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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최신치료법 열전 … 항암치료·수술 병행하고 양성자 쏘고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9-26 20:30:36
  • 수정 2020-09-17 10:4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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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암제로 암세포 크기 줄인 뒤 수술로 제거, 3기 환자도 적용 … 2022년 중입자치료 도입 예정
과거엔 1~2기 췌장암 환자에게만 수술이 가능했지만 항암화학요법의 발전으로 일부 3기 환자도 수술받을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수술팀이 췌장암 수술 도중 방사선치료를 병행하는 모습.
최근 마약의 일종인 대마가 악성종양인 췌장암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해외 연구결과가 나와 의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미국 하버드대 대나-파버암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 윌프레드 엥와 교수팀의 동물실험을 통해 대마에 극소량 들어있는 항산화성분인 ‘플라보노이드(flavonoid)’가 국소·전이 췌장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엔 대마에 포함된 비향정신성(non-psychoactive) 성분인 칸나비디올(CBD, cannabidiol)이 췌장암 치료효과를 보인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마약 성분에서 췌장암 치료의 활로를 찾는 이유는 그만큼 기존 치료법의 효과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걸릴 수 있는 암 중 ‘최악의 암’으로 꼽히는 췌장암은 5년생존율이 11.4%로 한국인 10대 암 중 가장 낮다. 특히 원격 전이된 췌장암의 5년생존율은 약 1.7%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20여년 동안 수많은 암 치료법이 도입됐음에도 췌장암만 유독 생존율이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다. 국가암등록통계(2015년)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암종별 5년생존율은 폐암은 11.3%서 26.7%, 간암은 10.7%서 33.6%로 꾸준히 상승했지만 췌장암은 겨우 1.9%p 증가하는 데 그쳤다.
 
치료 성적이 나쁜 것은 그만큼 진단 시기가 늦어서다. 췌장(이자)은 복부 깊숙히 위치한 데다 주변에 위·십이지장·담관 등 다른 장기와 혈관이 밀집해 복부초음파검사로도 잘 관찰되지 않는다. 초기 증상이 나타나도 다른 장기의 이상으로 오인하기 쉽다. 복통, 체중감소, 황달 등이 나타나 병원을 찾을 땐 병기가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4~5년 전부터 진보된 췌장암수술 술식과 항암화학요법이 도입되면서 치료 성적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 이상협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병기가 진행된 뒤에야 복통이나 황달 등 구체적인 증상이 나타나 환자의 80%가 수술이 어려운 상태에서 암을 발견한다”며 “최근엔 항암요법으로 병기를 낮춘 뒤 수술하는 등의 방법으로 생존율을 높이고 있어 치료 의지를 갖고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효과적인 췌장암 치료법은 수술적 절제이지만 초기인 1~2기 환자에게만 적용할 수 있다. 보통 전체 환자의 10~20%만 수술이 가능한 1~2기에 암이 발견된다.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고 췌장 머리 부분에 국한돼 있을 땐 ‘휘플씨수술(Whipple’s operation, 췌십이지장절제술)’을 시행한다. 이 수술은 췌장의 머리, 소장 일부, 위 하부, 담낭 및 담관을 절제하고 남은 췌장과 담관을 위의 상부에 붙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근엔 위 부분절제를 피하는 유문부 보존 췌십이지장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워낙 어려운 수술이라 고난도 술기가 필요하고, 부작용 발생 위험이 30~40%로 높은 편이다.
 
암이 췌장 꼬리 부위에 있으면 췌장부분절제술, 췌장 전체에 종양이 걸쳐 있으면 췌전절제술을 시행한다. 췌장 전체를 제거하면 소화효소와 인슐린 생성에 문제가 생겨 소화장애, 당뇨병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암이 췌장 몸통 아래쪽 꼬리 부분에 생길수록 수술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예후도 나은 편이다.
 
최근엔 항암화학요법을 실시해 전이된 암을 없애거나, 암세포 크기를 줄인 뒤 수술에 들어가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덕분에 과거엔 수술이 불가능했던 3기 췌장암 환자에게도 수술치료를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높아졌다.
 
흔히 항암치료로 불리는 항암화학요법은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일정 주기로 체내에 항암제를 투여하는 치료행위다. 췌장암은 위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과 달리 효과를 나타내는 약제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20여년 전까지는 소화기암의 1차 항암제로 흔히 사용해 온 ‘5-FU(5-fluorouracil, 5-플루오로유라실)’를 투여했다. 이 약제는 암세포의 DNA 합성을 방해하고 성장을 억제했지만 식욕부진, 구역질, 구토, 구강염, 피곤함, 구강궤양, 설사, 골수기능 저하 등 부작용이 동반됐다고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떨어졌다.
 
1997년 출시된 릴리의 ‘젬자’(성분명 젬시타빈(gemcitabine)는 5-FU처럼 암세포의 성장을 방해하는 약물로 단독사용 시 5-FU보다 치료효과가 좋아 최근까지 췌장암 1차약으로 많이 쓰였다. 하지만 췌장암 주위의 섬유화된 염증세포로 인해 약물이 암세포까지 원활하게 전달되지 않아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비해 생존율을 크게 개선시키지는 못했다. 환자 10명 중 8명은 약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생존기간도 평균 0.7개월 연장하는 데 그쳐 새로운 치료옵션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최근엔 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성분명 albumin bound paclitaxel, 상품명 아브락산, 세엘진)’과 젬시타빈을 함께 사용하는 ‘아브락산·젬시타빈 병용요법’과 옥살리플라틴(oxaliplatin)·이리노테칸(Irinotecan)·플루오로우라실(fluorouracil)·류코보린(leucovorin) 등 4가지 항암화학약제를 병용하는 ‘폴피리녹스(FOLFIRINOX) 요법’이 표준치료법으로 지라집았다.
 
스위스 로슈가 개발한 ‘타세바’(Tarceva, 성분명 엘로티닙·erlotinib)는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를 억제하는 경구 항암제로, 세포 내에서 HER1/EGFR 신호전달 경로의 타이로신키나제 활동을 억제해 종양 세포의 성장을 차단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전이된 비소세포 폐암과 췌장암에 흔히 처방된다.
 
2016년 국내 도입된 아브락산은 인체 단백질인 알부민을 항암제인 파클리탁셀에 결합시킨 것이다. 기존 파클리탁셀보다 정상세포 및 조직에 끼치는 영향이 적은 대신 암세포에 집중적으로 작용해 더 많은 치료 성분이 암세포에 도달할 수 있다. 최근 연구결과 아브락산과 젬시타빈을 같이 쓰면 4기 췌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이 두 배 가까이 연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도입된 폴피리녹스 요법도 유의미한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폴피리녹스 요법을 받은 췌장암 환자의 1년생존율은 48.4%로 젬시타빈 단독치료군의 20.6%보다 2.3배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최근 보고된 국내 연구에선 항암치료를 먼저 실시한 뒤 수술에 들어가는 치료법이 생존기간 연장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이 2005~2017년 폴피리녹스 요법과 아브락산·젬시타빈 병용요법으로 항암치료를 먼저 실시한 뒤 췌장암수술을 받은 국소 진행성 췌장암 환자 135명을 분석한 결과 항암치료를 먼저 받은 군이 1.7배 더 오래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제적 항암치료는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물론 합병증 발병 위험도 낮춘다. 류백렬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수술만 받은 환자는 항암치료 후 수술받은 환자보다 수술 후 합병증 위험이 1.4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췌장암은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해도 국소, 원격 재발이 많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수술 중 방사선 치료’(Intraoperative radiation therapy, IORT)가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IORT는 수술 중 국소 재발이 잘 되는 구역에 직접 방사선 치료를 약 30~40분 정도 진행하는 방식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10여명의 환자에게 IORT를 시행, 대부분의 환자가 특이 합병증 없이 회복에 도움을 얻었다. IORT는 주로 유방암에 적용되는 치료법이지만 나쁜 예후를 갖고 있는 췌장암 환자에서도 재발과 전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양성자치료 등 첨단 방사선치료도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양성자치료는 수소 원자핵의 소립자인 양성자를 빛의 60%에 달하는 속도로 가속화해 암 조직을 파괴한다. 가속된 양성자선은 몸 속을 통과하면서 정상조직에는 방사선 영향을 주지 않다가 암 조직에서 최고의 에너지를 방출해 암세포의 DNA(유전자)를 파괴한다. 이후 양성자선은 바로 소멸되고, 암 조직 뒤에 있는 정상조직에는 방사선 영향을 주지 않는다.
 
치료 과정이 신속하고 고통이 거의 없고 치료 시간도 1회 20~30분 정도다. 양성자선이 환자에게 쬐어지는 시간은 2~3분, 나머지 15~25분은 환자를 치료대 위에 고정하는 데 소요된다. 2007년 국립암센터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이래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등 두 곳이 양성자치료기를 운영 중이다.
 
조관호 국립암센터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는 “양성자치료는 췌장암, 담도암, 안구암, 간암 등 난치성 암 치료에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며 “췌장암의 경우 장기적인 생존율 향상 데이터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치료와 비슷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성자치료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중입자치료는 탄소 등 무거운 원소의 중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운동시켜 암세포를 죽인다. 중입자는 암조직에 닿는 순간 방사선 에너지를 방출해 암세포의 DNA를 파괴하고 암조직만 사멸시킨다. 양성자치료보다 방사선량은 적은 반면 질량무게 특성상 암세포 사멸률은 3배 이상 높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선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2022년 국내 첫 도입을 계획 중이다. 일본국립방사선종합연구소(NIRS)가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수술이 가능한 췌장암 환자에게 수술 전 중입자치료를 시행한 결과 5년생존율이 20% 이하에서 53%까지 향상됐다.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는 항암제와 중입자치료를 병행할 경우 2년생존율이 10% 미만에서 66%까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을 동반한 췌장암 환자는 수술 전후 혈당조절이 수술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수술 과정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내 췌도가 함께 제거되기 때문에 수술 후 새로운 당뇨병이 발생하거나 기존 당뇨병이 악화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한 맞춤치료를 위해 외과와 내분비내과의 협진, 즉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각종 치료로 몸이 황폐해진 췌장암 환자는 면역력 증강을 위해 단백질 섭취 등 맞춤영양요법이 요구된다. 식욕이 떨어진 환자의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는 데 식용곤충을 이용한 고단백 보조식품이 도움된다.
 
이상협 교수는 “최근 수 년 간 효과적인 항암제가 개발돼 생존 기간이 연장되면서 진단이 곧 ‘사망선고’였던 췌장암 환자도 치료의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항암제 예방을 위해 금연, 금주, 적정체중 유지 등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준수하는 한편 초음파검사나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주기적으로 받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췌장암은 만성췌장염, 흡연, 고지방식 및 고칼로리식, 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 유전성 췌장염 등이 위험요인이다. 음주와 췌장암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지나친 음주가 만성췌장염을 유발, 췌장암의 가능성을 높일 여지는 있다. 고위험군은 건강검진 때 췌장암 종양표지자 검사(CA19-9)와 복부초음파검사 등을 포함하면 더 꼼꼼히 발병 여부를 체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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