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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메디톡스 분쟁 새국면 … 나보타 균주서 포자 형성 확인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8-30 23:44:02
  • 수정 2020-09-22 09: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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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디톡스 ‘홀A하이퍼’ 균주는 포자없는 특성 보유 … 검증결과 ITC 판결 영향 여부에 관심 고조
보톨리눔 균주 출처를 놓고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대웅제약의 ‘나보타’(왼쪽)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보툴리눔 톡신 지적재산권 분쟁에서 대웅제약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대웅제약은 30일 메디톡스와 진행 중인 국내 민사소송 포자(Spore)감정 시험에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생산에 사용되는 균주가 포자를 형성해 메디톡스 균주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메디톡스가 그동안 자사 균주는 어떤 환경에서도 포자를 형성하지 않기 때문에 대웅제약 ‘나보타’ 균주와 다르다고 발표해 온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서울중앙지법원은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추천을 받아 마이클 팝오프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 교수와 박주홍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를 감정인으로 지정했고 지난 7월 4일~15일 대웅제약 향남공장 연구실에서 실시한 시험결과를 바탕으로 감정인 2인의 감정보고서를 지난 14일, 29일 접수받았다.
 
이번 감정 시험에선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의 포자 생성 여부를 확인하는 시험만 진행됐다. 실험실과 배양기 등에 접근이 통제되고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으로 인터넷을 통해 24시간 현장상황을 확인했다.
 
포자형성 여부를 확인하는 시험은 사전에 합의된 온도조건 별 열처리와 혐기성 환경 및 호기성 환경 조건으로 배양한 후 현미경으로 포자형성 여부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포자는 균이 생존이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성하는 일종의 보호막으로 모든 보툴리눔균은 포자를 형성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메디톡스의 ‘홀A하이퍼(Hall A Hyper)’ 균주는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시험 결과,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에선 포자가 생성됐고 메디톡스 쪽은 포자를 생성하지 않았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홀A하이퍼 균주의 고유한 특성은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 것으로 대웅제약의 균주가 메디톡스 홀A하이퍼균주와 같다면 포자를 형성할 수 없고, 포자를 형성할 수 없다면 토양에서 발견될 수 없다”며 “두 회사 균주가 다른 것이 입증된 만큼 근거없는 음해로 일관한 메디톡스에게 무고 등 민·형사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분쟁은 2016년 11월부터 약 3년째 4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 2006년 3월 보톨리눔 톡신제제 ‘메디톡신’을 출시한 뒤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메디톡스는 2014년 4월 출시된 대웅제약의 보톨리눔 톡신제제 ‘나보타’의 사용된 균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자사 직원이 퇴직하면서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편취해 대웅제약에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2016년 11월은 나보타의 미국 임상 3상이 마무리된 시점이었다.
 
당시 메디톡스 측은 나보타 균주가 자사의 것과 동일하다고 확신하며 대웅제약에 나보타 균주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메디톡스는 균주 관련 자료를 편취한 것으로 추정되는 퇴직자 2명과 대웅제약을 대상으로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2017년 5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다른 퇴직자 3명 및 대웅제약을 상대로 재차 고소했으나 증거 미확보 등으로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후 메디톡스는 2017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대웅제약과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를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대웅제약 건에 대해 각하 판결을 내렸고 에볼루스 건에 대해선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이 결과를 두고 상반된 해석을 내놨다. 대웅제약은 법원이 자신의 손을 들어줬다고 봤고,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미국 기업이 아닌 만큼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통해 따져보라는 의미라며 맞섰다. 메디톡스는 같은 해 10월 한국에서 대웅제약을 상대로 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메디톡스는 2달 뒤인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시민청원(Citizen Petition)을 내고 분쟁 중인 나보타 균주 출처를 확인하기 전에는 승인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FDA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올해 2월 나보타(미국명 주보 Jeuveau) 시판을 허가했다.
 
이에 메디톡스는 2014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액상형 보툴리눔톡신 제제인 ‘이노톡스’의 기술 수입사인 엘러간과 함께 지난 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제소했고, ITC는 지난 3월부터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국내사와 글로벌사가 각각 손잡고 대웅의 미국시장 진출을 견제하는 구도다. 통상 조사엔 약 1년반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발표된 한국 내 포자감정 결과가 ITC 판결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도 각 사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TC는 지난달 9일 메디톡스에 ‘대웅제약이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밝힐 것’을 요구하면서 엘러간에도 포자·공정 자료 제출을 명령했다. ITC 명령문(Order No.16)에 따르면 양사는 배치기록(Batch Record), 특성보고서(Characterization Report), 생물의약품허가신청서(BLA, biologics license application)를 비롯한 과거부터 현재까지 엘러간의 보톡스 제조 공정을 보여주는 자료와 엘러간의 홀A하이퍼 균주가 포자를 형성하는지에 대한 자료를 포자형성 실험 결과와 함께 오는 9월 20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전반적인 진행 상황을 볼 때 FDA의 판단과 ITC 조사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디톡스는 염기서열 전체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포자 검증을 먼저 진행하는 것으로 양보한 만큼 포자 검사 결과만으로 정확한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국내 포자감정 결과는 대웅제약이 극히 일부분을 가지고 해석한 것”이라며 “ITC의 심사는 조사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내달 제출하는 자료로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분쟁에 미국 판매사까지 가세하면서 어느 쪽이 이기는 것과 상관없이 한국 보톨리눔 톡신 제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사 간 싸움에서 결국 최대 승리자는 자체 보톨리눔 톡신 제제를 판매하고 있는 엘러간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침체된 제약바이오업계 분위기 속에 소탐대실하지 않도록 양사의 합리적 해결전략 구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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