제·면역치료제·표적치료제로 진화 중
  • 김신혜 감수 김홍진 중앙대 약대 교수 기자
  • 등록 2019-10-18 10:58:01
  • 수정 2021-11-06 16: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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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테로이드, 증상 개선되면 빨리 사용 중지 … 면역조절제, 소아·민감 피부에도 사용

아토피피부염 치료제인 동광제약 ‘ 트리코트크림’(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사노피젠자임의 ‘듀피젠트 프리필드주’, 한독 ‘에스파손로션’, 한국메나리니의 ‘엘리델크림’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피부 건조증과 가려움증(소양증)을 동반하는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더 심해진다. 아토피피부염은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주로 영유아기에 시작되며 성장함에 따라 자연히 호전된다. 원인이 알레르기반응과 밀접한 만큼 알레르기천식이나 알레르기비염 등 호흡기질환을 동반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소아 및 청소년 환자는 줄어들고 20대 이상의 성인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2014년부터 5년새 19%나 증가했다.
 
아토피피부염이 생기면 피부가 민감해져 경미한 자극에도 가려움증이 생긴다. 자주 긁게 돼 피부 손상과 염증이 악화되고 가려움증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초기에는 얼굴이나 팔 다리의 접히는 부위 등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가려워 긁으면서 습진이 나타난다. 악화되면 세균에 감염되고 피부가 점점 건조해지면서 두꺼워지게 된다.
 
나이 들면서 호전되거나 없어지는 추세를 보이지만 호전된 후에도 특정 물질이나 자극에 의해 쉽게 가렵거나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경향을 띠게 된다. 소아기 및 성인기로 갈수록 손·발 습진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성인기까지 아토피피부염은 몸에 나타나는 증상은 호전되는 반면 얼굴 홍반이 심한 습진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접히는 부위는 오랫동안 긁어 피부가 두껍게 보이는 태선화 피부가 뚜렷해진다. 성인기라도 만성 습진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그 위에 진물과 딱지가 앉는 급성 병변이 되풀이된다.
 
아토피피부염의 발생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식품이나 집먼지진드기 등 알레르기 유발물질, 알레르기질환 가족력 등 유전적인 소인, 온도와 습도 변화 등 환경적 요인, 면역학적 이상, 피부 보호막 이상, 스트레스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약물치료가 주를 이룬다. 국소부신피질호르몬제(스테로이드제)나 면역조절제를 사용해 염증을 억제하고, 항히스타민제로 가려움증을 완화한다. 2차 세균감염엔 항생제 등을 사용한다. 증상이 심한 경우 전신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아토피피부염은 반복 재발되는 만성질환이므로 약물치료를 비롯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가려움에 피부를 계속 긁으면 피부장벽이 손상되고 그 부위에 염증이 생긴다. 염증반응은 다시 가려움을 유발해 아토피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아토피피부염의 치료는 단순히 가려움증을 완화하기보다는 염증반응과 과도한 면역반응을 억제함으로써 아토피의 악화를 막는 게 핵심이다.
 
국소 아토피 치료제는 염증반응과 면역반응을 억제함으로써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로 쓰이는 외용제로는 부신피질호르몬제와 면역조절제가 있다. 제형은 연고, 크림, 로션, 겔, 액제 등 다양하다. 연고나 크림 제형은 피부에서 오래 머물기 때문에 강도가 센 편이다. 로션은 피부에 바르기 쉽고, 피부 깊숙이 침투하지 않는 게 장점이다. 겔은 침투 속도가 빨라 기름진 부위에 사용할 때 좋다.
 
국소 부신피질호르몬제, 치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약물
 
부신피질호르몬은 부신(신장 위쪽의 내분비 기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서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또는 코르티코이드라고도 하며 지방∙단백질의 대사, 면역반응 조절, 염증반응 조절, 염분∙수분 평형의 조절을 담당한다.
 
부신피질호르몬제는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생리활성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s)의 생성 과정을 억제해 염증을 완화하고, 면역 관여 세포들의 활성을 감소시켜 면역반응을 억제한다. 보통 ‘스테로이드제’로 부르며 다양한 성분과 강도의 외용제가 있다. 병변의 부위와 심한 정도에 따라 약의 강도와 제제 종류를 적절히 선택하게 된다.
 
스테로이드 연고제 등급(미국 피부과학회 기준). 표는 미국 최신 분류와 한국 최신 의약품정보를 샅샅이 검색해 2019년 10월 20일 기준으로 만들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갱신이 타이트해지고 보험약가가 인하됨에 따라 단종된 제품이 많아 현존하는 유명 브랜드를 최대한 담았다.  
얼굴에는 약한 강도의 약제를 단기간 적용하고 손이나 발 같은 피부가 두꺼운 부위에는 상대적으로 강한 강도의 약제를 사용한다. 전신 투여하는 주사제·경구제에 비해 부작용 위험이 적으나 국소제라도 부작용의 위험은 상존한다. 증상이 개선되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사용을 중지하는 게 원칙이다.
 
국내 시판 스테로이드 제제로 매우 강력한 강도 제품으론 동성제약 ‘베로단연고’(성분명 할시노니드, Halcinonide)을 꼽을 수 있다. 국내 스테로이드 외용제는 미국피부과학회 분류를 준용, 7단계로 나뉜다. 1단계가 가장 강하고 7단계가 가장 순하다. 성분의 피부 진피세포내 모세혈관층을 수축시키는 강도가 높을수록 1단계에 가깝다. 또 같은 성분이라도 농도, 제형(연고 크림 로션 겔 등), 바르는 부위(피부의 두께와 상태), 본성분에 따라 붙는 염기, 바르는 횟수 등에 따라 등급이 달라진다.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으로 약물을 바른 부위에 감염증, 상처 악화, 저리거나 타는 느낌, 발열, 발적, 홍조, 가려움, 피부건조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장기간 지속적으로 사용 시 피부위축, 모세혈관 확장, 자반증(피부 아래층에 적혈구가 유출돼 피부색이 붉거나 보랏빛으로 변색된 상태), 피부출혈 등이 초래될 수 있다. 고용량 또는 장기간 사용하거나 밀봉붕대법으로 투여하는 경우에도 뇌하수체·부신피질 기능의 억제, 녹내장 등이 유발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국소 부신피질호르몬제는 현재까지 아토피피부염 치료의 가장 기본적인 약물이다. 스테로이드라고 해서 무조건 사용을 피하기보다는 전문의와 상의 후 적절히 사용하는 게 권장된다.
 
스테로이드 부작용 없는 면역조절제, 타크로리무스 & 피메크로리무스
 
비 스테로이드 제제로 ‘국소 칼시뉴린억제제’가 있다. T세포에 의한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칼시뉴린(Calcineurin)을 억제하는 게 핵심이다. 칼시뉴린은 칼슘 및 칼모둘린(Calmodulin) 의존성 세린/트레오닌 단백질 인산화효소다. 포스파타제3로도 알려져 있다. 항원이 T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해 T세포가 활성화되면 세포내 칼슘이온이 증가하면서 칼모둘린과 결합해 칼시뉴린을 활성화시킨다. 이 칼시뉴린이 T세포의 전사인자인 세포질 내 핵 부위 활성화인자(nuclear factor of activated T cell cytoplasmic, NFATc)와 결합하면 탈인산화 작용을 한다. 이어 활성화된 NFATc가 T세포 핵 안으로 들어가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2(interleukin 2, IL-2) 발현을 촉진하고 이는 T세포의 성장과 분화 반응을 야기한다.
 
칼시뉴린억제제는 T세포의 과민반응에 의한 염증 진행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면역억제제이다. 타크로리무스(tacrolimus)와 피메크로리무스(pimecrolimus)가 있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대신할 수 있는 약제로 각광을 받고 있다. 기존 스테로이드 연고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이 거의 없어 소아나 성인의 얼굴, 목과 같이 피부가 얇고 예민한 부위에 나타나는 아토피피부염에 사용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보다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 처음 바르는 경우 피부가 화끈거릴 수 있으나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대부분 적응돼 사용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레오파마의 ‘프로토픽연고’(성분명 타크로리무스수화물, tacrolimus hydrate)와 한국메나리니의 ‘엘리델크림’(성분명 피메크로리무스, Pimecrolimus, 노바티스 생산)이 대표적이다. 두 제품 모두 1일 2회 환부에 얇게 도포하면 된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타크로리무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426억원, 올 상반기 약765억원으로 거의 비슷했다. 아스텔라스 ‘프로그랍주사액’과 ‘프로그랍캅셀’이 386억원, 종근당 ‘타크로벨정’,‘타크로벨캡슐’,‘타크로벨서방캡슐’,‘타크로벨주’가 228억원, 아스텔라스 ‘아드바그랍서방캡슐’ 107억원, 레오파마 ‘프로토픽연고’ 28억원, 코오롱제약 ‘토피크로연고’ 5억원, 한미약품 ‘타리무스캡슐’ 3억원, 한국피엠지제약 ‘타르신캡슐’ 2.6억원, 이연제약 ‘타크로리캡슐’ 2.3억원 등이다. 이밖에 동구바이오, 한림제약 등 10개사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연고제가 아닌 것은 전부 장기이식환자의 이식거부 반응을 누르기 위한 면역억제제로 투여되고 있다.
 
피메크로리무스 제제는 엘리델크림이 유일하다. 지난해 35억원어치를 판매한 이 치료제는 올 상반기 약 22억387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가려움증 완화하는 항히스타민제
 
보조적으로 가려움증 완화를 위해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한다. 대부분 심한 부작용이 없는 비교적 안전한 약제이지만 졸리거나 입이 마르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새로 개발된 항히스타민제는 이런 부작용을 줄여 졸음에 대한 부담이 적은 편이다.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항히스타민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두드러기나 알레르기반응에 의한 가려움증은 비만세포에서 분비되는 히스타민에 의해 매개되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반면 아토피피부염은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매개체가 히스타민 외에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항히스타민제만으로 가려움증을 조절할 수 없다. 따라서 아토피피부염의 가려움증에 항히스타민제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항히스타민제와 국소스테로이드제 병합요법으로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방법도 있다. 한국유씨비제약 ‘지르텍정’(성분명 세티리진염산염, cetirizine)이나 ‘씨잘정(레보세티리진, levocetirizine)이나 등을 하루 한 알 복용하면 된다.
 
전신 스테로이드 요법, 경구제 복용이 불가피한 경우
 
심한 아토피피부염에는 전신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빠르게 증상이 완화되는 게 장점이지만 끊는 즉시 증상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고 장기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전신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아토피피부염같은 만성 질환에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권장된다. 다른 약에 반응이 없거나 빠른 효과가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장기간의 스테로이드 사용은 혈압상승, 혈당증가, 간부전, 신부전, 안면부종, 살이 트는 현상 등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획기적 신약 사노피 ‘듀피젠트’ 뜨거운 반응 … 화이자 JAK억제제 ‘아브로시티닙’도 대기중
 
현재 아토피피부염 환자 사이에 가장 관심이 뜨거운 치료제는 주사제인 사노피젠자임의 ‘듀피젠트프리필드주’(성분명 듀필루맙) 일 것이다. 올해 상반기 전세계 매출 9억3100만달러를 기록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에는 작년 8월 출시됐다.
 
듀피젠트는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성인 환자 치료를 위해 개발된 최초의 표적 생물학적제제다. 기존 전신 면역억제제와 달리 아토피피부염 염증을 유발하는 근원 물질인 인터루킨-4(IL-4)와 인터루킨-13(IL-13)의 신호전달을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국소치료제로 적절히 조절되지 않거나 이들 치료제가 권장되지 않는 중증 아토피 피부염 성인 환자의 치료에 쓰인다. 기존 면역억제제와 달리 장기독성(organ toxicity) 모니터링이 필요 없다.
 
그러나 임상시험에서 주사 부위의 부어오름·가려움·발적, 구강헤르페스·단순헤르페스 감염, 결막염·각막염·안구건조증,눈꺼풀염증·눈가려움증 등이 환자의 1%이상에서 나타났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피하주사제로 단독으로 투여하거나 국소 스테로이드와 병용할 수 있다. 성인의 경우 첫회 600mg 투여하고 이후 2주 간격으로 300mg을 투여한다.
 
2014년 11월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듀피젠트를 ‘획기적 치료제’로 지정했다. 이 약은 기존 약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거나 부작용으로 더 이상 약을 사용할 수 없는 환자에게 효과를 보이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주사 1회당 비용이 최대 110만 원으로 연간 치료비만 2000만원에 달해 일부 환자에겐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환자들의 강력한 요청에 밀려 지난 1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듀피젠트의 급여화 안건을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 및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급여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듀피젠트에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 대기 중인 신약이 있다. 화이자의 아토피치료제 후보물질 ‘아브로시티닙(abrocitinib 코드명 PF-04965842)’이다. 화이자는 지난달 29일 새로운 JAK1 억제제인 ‘아브로시티닙’이 2차 임상 3상 연구 결과 중증 아토피피부염을 완치했다고 발표했다. 전반적으로 듀피젠트와 대등한 효능을 보이는 가운데 가려움증 완화 측면에서 우위일 보일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밖에 아토피피부염을 표적으로 한 JAK-1억제제로는 릴리가 출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올루미언트정’(성분 바리시티닙, baricitinib)과 애브비에서 출시한 ‘린버크서방정’(성분 우파다시티닙, Upadacitinib)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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