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연구 … 40세 미만, 혈청 펩시노겐 II 20μg/L 이상이면 고위험군
40세 미만의 젊은 한국인에선 혈액검사로 확인 가능한 ‘혈청 펩시노겐 II’ 수치로 조기 위암 발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백성민 전문의팀은 40대 미만에서 혈청 펩시노겐 II 수치가 높으면 조기 미만형 위암의 발병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경험이 있거나, 40세 미만인 여성은 위험도가 더욱 높았다.
위암은 형태에 따라 장형과 미만형으로 분류된다. 장형은 암세포가 한 곳에 모여 덩어리로 자란다. 반면 미만형은 깨알같이 작은 암세포가 위벽을 파고들면서 넓게 퍼져 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40세 미만 젊은층에서 발병률이 높고,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많은 게 특징이다.
미만형 위암은 암세포 성장이 빨라 예후가 나쁘지만 보통 40세 미만은 내시경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지 않아 조기진단이 어렵다.
이에 김 교수팀은 조기 미만형 위암의 발병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2006~2017년 위암 환자 총 1477명(위이형성증 353명, 위암 1124명)과 정상 대조군 1463명을 대상으로 혈청 펩시노겐 II 수치에 따른 조기 미만형 위암의 위험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혈청 펩시노겐 II의 수치가 20μg/L 이상인 군은 그렇지 않은 군보다 조기 미만형 위암 발병위험이 약 3.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력이 있는 군은 감염력이 없는 군보다 조기 미만형 위암 발병위험이 3배가량 높았다.
종합하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력이 있으면서 혈청 펩시노겐 II가 20μg/L 이상인 ‘고위험군’은 감염력이 없으면서 혈청 펩시노겐 II가 20μg/L 미만인 ‘저위험군’보다 조기 미만형 위암 발병 위험이 5.2배 상승했다.
연령·성별 분석결과에선 40세 미만 고위험군은 조기 미만형 위암 발병위험이 12.8배 높았다. 특히 40세 미만 여성 고위험군은 발병위험이 최대 21배까지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김나영 교수는 “한국인은 위암 발생률이 높아 40세가 넘으면 위내시경이나 위조영술 등 위암 검진을 국가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40세 미만은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연구는 국내 젊은 연령층에서 발병률이 높고 조기진단이 어려운 미만형 위암의 발병 위험을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된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염증 작용이 발암물질을 생성하고 유전자변이를 일으켜 미만형 위암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위점막에 염증이 생기면 혈청 펩시노겐 II 수치가 상승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펩시노겐 II 수치로 조기 미만형 위암을 어느 정도 찾아낼 수 있는지 확인하는 대규모 연구를 실시해 더욱 정확한 발병 기전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소화기학회가 발생하는 국제학술지 ‘장과 간(Gut and Liver)’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