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아니오 식 이분법적 진단 탈피 … 우울감·흥미상실 등 증상 5개 이상이면 중증, 2~5개는 경증
신철민·한창수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경증·중증 노인우울증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검사법을 발견했다고 2일 밝혔다.
중증도에 따라 3단계로 분리하는 검사도구로 노인 우울증을 중증도에 따라 3단계로 분리했으며, 각 단계를 구분하는 점수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정상, 가벼운 노인우울증, 중증 노인우울증을 쉽고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됐다.
65세 이상 노인 총 774명이 피험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노인우울증 척도(GDS-15, geriatric depression scale-15)를 이용해 신체 증상, 불안 및 인지 기능 저하와 같은 증상을 근거로 우울증의 기준을 정상, 경도 우울장애, 주요 우울장애 3단계로 심화 분리했다.
경도 우울장애는 환자가 주요 우울장애 또는 기분 부전증 및 (경)조증의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우울한 기분을 느끼고, 흥미의 상실과 함께 2주일을 초과해 2~5 개의 우울증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 진단된다. 주요 우울장애는 경도 우울장애와 동일한 상황에서 5개 이상의 우울증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 진단된다.
이러한 우울증 심각도에 따른 분류가 의미있는 것은 중증도에 따라 예후가 다르고, 적절한 진단과 중증도 분류가 더욱 효율적이고 나은 치료결과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노인 우울증 척도 결과 정상은 2.7점(±2.63 편차), 경도우울장애는 7.86점(±3.14 편차), 주요 우울장애는 10.60점(±2.92 편차)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도 우울장애는 5점, 주요 우울장애는 10점에서 각각 그 기준점을 정하는 것이 적절하였다. 연구 대상 774명중 83.9%(650명), 12.1%(94명), 3.8%(30명)가 각각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인구에서는 자연적인 인지기능의 감소와 통증 등 신체증상으로 인해 우울증을 선별, 진단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노인 우울증에 대한 초기의 적절한 대응이 어려워 우울증에 이환된 노인의 삶의 질이 현저히 감소하고, 의료비용의 증가가 동반되기 마련이다.
이번 연구는 노인 우울증의 특징을 담아낸 노인 우울증 척도를 통해 기존 노인 우울증 판별에 대한‘예 혹은 아니오’의 이분법적 진단 방식이 아니라 경도 우울장애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단계적 분리법을 최초로 적용함으로서 노인 우울증의 위험군을 조기 진단하고 치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9월 국정감사자료에서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2013년 58만4949명에서 2018년 75만2211명으로 5년간 약 28.6%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연령별로는 10대 4.9%, 20대 13%, 30대 12%, 40대 13.3%, 50대 16.2%, 60대 17%, 70대 15.6%, 80대 이상 7.8%로 나타났다. 인구 10만 명당 진료인원은 60대 2223명, 70대 3606명, 80대 이상 3837명으로 60대 이상 노인 우울증의 비중이 컸다.
신철민 교수는“최근 노인 우울증이 급격히 증가하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지만 노인 우울증을 전문적으로 단계화하여 분석하는 검사 방법은 발전이 무뎌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나 노인 우울증의 초기 단계인 경도 우울장애의 경우 현대사회를 살아가며 노인 연령대가 흔히 느끼는 피로감, 소외감, 우울감으로 인해 본인 스스로가 일반적인 스트레스인지, 경도 우울장애인지를 판별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노인 우울증의 진단 단계 분류는 노인 우울증의 조기 진단과 치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추후 노인 우울증 척도의 임상 환경 적용 및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인지능력 저하, 신체증상, 수면장애 등 몸의 변화가 느껴지고 무기력감, 의욕저하, 스트레스와 피로 등으로 우울감이 지속되면 지체 없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받는 게 좋다. 취미생활과 여가활동 등을 통해 타인과의 교류와 의사소통을 활성화 하여 긍정적인 사고를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노인 우울증을 위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