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관절염을 비롯해 건선성 관절염, 궤양성대장염, 아토피피부염, 골수섬유증 등 허가받은 JAK 억제제(Janus kinase inhibitor)들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야누스키나제 신호전달체계(JAK-STAT, JAK signal transducer and activator of transcription proteins)에는 야누스인산화효소 그룹의 4가지 효소인 JAK1, JAK2, JAK3, 티로신키나아제2(TYK2)가 있다. JAK 억제제는 이러한 효소들을 억제해 면역과 염증 조절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단백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에 명령을 내리지 못하도록 저지한다. 이로써 염증성 사이토카인 증가를 막는 역할을 한다. 현재 경쟁하는 JAK 억제제들은 표적이 미묘하게 다르다.
201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최초의 JAK 억제제는 JAK1/2를 겨냥하는 노바티스의 경구용 골수섬유증 치료제 ‘자카비(Jakavi 성분명 룩소리티닙, Ruxolitinib)’다. 골수섬유증은 혈구생성을 조절하는 JAK 신호전달의 이상으로 골수가 섬유화되는 질환이다. 비장비대와 야간발한과 같은 주요 증상을 개선해 환자들이 정상적인 삶을 회복하도록 도움을 준다. 현재 골수섬유증 치료뿐만 아니라 건선, 진성다혈구증 치료제로도 사용하고 있다. 지난 5월엔 이식된 세포가 피이식자(숙주)의 세포에 공격적으로 작용하는 이식편대숙주병(Graft-versus-host disease, GVSD)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자카비와 자외선B(UVB) 광선요법(phototherapy)를 병행했을 때 백반증 환자의 색소 재침착에 효과적이었다는 발표가 작년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개재된 이후 FD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화이자의 ‘젤잔즈(Xelijanz 성분명 토파시티닙, tofacitinib)’는 2012년 FDA 승인을 받은 첫 관절염 치료제로 국내에는 2015년 시판됐다. 관절염 치료제 중 적응증이 가장 광범위하다. JAK3에 작용해 류마티스 및 건선성 관절염, 궤양성대장염 치료에 쓰인다. 하루 2번 복용하며 정당 국내 급여 약가는 1만2992원이다. 최근에는 전신탈모증 및 바르는 탈모용 치료제로 승인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화이자는 또 지난달 29일 새로운 JAK1 억제제인 ‘아브로시티닙(abrocitinib 코드명 PF-04965842)’이 2차 임상 3상 연구결과 중증 아토피피부염을 완치했다고 발표했다.
화이자는 앞서 2013년 JAK1 억제제 동물의약품인 ‘아포퀠(Apoquel 성분명 오클라시티닙, Oclacitinib)’이 12개월령 이상 개의 알레르기 피부염증 관련 소양증(가려움증)과 아토피성 피부염에 사용하는 동물의약품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합성한 사이클로헥실아미노피롤피리미딘(cyclohexylamino pyrrolopyrimidine) 계열의 JAK 억제제로 다른 표적에 비해 JAK1을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다만 장기적인 안전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다. 현재 화이자 그룹은 조에티스(Zoetis)를 독립 상장하기 위해 계열 분리한 상태다.
릴리는 2014년 ‘올루미언트(Olumiant 성분명 바리시티닙, Baricitinib)’의 임상시험을 시작해 2018년 FDA에 승인을 받고 같은 해 국내에도 출시했다. 올루미언트는 젤잔즈와 같은 관절염 치료 JAK 억제제지만, 1일 1회 복용으로 1일 2회 복용하는 젤잔즈보다 복용 편의성을 높여 젤잔즈와 경쟁하고 있다.
골수섬유증에서도 활발한 연구가 이뤄져 지난 8월 셀진(Celgene)의 JAK2 억제제 ‘인레빅(inrebic 성분명 페트라티닙, Fedratinib)’이 FDA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인레빅으로 치료를 받은 시험 환자의 1.3%에서 심각한 뇌병증이 보고됐으며 이 중 1명이 사망한 바 있다. 이에 블랙박스 경고문에는 복약지침으로 베르니케뇌병증(Wernicke encephalopathy)과 같은 심각하고 치명적인 뇌병증이 수반될 수 있음을 밝혔다.
애브비의 JAK1 억제제 ‘린버크(Rinvoq 성분명 유파다시티닙, Upadacitinib)’도 지난 8월 중증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린버크는 치료 1주 후 아토피성 피부염의 가려움증 감소와 2주 후 피부 병변 범위 및 중증도를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다. 린버크는 올루미언트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감염, 악성종양 및 혈전증세에 대한 경고문구가 들어간다.
현재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약에는 길리어드와 갈라파고스의 공동 개발 신약후보물질인 JAK1 억제제 ‘필고티닙(Filgotinib 코드명 GLPG-0634)’이 류마티스 관절염과 크론병 치료제로 연구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포톨라파마슈티컬스(Portola Pharmaceuticals, Inc.)의 ‘셀둘라티닙(Cerdulatinib 코드명 PRT062070)’은 SYK(Spleen tyrosine kinase)/JAK 두 가지 인산화효소를 억제하며 혈액성 악성종양 치료제로 개발 단계에 있다.
백혈병 및 척수증식성종양 치료제 임상단계에 있는 신약후보로는 릴리의 ‘간도티닙(Gandotinib 코드명 LY-2784544)’과 미국 세팔론(Cephalon)의 ‘레스타르티닙(Lestaurtinib 코드명 CEP-701)’이 있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위치한 셀테라퓨틱스(Cell Therapeutics, Inc)의 ‘파크리티닙(Pacritinib 코드명 SB1518)’은 재발성 림프암, 골수섬유증 치료제로 연구되고 있다. 세 치료제 모두 JAK2를 겨냥한 억제제이다.
이밖에 시에라온콜로지(Sierra Oncology)의 JAK1, 2 억제제 ‘모멜로티닙(Momelotinib 코드명 GS-0387, CYT-387)’이 골수섬유증과 전이성 췌장암치료제로 임상연구 단계에 있다. 이 약은 호주의 바이오기업인 사이토피아(Cytopia)가 처음 발굴했으며, 이 회사는 2011년 YM바이오사이언스(YM BioSciences)에 인수됐고, 2013년에 길리어드사이언스에 다시 팔렸다. 시에라온콜로지는 2018년 8월 모멜로티닙을 최대 가치 1억9800만달러(선불계약금 300만달러+마일스톤 1억9500만달러, 순매출 로열티 별도)에 사들였다. 당시 모멜로티닙은 골수섬유증 관련 3상을 진행 중이었다.
기존 치료제 대비 높은 효과와 안전성이라는 무기로 JAK 억제제가 시장에서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젤잔즈, 올루미언트 모두 고용량에서 심혈관계 부작용을 일으켜 FDA에서 대규모 시판 후 조사 결과 안전성에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보건당국도 필요하면 처방 제한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유럽류마티스학회(European League Against Rheumatism, EULAR Congress)에서 화제가 된 주제 역시 JAK 억제제의 안전성이었다.
영국 런던의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의 패트릭 아이예스(Patrick Aiyes) 면역학분석가는 “JAK 억제제들이 다른 약물들과 비교했을 때 원형탈모증을 치료하는 데 뛰어난 효능을 나타낸다”며 “2022년 최초로 원형탈모증을 치료하는 용도의 JAK 억제제가 허가를 취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JAK 억제제 원형탈모증 치료제는 미국에서 연간 약제비가 5만달러(한화 6000만원)로 예측돼 약값이 비싼 편에 속하는 면역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에 비해서도 1400달러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JAK 억제제들은 지속해서 사용하는 약물이기에 환자들이 복용을 중단할 때는 증상 재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염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JAK 억제제는 약값 측면에서 다른 치료제들에 비해 35배 정도 높은 수준이지만, 시장에서 절대적인 몫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8년에는 탈모증 치료제 시장에서 80%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신의 2019 타이로신키나제 JAK억제제 시장분석(Tyrosine Kinase JAK Inhibitors Market 2019 analysis)에 따르면 JAK억제제 시장 규모는 첫 등장 이후 연평균 성장률 18%를 보이며 2023년에는 67억달러(한화 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2분기 JAK억제제 시장 매출액은 화이자의 젤잔즈가 6억1300만달러로 전년 동기 4억6300만달러 대비 32% 급증한 실적을 올렸다. 같은 기간 노바티스·인사이트의 자카비는 지난해 2억3900만달러에서 올해 2억8400만달러로 19% 성장했다. 최근 시장에 출시된 릴리의 올루미언트는 1억240만달러의 실적을 달성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업 이밸류에이트파마(EvaluatePharma)는 5년 뒤인 2024년 JAK억제제 시장에서 젤잔즈의 예상 매출이 34억달러로 가장 높고 이어 린버크 25억달러, 필고티닙 13억달러, 올루미언트 1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