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후의 보루’서 치료시기 앞당기는 약제로 업그레이드 … 4제 병용요법 처방 활성화 기대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3718명 수준이던 환자 수가 2017년 7063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질환은 비호지킨림프종 다음으로 흔한 희귀난치성 혈액암으로 전체 암 발생 비율에선 약 1%, 암으로 인한 사망 비율에선 약 2%를 차지한다.
다발골수종(Miltifle Myeloma)은 골수에서 항체를 생산하는 백혈구의 한 종류인 형질세포(Plasma Cell)가 비정상적으로 과다 증식해 발생한다. 이 때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6(IL-6), 인터루킨-1(IL-1), 종양괴사인자(TNF-α) 등이 과다 분비되고 파골세포(Osteoclast)를 자극해 뼈 조직을 파괴한다.
이에 극심한 통증이 생기고 칼슘이 혈액으로 방출돼 고칼슘 혈증으로 인한 탈수와 의식저하를 유발하게 된다. 칼슘이 혈액 속에 많아지면 혈관 벽에 칼슘을 함유한 플라크 등이 침착해 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증상은 면역·조혈·신장 장애를 일으킨다. 진행속도가 빠른 질환은 아니지만 병기가 진행될수록 예후가 좋지 않고 완치가 어려워 빠른 진단 및 치료가 생명이다.
국립암센터는 다발골수종이 방사선, 중금속, 유기용매, 제초제, 살충제 등 화학물질 노출 때문에 발병한다고 지목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각종 염색체 이상 발암유전자에 의해 유발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증상은 뼈의 용해성 병변, 신부전, 빈혈, 감염성 골통증, 어지럼증 등으로 일정 기간 무증상이 지속된다. 환자의 20%가량은 증상이 없어 우연히 진단된다. 국내 환자의 약 90%가 50세 이상으로 중년에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중년 이상에서 빈혈, 신기능 이상, 골통증 등 증상이 나타나면 정밀 혈액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환자의 15% 이상이 3번 이상 재발을 경험할 정도로 재발률이 높다. 기존 치료제에 점점 반응이 약해지는 특징이 있어 약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효과가 없는 ‘삼중 불응성 다발골수종’은 기대 여명이 평균 5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사용되는 다발골수종 치료는 1·2차 치료제로 얀센의 ‘벨케이드(성분명 보르테조밉, Bortezomib)’와 세엘진의 ‘레블리미드(레날리도마이드, Lenalidomide)’, 2차 옵션으로 암젠의 ‘키프롤리스(카르필조밉, Carfilzomib)’·BMS의 ‘엠플리시티’(엘로투주맙, Elotuzumab)·다케다의 ‘닌라로’(익사조밉, Ixazomib), 3차 치료제로 세엘진의 ‘포말리스트(포말리도마이드, Pomalidomide)’, 4차 치료제로 얀센 ‘다잘렉스(성분명 다라투무맙, Daratumumab)’ 등이 있다.
2017년 11월 이전엔 3차 치료 후 추가로 사용할 약제가 없었다. 얀센의 다잘렉스가 2017년 11월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고 올해 4월부터 보건복지부 개정 고시에 따라 프로테아좀억제제와 면역조절제제 등을 포함해 최소 3가지 치료에 실패한 다발골수종 환자의 치료제로 건강보험급여가 인정되면서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한 줄기 빛이 됐다.
이 치료제는 덴마크 생명공학기업 젠맙(Genmab)이 개발해 2012년 8월 얀센에 다잘렉스에 대한 개발, 생산, 판매 관련 독점적 라이선스를 넘겨줬다. 국내에서도 얀센이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이제중 화순전남대병원 혈액내과 교수(한국다발골수종연구회 위원장)는 “재발을 반복하는 희귀난치성혈액암인 다발골수종은 재치료가 일반적이라 다양한 치료 옵션이 필요하다”며 “다발골수종 치료의 마지막 옵션인 포말리도마이드에 재발 또는 불응한 환자에게 치료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다잘렉스가 다발골수종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발골수종 치료제는 프로테아좀억제제·면역조절제제가 주요 축이다. 다잘렉스는 다발골수종 세포 표면에 과발현된 표면 당단백질인 CD-38을 표적으로 하는 인간단일클론항체로 기존 치료제와 색다른 작용기전을 갖고 있다. 국내 첫 4차 단독요법으로 승인된 치료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레블리미드 및 덱사메타손(Dexamethasone)과 병용투여하는 요법이 지난 6월 허가를 받았으며 지난달 26일엔 자가유래 줄기세포 이식수술(ASCT)이 적합한 다발성 골수종 신규 진단 환자에게 벨케이드,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덱사메타손과 병용투여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추가했다.
효과면에서도 탁월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잘렉스는 임상시험 GEN501과 SIRIUS를 통해 프로테아좀억제제와 면역조절제제를 포함해 적어도 세가지 치료에 실패한 다발골수종 환자의 단독 치료제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3차 치료까지 실패한 환자의 생존기간 중간값이 5개월 남짓인 데 반해 다잘렉스 치료군은 약 18개월로 1년 이상 연장되는 결과를 나타냈다. 단독요법에서 그동안 20개월 전후의 생존기간을 보이는 약제는 없었다.
이에 의료계에선 다잘렉스를 4차 치료제 단독요법에서 한걸음 나아가 조기에 병용요법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돼왔다. 결국 식약처가 다잘렉스에 대해 지난 8월 21일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의 1차·2차 병용요법 치료제로 허가사항을 변경하면서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 대안을 제공하게 됐다.
민창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다잘렉스는 새로운 작용기전과 표적특이성으로 기존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 효과와 내약성을 입증한 치료제”라며 “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서 매우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얀센 관계자는 “현재 비급여 상태로 1차·2차 치료에서 4제 병용요법 처방 사례는 없다”며 “조만간 급여 등재가 이뤄지면 처방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허가받은 적응증은 총 3개로 △조혈모세포이식이 적합하지 않고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다발골수종 환자의 보르테조밉(Bortezomib), 멜팔란(Melphalan·종양세포증식억제제 겸 적혈구증가증 치료제), 프레드니솔론(Prednisolone)과 병용요법(DVMP) △이전에 한 가지 이상 치료를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레날리도마이드 및 덱사메타손과 병용요법(DRd) △이전에 한 가지 이상 치료를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를 위한 보르테조밉 및 덱사메타손과 병용요법(DVd) 등이다. 이에 다잘렉스는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다발골수종 환자부터 기존 치료 방법에 실패한 환자까지 다른 치료제와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적응증 확대는 다잘렉스 병용요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3가지 임상연구를 근거로 이뤄졌다. 조혈모세포이식이 적합하지 않고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배정, 라벨 공개, 활성 대조군 방식으로 진행한 3상 임상시험인 ALCYONE에서 18개월의 분석시점을 기준으로 다잘렉스를 포함한 DVMP 병용투여군의 무진행생존율은 71.6%로 보르테조밉·멜팔란·프레드니솔론 병용 투여군(VMP)의 50.2%과 비교해 질환의 진행 및 사망위험이 절반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VMP의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 중앙값이 18.1개월인 것에 비해 DVMP는 분석 시점에도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다.
또 ALCYONE 연구결과 DVMP의 전체반응률(ORR)은 VMP의 73.9%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엄격한 완전반응률을 포함한 완전반응률 이상의 반응률은 42.6%로 VMP 24.4% 대비 우월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상기간 동안 DVMP 환자군은 주사 후 관련 반응으로 폐렴을 포함한 일부 감염질환이 나타났지만 일반적 화학요법 치료와 비슷한 수준의 내약성을 보였다.
다잘렉스는 이전에 한 가지 이상 치료를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무작위 배정, 공개라벨, 3상 임상시험인 POLLUX(MMY3003) 연구에서 각각 다잘렉스에 레날리도마이드 및 덱사메타손(Rd)를 병용투여해 Rd 병용요법과 비교한 결과 12개월 무진행생존기간이 83.2% 로 대조군 60.1% 대비 뚜렷한 향상을 보였다.
다잘렉스는 같은 방식으로 보르테조밉 및 덱사메타손(Vd) 병용투여군과 비교한 CASTOR(MMY3004) 임상연구에서 다잘렉스 포함 3제요법군은 12개월 무진행생존기간이 60.7%로 Vd 병용 투여군(26.9%)에 비해 현저하게 개선된 효과를 보였다.
POLLUX(MMY3003)와 CASTOR(MMY3004) 임상연구에서 다잘렉스 포함 병용투여군은 각각 대조군에 비해 사망위험이 63% 및 61%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임상시험에서 다잘렉스가 추가된 병용투여군은 대조군 대비 더 높은 빈도로 주입관련반응(주사 후 부작용)이 보고됐으나 대부분 1~2 등급의 경미한 반응이 첫 주입단계에서 발견됐다. 다잘렉스 포함 병용투여군에서 대조군 대비 높은 빈도의 혈액학적 이상반응이 일부 보고됐으나, 3등급 이상의 감염 및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중단율은 대조군과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번 허가사항 변경으로 다잘렉스는 보르테조밉, 멜팔란, 프레드니솔론 등을 포함하는 4제 병용요법 처방이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제니 정 한국얀센 대표이사는 “이번 적응증 확대로 병용치료가 필요한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치료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얀센은 더 나은 다발성골수종 치료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투약편의성 개선을 위한 다잘렉스 피하주사제도 개발된다. 얀센파마슈티컬컴퍼니는 지난 7월 피하주사제(SC) 제형에 대한 허가신청서를 미국 FDA에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이 주사제는 재조합 인간 히알루론산 분해효소 PH20(rHuPH20)과 병용투여한다. 회사 측은 임상 결과에서 투여 시간을 상당히(considerably) 단축하고 기존 정맥주사 제형과 비열등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내년 중 미국 FDA 승인을 거쳐 시판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