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눈에 습성(신생혈관성) 황반변성이 발병할 경우 다른 쪽 눈의 노폐물 축적 여부에 따라 같은 질환의 발병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실명의 주요 원인질환으로 주목받는 습성 황반변성이 양안에 모두 발병할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조기대응을 가능케 해 시력보존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변석호·이준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팀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담은 ‘한쪽 눈에 신생혈관성 황반변성이 있는 환자에서 반대쪽 정상안의 드루젠 타입에 따른 정상안의 신생혈관성 황반변성 발생 위험 예측(Neovascularization in Fellow Eye of Unilateral Neovascular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According to Different Drusen Types)’ 연구논문을 ‘미국안과학회지(AJO·American Journal of Ophthalmology)’ 최근호에 게재했다고 26일 밝혔다.
황반변성은 습성과 건성으로 나뉜다. 시력저하가 심한 진행성 황반변성은 대부분 습성 황반이다. 조기에 발견해 안내주사술을 시행해야 예후가 좋다. 건성 황반변성은 급격한 시력저하는 없지만 향후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될 수 있다.
연구팀은 2013~2016년 세브란스병원 내원 당시 한 쪽 눈에만 습성 황반변성이 발병한 환자 280명의 경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한 쪽 눈에 습성 황반변성이 발생한 환자의 21%에서 발병 5년 내 다른 쪽 눈에도 같은 질환이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세부적으로 습성 황반변성이 발생하지 않은 다른 쪽 눈에 쌓인 ‘드루젠’의 유형에 따른 발병 여부를 살폈다. 습성 황반변성 환자는 다른 쪽 눈이 완전히 정상인 경우와 눈에 노폐물의 일종인 드루젠(drusen)이 쌓여 발생하는 건성 황반변성을 앓는 경우로 분류된다. 드루젠은 연성드루젠(Soft drusen), 망상가성드루젠(Reticular pseudodrusen), 파키드루젠(Pachydrusen)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다른 쪽 눈이 정상이고 드루젠이 없는 환자는 5년 내 습성 황반변성 발생률이 3.6%에 그쳤다.
습성 황반변성을 가진 환자 중 다른 쪽 눈에 드루젠이 있는 건성 황반변성이 있는 환자는 드루젠 유형에 따라 발병률이 차이났다. 다른 쪽 눈에 연성드루젠과 망상가성드루젠을 동시에 가진 환자는 76%에서 습성 황반변성이 발병했다. 연성드루젠만 가진 환자의 46%, 망상가성드루젠만 가진 환자의 25%에서 5년 내 습성 황반변성이 발병했다. 파키드루젠을 가진 환자는 드루젠이 없는 정상인 눈과 유사할 정도로 발병률이 낮았다.
연구팀은 이미 발생한 습성 황반변성의 세부 유형에 따른 다른 쪽 눈의 발병 가능성도 분석했다. 전형적인 신생혈관성황반변성 환자는 5년 내 다른 쪽 눈에 습성 황반변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19%, 결절성 맥락막 혈관병증 유형은 8%, 망막혈관종성 증식 유형은 67%로 확인됐다.
이처럼 다양한 인자 중 성별·나이 등 다른 요소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드루젠의 유형’이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가장 유의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시력이상이 한 쪽 눈에 주로 발생하는 것과 양안에 모두 발생하는 것은 삶의 질이 크게 차이난다. 이번 연구는 이미 습성 황반변성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와 의료진을 대상으로 다른 쪽 눈에서의 발병 가능성을 미리 살피고 대비하는 데 도움될 것으로 기대된다.
변석호 교수는 “황반변성은 선진국에서 실명 원인질환 1위로 심각한 시력 저하를 유발한다”며 “황반변성 유형에 따른 환자별 진단, 경과 관찰, 치료법을 선택해 맞춤치료를 시행하면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