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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레이 이어 전문의약품까지 … 의사·한의사 영역다툼 점입가경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9-02 00:44:16
  • 수정 2020-09-22 09: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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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소마취제 리도카인 사용 주장, 의협 “무면허 행위” … 한의협 X-레이 사용 ‘신중론’
일반 X-레이는 법적으로 의사나 방사선사 등 방사선 안전관리 책임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의사들은 이런 제한이 없는 저선량 X-레이 사용 활성화를 검토 중이다.
수익 증대를 위해 진료영역을 넓히려는 한의사와 이를 막으려는 의사 간 충돌이 저선량 X-레이에 이어 전문의약품으로 확산되고 있다. 추나요법·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으로 탄력을 받은 한의사들이 혈액검사기, X-레이, 전문의약품 등으로 진출을 시도하자 의사단체들은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갈등이 장기화되자 의료계와 한의계 내부에선 국민들로부터 ‘고소득자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져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7년 대한의사협회는 마취제인 전문의약품 리도카인(lidocaine)을 경기도 오산의 한 한의사에게 판매한 제약사를 ‘의료법 위반교사’ 및 ‘의료법 위반 방조’로 고발했다. 당시 환자는 목통증 완화를 위해 한의사에게 리도카인 주사를 맞았다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하지만 수원지방검찰청은 지난 8일 해당 건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8월 13일 한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이번 불기소 결정은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이 범법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며 “이는 한방치료 과정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와 협진해 전신마취하는 것도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포함됨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리도카인은 임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국소마취제로 신경자극 전달에 필요한 전해질을 차단하고 신경막을 안정시켜 마취효과를 나타낸다.
 
대한의사협회는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이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은 “이번 검찰의 처분은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에 대한 게 아니라 한의원에 전문의약품을 공급하는 업체의 무면허의료행위 교사 및 방조를 처벌한 것”이라며 “한의사협회는 이를 왜곡해 마치 검찰이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을 인정한 것처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허위 사실을 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인철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리도카인은 극소량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은 약물”이라며 “리도카인을 비롯한 전문마취제 사용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환자 의료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 정황이 포착하면 즉시 형사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한의사의 전문약 사용에 대해선 기존 여러 판례를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법원은 일관되게 ‘한의사는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을 사용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해왔다.
 
2013년 대구지방법원과 대구지방법원 항소심은 한의사가 봉침 주사요법을 시술하면서 리도카인 약물을 주사기에 섞어 사용한 것을 무면허의료행위로 판단했다.
2017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의사는 한약 및 한약제제를 조제하거나 한약을 처방할 수 있을 뿐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은 처방하거나 조제할 권한이 없음이 명백하다”고 규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한의사 전문약 사용과 관련해 원칙대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의사의 X-레이 사용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5월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8월부터 일선 한의원에서 10㎃/분 이하 저선량 X-레이를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의협 관계자는 “지난 4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추나요법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면 X-레이로 척추를 비롯한 뼈에 구조적인 불균형이나 변위가 있는지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의사들이 일반 X-레이가 아닌 저선량 휴대용 X-레이를 고집하는 것은 법적 규제 때문이다. 현재 법원은 방사선 안전관리 책임자가 등록된 경우에만 X-레이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방사선 안전관리 책임자는 의사, 치과의사, 물리학·의공학·전기학·전자학·방사선학 석사학위 소지자 중 진단용 방사선 분야 실무경력 1년 이상인 자, 방사선사 중 진단용 방사선 실무경력 3년 이상인 자 등으로 한의사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일부 대형 한방병원은 ‘양·한방 협진’이라는 명칭으로 영상의학과 전문의나 방사선사를 고용하기도 하지만 규모가 작은 한의원의 경우 인건비를 추가 부담할 여력이 없다. 반면 휴대용 X-레이는 따로 안전관리 책임자를 둘 필요가 없어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X-레이 사용을 개시하기로 한 8월이 지난 현재까지 한의협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신중론’을 취하고 있다. 한의협 관계자는 “휴대용 X-레이는 안전관리자 선임 등이 면제되지만 일부 판례에선 이마저도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법률 검토를 마무리한 뒤 참여·협력 기관을 물색해 연내 합법적인 X-레이 사용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1년 대법원은 X-레이 골밀도 측정기로 성장판검사를 실시하던 한의사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결했다. 당시 판결문은 “10㎃/분 이하 X-레이는 안전관리 규칙에서 정한 각종 의무가 면제되지만 이는 종합병원·병원·치과·의원 등 원래 안전관리책임자 선임의무 등이 부과된 의료기관만 전제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는 한의사의 X-레이 사용이 환자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어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영상의학회 관계자는 “10㎃/분 이하 저출력 휴대용 X-레이는 방사선이 적게 나와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과 다르다”며 “한의사의 휴대용 X-레이 사용을 허가하면 진단과 치료에 도움되지 않는 불필요한 검사가 늘면서 환자 및 보호자가 장기간에 걸쳐 소량씩 방사선에 피폭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척추변형연구회 관계자는 “일반 X-레이조차 척추 등 인체 깊은 부분의 해부학적 구조를 모두 재연하기 어려워 컴퓨터단층촬영(CT)아나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정밀검사를 추가로 시행해야 한다”며 “해상도와 선명도가 떨어지는 저선량 X-레이로 퇴행성 척추질환과 척추변형을 진단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사선을 사용하는 X-레이는 격리 차폐된 검사 공간이 필요하고, 방사선 지식을 체계적 전문적으로 공부해 이에 대한 관리가 가능한 의학 전문가들에 의해서만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기기의 사용 여부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 수 년째 이어지고 있는 의사와 한의사간 다툼은 어느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두 직역 간 갈등에 대해 볼썽사나운 ‘밥그릇 싸움’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었다.
 
서울시 대림동에 거주 중인 회사원 전모 씨(37)는 “의사든 한의사든 국민건강 보호를 이유로 들지만 결국 CT나 X-레이 등의 검사료가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이 같은 논란이 생기는 것 아니냐”며 “적정 비용으로 정확한 검사를 받을 수 있다면 누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기기의 사용 여부는 의료기관의 경영문제와 직결돼 양보가 쉽지 않다”며 “국민에게 제 밥그릇 챙기기로 비춰지기 전에 정부가 나서 두 직군 간 갈등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아직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학술적 자료를 바탕으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타당한 지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법원 판례를 참고해 올바른 유권해석을 내림으로써 두 직군간 갈등을 줄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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