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질병 치료가 아닌 예방으로 건강관리의 패러다임이 변화한 측면을 반영한다.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4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미디어에서는 매일같이 건강에 좋다는 온갖 건기식이 소개되고 얼핏 설명을 들어보면 죄다 만병통치약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홍보에 현혹되기보다 객관적 사실에 기반해 제품을 선택해야 하지만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정보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터넷몰이나 약국에서 사랑받는 건기식 중 꾸준히 인기를 모으는 오메가3지방산, 비타민D, 엽산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본다.
오메가3지방산, 혈행개선 효과 의문 … 자궁내막암·난소암 예방은 더더욱 ‘물음표’
오메가3지방산은 생선이나 들기름에 다량 함유된 불포화지방산으로 포함된 지방으로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없애주고 혈행을 개선해 혈액순환을 돕는다. 대표적인 오메가3의 일종인 DHA(도코사헥사에노인산)는 두뇌를 직접 이루는 물질로 뇌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오메가3는 체내에서 스스로 합성되지 않아 반드시 식품으로 보충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메가3을 하루에 500~2000mg을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DHA는 청어, 연어, 고등어, 꽁치 등 등푸른 생선에 많이 함유돼 이들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채식주의자라면 동물성 오메가3 대신에 들기름을 섭취할 수도 있다.
[이미지1]하지만 매 끼니 식품을 통해 오메가3을 충분히 섭취하기가 쉽지 않아 건기식으로 간편히 복용하는 게 고려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시중엔 종근당건강 ‘프로메가 리얼오메가3’를 비롯해 일동제약, 유유제약, 일양약품, 삼진제약 등 다수의 제약사가 관련 건기식을 시판 중이다.
전문의약품은 오리지널인 건일제약의 ‘오마코연질캡슐’을 비롯해 제네릭 포함 23개 제품이 나와 있다. 스타틴 계열 고지혈증치료제인 로수바스타틴과 오메가-3 복합제로는 건일제약의 ‘로수메가’가 유일하다. 로수메가는 2033년까지 제제특허를 확보하고 있으나 경쟁사의 특허깨기 전략이 먹혀 올 6월 독점이 풀렸다.
오메가3의 효능으로는 △혈행개선 △심장질환 개선 △시력보호 △뇌세포 기능 증가 △기억력 향상 △암·당뇨병 예방 △고혈압 예방 △치매예방 △노화방지 △조기출산감소 △통증완화 △다이어트 효과 등이 알려져 있다. 이들 효능이 사실이라면 오메가3는 사실상 만병통치약이다. 하지만 실제로 입증된 효능은 혈액의 원활한 흐름을 돕는다는 ‘혈행개선’ 뿐이다.
그나마 이마저도 믿음이 깨졌다.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 의대는 기존 오메가3지방산 연구를 메타분석하면서 심혈관질환과의 연관성을 찾았으나 연구팀은 결국 한 가지의 효과도 찾아내지 못했다. 2017년 12월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오메가3지방산이 심근경색·뇌졸중 등 고중성지방혈증 예방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연구결과 등의 영향을 입어 유럽집행위원회(EC)는 오메가3 제제의 심근경색 후 2차발생 예방 효능·효과가 없다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혈소판억제제, 베타차단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에 대한 보조요법으로 오메가3를 1일 1캡슐(1g)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삭제됐다.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메가3지방산 함유 제제 25품목의 심근경색 이차예방과 관련한 효능·효과와 용법·용량 삭제를 결정했다.
오메가3 함유 전문약은 현재 고중성지방혈증(고트리글리세라이드혈증)에 대한 단독 치료제, 또는 고콜레스테롤혈증과 고트리글리세라이드혈증이 복합 발병한 환자의 스타틴계 고지혈증치료제와의 병용 치료제로서 처방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TO)나 미국심장협회(AHA)는 주 1~2회 생선을 섭취하는 것만으로 필수지방산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고 권고한다. 오메가3 복용과 심혈관계질환 개선의 연관성이 뚜렷하게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메가3 보충을 위한 별도의 영양제 복용이 과연 필요한지 냉정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명 교수는 음식을 통한 오메가3 지방산 섭취가 난소암, 자궁내막암 등 내분비 관련 부인암 예방에도 도움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작년 12월 발표했다. 그는 오메가3 지방산 섭취와 부인암 위험성을 알아본 10건의 관찰역학연구를 종합해 이같은 내용의 메타분석 결과를 내놨다.
비타민D, 결핍되면 골다공증 … 과량 섭취한다고 골밀도 비례적 증가하진 않아
비타민D는 뼈를 구성하는 칼슘이 잘 흡수되도록 돕는 영양소다. 뼈를 튼튼하게 하고 골다공증·골절의 위험을 낮춰준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다리뼈가 휘는 구루병에 걸릴 수 있다.
가을과 겨울에 심해지는 계절성 우울감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일명 ‘행복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 합성에도 비타민D가 관여하기 때문이다. 미국 조지아주립대 연구 결과 겨울철 우울증의 원인으로 비타민D 부족이 지목된 바 있다.
비타민D는 대부분 피부에서 합성되며 식품 섭취로는 적은 양만 생성된다. 피부가 햇빛을 충분히 받으면 콜레스테롤을 원료로 비타민 D를 합성할 수 있다. 피부에는 7-디하이드로콜레스테롤(7-dehydrocholesterol, 콜레스테롤 전구체)이라는 스테롤(Sterol) 물질이 함유돼 있는데 여기에 자외선이 닿으면 비타민 D3로 전환된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직장인이나 학생은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적어 결핍이 올 수 있다. 최근엔 피부 노화와 피부암 예방을 위해 상시적으로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사람이 늘면서 비타민D 결핍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비타민D 결핍이 치매·파킨슨병·다발성경화증(MS)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다수 존재한다. 호주에서는 비타민D 결핍이 조현병 발생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기도 했다.
북미의학저널(North American Journal of Medical Sciences)에서는 피로도가 높은 사람은 체내 비타민D 수치가 낮으며 비타민D 복용을 늘리자 증상이 호전됐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9월 주상연 여의도성모병원 교수와 이준영 고려대의대 교수 연구팀은 대규모 조사를 통해 혈중 비타민D 농도를 높여주는 것만으로 노화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장기 복막투석 환자의 비타민D 복용이 복막을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강덕희 이대서울병원 신장내과 교수팀은 활성형 비타민D 투여가 복막세포의 표현형 변이와 복막섬유화를 예방하는 것을 확인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비타민D를 보충하는 방법으로 우선 햇빛을 많이 쬘 것을 제안했다. 일조량이 좋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사이, 30분간 1주일에 최소 2회 이상 햇빛을 쬐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외선을 쬘 때 자연스럽게 비타민D가 합성되므로 야외활동할 때엔 긴 소매 옷이나 토시 등으로 피부를 가리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피부를 노출시키는 게 좋다.
비타민D는 연어 등 지방질 생선, 동물의 간, 달걀노른자, 버섯, 우유, 콩음료, 마가린 등에도 들어 있다. 남녀 성인의 비타민D 하루 충분 섭취량은 5㎍(마이크로그램)이고 59세 이상인 사람, 임신부와 수유부는 일반인의 2배인 10㎍이다. 지용성 비타민이므로 지방이나 기름과 함께 섭취돼야 체내흡수율이 높아진다. 안정된 생체 원소이므로 장기간 보존 또는 조리 과정에서 쉽게 파괴되지 않는다.
야외활동도 어렵고 음식을 잘 챙겨먹기도 어렵다면 보충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대웅제약의 ‘썬팩타민’ 등 고함량 비타민D와 다른 비타민 성분이 함유된 멀티비타민 제품과 임산부와 어린이를 위한 씹어먹는 ‘비타민D츄어블정’, 마시는 ‘비타민D액제’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다른 영양제와의 조합이다. 칼슘과 비타민D를 함께 복용할 경우 뇌졸중 위험이 17%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 비타민D의 과도한 섭취는 식욕감퇴, 설사, 피로, 메스꺼움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비타민D에 대한 오랜 믿음에도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과도한 섭취가 오히려 뼈에 해롭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골밀도를 높여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영양소가 비타민D라는 기존 의학 상식을 뒤엎었다.
미국의사협회 학술지 JAMA(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는 비타민D 섭취량과 골밀도 간 상관관계가 없음을 밝히는 연구논문을 지난 8월 실었다. 연구진은 참가자를 세 집단으로 나눠 2013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각각 400IU, 4000IU, 1만IU의 비타민D를 복용하도록 했다. 그 결과 3년간 4000IU, 1만IU씩 복용한 집단의 골밀도(BMD)는 400IU씩 복용한 집단보다 낮았다.IU(국제단위)는 비타민의 국제표준 표기단위로 비타민D 1g은 40IU에 해당한다.비타민D는 뼈를 구성하는 칼슘이 잘 흡수되도록 돕는 영양소다. 뼈를 튼튼하게 하고 골다공증·골절의 위험을 낮춰준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다리뼈가 휘는 구루병에 걸릴 수 있다.
임산부 필수 ‘엽산’ … 치매·기억력감퇴 효과는 근거 미미
임산부에게 필수적인 영양소로 알려진 엽산(Folic acid, Folacin, folate)은 비타민B9라고 불린다. 라틴어의 나뭇잎(folium)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됐다. 비타민B12(시아노코발라민)와 함께 세포 유전물질인 DNA와 아미노산을 합성, 세포분열과 동물의 생식과 성장에 필수적이다. 적혈구를 형성하는 데 작용하므로 결핍되면 악성빈혈이 일어날 수 있다. 또 기억력 감퇴, 치매, 뇌졸중 등의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국내 남녀 성인의 엽산 권장섭취량은 1일 0.4mg이다. 임신기에는 태아의 성장에 따라 엽산 요구량도 증가해 권장섭취량은 0.62mg으로 증가된다. 수유부도 모유로 엽산이 빠져나가므로 권장량이 0.55mg가량 필요하다. 엽산은 태아 신경세포 형성에 중요한 물질로 작용하므로 임신 전 및 임신 초기 임산부에게 보충이 권장된다. 특히 임신 초기(1~3개월)에는 태아의 신경관이 발달하는 시기여서 태아 척추·뇌·두개골의 정상적인 성장을 위해 엽산을 꼭 섭취해야 한다. 엽산은 세포와 혈액 생성에 관여하므로 결핍되면 태아 신경관 결손증, 태반 조기박리, 조산 및 사산, 저체중아 출산 등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임신, 수유, 투석 등으로 엽산의 필요량이 증가할 때 엽산 흡수를 방해하는 질환에 걸리거나, 흡수를 저해하는 알코올·항경련제(페니토인 등)·항암화학요법제(메토트렉세이트) 등을 복용하면 엽산 결핍이 초래될 수 있다.
엽산 결핍은 보통 비타민 B12 결핍과 함께 나타나며 두 영양소의 결핍은 유사한 빈혈 증상을 일으킨다. 결핍이 심할 경우 붉고 쓰린 혀, 미각 감소, 혼돈, 체중 감소 및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다. 위장 점막에 영향을 주어 위장장애가 발생하기도 한다.
뇌졸중, 심장질환, 습관성유산 등의 원인이 되는 호모시스테인(homocystein)과다, 또는 고호모시스테인혈증도 엽산 부족에 의해 나타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엽산 보충은 신경관 결손증 기형아를 출산할 위험률을 79~84% 줄일 수 있다.
엽산은 익히지 않은 시금치·바질·아스파라거스·파슬리 등 녹색잎 채소, 감귤류·키위 등 과일, 호두·땅콩 등 견과류, 동물의 간 등에 풍부하게 존재한다. 조리 과정에서 열을 가하면 함유된 엽산 중 50~95%가 파괴되는 성질이 있으므로 가급적 생으로 먹거나 5분 이내에 약한 열로 조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건기식으로 종근당 ‘엽산600골드’과 대웅제약 ‘엽산플러스’ 등이 있다. 단일 성분 처방약으로는 조아제약 ‘폴시드정’, 신일제약 ‘폴엔정’ 등이 있다. 결핍증 치료목적으로는 하루에 0.25~1mg을, 예방 및 투여량 증가 요구에 대응하는 목적으로는 하루 0.1~0.25mg을 복용토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엽산 역시 임신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효능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엽산이 부족하면 혈액 속 호모시스테인이 증가함으로써 혈관을 손상시켜 뇌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고 치매의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왔으나 비타민B12나 엽산 복용이 노인들의 기억력 감퇴를 막을 수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2014년 신경학(Neurology) 저널에는 비타민B12와 엽산을 복용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기억력 소실과 연관된 아미노산인 호모시스테인 수치가 더 크게 감소하긴 했으나 기억력 및 사고력 검사 결과엔 큰 차이가 없었다는 논문이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