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염은 ‘여성의 감기’라고 불릴 만큼 자주 발생한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환절기에 여성을 더욱 괴롭히는 질환이다. 성병이나 청결과 관계가 없음에도 편견 탓인지 높은 발병률에 비해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지 않는 질환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냉’이라 부르는 질분비물은 정상적인 생리현상으로 문제가 없지만 평소보다 분비물의 양이 증가하거나 색, 냄새의 변화가 나타나면 질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대부분 산부인과까지 가지 않아도 약국에서 파는 질정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므로 증상이 나타나면 망설이지 말고 가까운 약국에서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
이 질환의 특징적인 증상은 외음부 및 질 입구 가려움증, 작열감, 쓰라림, 부기, 분비물의 양·색·냄새 변화, 혈흔, 성관계 시 또는 배뇨 중 통증, 복부 혹은 골반부위 통증 등이 있다. 증상의 심한 정도는 염증과 관련이 있다.
질염 치료는 증상의 경감, 감염 해소, 정상 세균총 회복을 목표로 한다. 질염을 일으킨 감염원에 따라 항생제, 항진균제, 항원충제 등이 치료제로 사용된다. 제형으로는 먹는 약과 질 내에 직접 적용하는 외용제가 있다. 별도의 처방 없이 일반의약품으로 치료 가능한 것은 세균성 질염과 칸다디성 질염이다.
질염의 임상적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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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성 질염 |
칸디다 질염 |
트리코모나스 질염 |
감염원 |
혐기성 세균 과다증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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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dida albicans(90%) C. glabrata Saccharomyces cerevisiae |
Trichomonas vaginalis |
무증상 |
약 50~75% 무증상 |
약 10~20% 무증상 |
약 50% 무증상 |
질분비물 |
·아주 심한 비린내 (성관계 후 및 월경 중 심해짐) ·균일하면서 묽음 ·흰색 또는 회색 |
·악취 없음 ·걸쭉하면서 치즈같은 덩어리 형태 |
·냄새(악취) ·화농성, 묽음 ·흰색 또는 황색의 거품이 나는 분비물 |
기타 특징 |
대개 성매개 질환으로 간주되지 않으나 성활동과 관계됨 |
여성 중 75%가 일생 중 한 번 이상 경험 |
남성의 경우 감염되더라도 대부분 증상 없음 |
세균성 질염은 가장 흔한 형태의 질염이다. 질을 산성으로 유지하는 락토바실러스 유산균이 사라지고, 산소가 없어야 잘 자라는 혐기성 세균이 증식하면서 발생하는 질내 감염증이다. 질내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는 한 번 사라지면 다시 서식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재발이 잦다.
잦은 성관계, 질 청결제의 과다한 사용, 자궁경부가 헐어서 생기는 과다한 점액분비 등에 의한 질 내 산성 환경 파괴가 세균성 질염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세균성 질염은 질 분비물이 흰색이나 회색을 띠고 심한 비린내가 나며 특히 생리 전후 또는 성관계 후에 증상이 심해진다. 성접촉으로 전파되는 성 매개성 질환은 아니다. 질분비물의 산성도(pH)는 4.5 이상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일반약 외용제로는 알보젠코리아의 ‘세나서트질정’이 있다. 9-아미노아크리딘운데실레네이트, 염산N-미리스틸-3-히드록시부틸아민, 메틸벤제토늄염화물수화물 등을 함유하며 항균작용으로 증상을 완화시킨다. 1일 1회, 1회 1정을 질내에 삽입하면 된다. 비특이성 세균성 질염 외에 질칸디다증, 질트리코모나스증에도 쓴다. 바르는 제품으로는 한국화이자제약의 ‘크레오신질크림2%(성분명 인산클린다마이신)’ 이 있으며 취침 전 7일간 도포한다. 클린다마이신은 혐기성 세균에 통하는 항생제다.
경구용 약은 모두 전문의약품이다. 항원충제인 메트로니다졸(metronidazole), 티니다졸(Tinidazole)을 복용할 수 있으며 CJ헬스케어의 ‘씨제이후라시닐정’(성분명 메트로다니졸 metronidazole), 영풍제약 ‘파소질정’(성분명 티니다졸 Tinidazole)이 대표적이다. 이들 약물은 부작용으로 디설피람 유사반응(알코올 대사 과정을 일부 차단해 숙취가 심해질 수 있는 반응)이 올 수 있으므로 복용 시 음주를 피해야 한다. 짧게는 약 사용 전후로 24시간, 길게는 72시간 동안 음주를 제한한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트리코모나스라는 원충에 의한 질 내 감염으로 성접촉으로 전파된다. 트리코모나스는 질내의 정상적인 산성 환경을 변화시키므로 다른 종류의 질염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에 걸린 여성의 약 60%가 세균성 질염을 동시에 겪는다고 보고되고 있다. 일종의 성병이고 전염성이 높으므로 반드시 파트너와 함께 치료해야 한다.
이 질환은 담황색의 거품 섞인 분비물이 나오고 악취를 동반하며 간혹 외음부 쪽의 가려움증도 동반된다. 균수가 적은 경우엔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질분비물의 산성도(pH)는 4.5 이상이다.
다른 질염과 다르게 질정이나 크림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고 트리코모나스 등 원충의 감염을 치료하는 항원충제를 복용한다. 항원충제는 균의 단백질과 DNA에 결합해 세포독성 화합물을 형성한 다음 살충작용으로 균을 제거한다. 세균성 질염에 쓰이는 메트로니다졸(metronidazole), 티니다졸(tinidazole)을 트리코모나스 질염에도 처방한다. 증상을 보이는 임신 여성의 경우 메트로디나졸 2g 경구투여 단회요법 또는 500mg 1일 2회요법을 7일간 적용할 수 있다.
칸디다성 질염은 곰팡이균인 칸디다균에 의해 유발된 질염이다. 칸디다균은 공기 중에 흔히 존재하는 곰팡이균으로 인체나 동물의 입안, 피부, 생식기 등에 존재한다. 건강한 여성의 질내에서 칸디다는 유익균인 유산균과 균형을 이루지만 일시적으로 면역력이 저하되거나 질 내 생태계 균형이 깨지면 칸디다균의 증식이 빠르게 진행돼 질염이 발생한다.
이밖에도 칸디다성 질염은 임신이나 경구피임약 복용으로 에스트로겐이 증가한 경우 질벽의 글리코겐 함유량이 늘어나 칸디다 감염증 감수성이 높아져 발병할 수 있다. 당뇨병이 있거나 단순당 섭취가 많은 경우 소변에 당분 함유량이 증가해 칸디다성 질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 항암제, 항생제를 복용하는 경우 칸디다의 증식이 과다해져 질염이 유발된다. 트리코모나스 질염과 달리 성매개 질환은 아니며 치료가 상대적으로 까다롭지 않은 편에 속한다.
증상은 흰 치즈 조각 형태의 질 분비물, 외음부 가려움증, 화끈거림, 성교통, 배뇨통 등이 있다. 외음부 및 질의 홍반, 부종이 있을 수 있다. 질분비물의 산성도(pH)는 4.5 미만이다.
칸다디염 질염에는 곰팡이균의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항진균제를 처방할 수 있다. 병원 처방 경구용 제제로 플루코나졸(Fluconazole)이 흔히 처방된다. 대웅 ‘푸루나졸정’(성분명 플루코나졸, Fluconazole), 대웅 ‘푸루나졸캡슐’(성분명 플루코나졸, Fluconazole) 등이 해당된다. 150mg을 단회 경구 투여한다. 중증이면 플루코나졸 150mg을 72시간마다 2회 또는 3회 경구 투여한다. 바르는 국소 아졸(azole)계 항진균제를 7~14일간 매일 사용하거나, 가려움을 완화하는 저강도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병용하기도 한다.
현재 간독성 때문에 거의 쓰이지 않지만 이트라코나졸(itraconazole) 성분의 한미약품 ‘이트라정’, 신풍제약 ‘이코나졸정’ 등은 200mg을 1일 1회 3일간 복용하면 된다.
시중의 대다수 일반약 외용제는 클로트리마졸(Clotrimazole) 성분이다. 바이엘코리아의 ‘카네스텐크림’, 동광제약의 ‘카네마졸질정’ 등이다. 클로트리마졸 1% 크림은 7일 사용, 2% 크림은 3일 사용한다. 클로트리마졸 성분 질정은 100mg 1정을 7일간 사용한다.
니스타틴·네오마이신·폴리믹신B 복합제 경구약(전문약)으로는 ‘포리지질연질캡슐’과 ‘오엔지질연질캡슐’이 있다. 둘 다 니스타틴 100000IU, 네오마이신황산염 50.2mg, 폴리믹신B황산염 35000IU를 함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