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공급가 1.5배 수준에 계약 무리수뒀다가 낭패 … 80억원 손실 입고 타사에 제품 뺐겨
지난해 유한양행이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4가 인플루엔자 백신 ‘플루아릭스테트라’를 공동판매하면서 약 8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은 2015년 6월 GSK와 전략적 제휴 협약을 체결하고 이 주사제를 산부인과·소아과를 제외한 병·의원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 주사제는 2015년 4월 출시된 국내 최초 4가 독감백신으로 인플루엔자의 원인이 되는 A형 바이러스주 2종(A/H1N1, A/H3N2) 및 B형 바이러스주 2종(B-Victoria, B-Yamagata)을 포함하고 있다.
기존 3가 백신은 B형 바이러스주 중 세계보건기구(WHO)가 당해 유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목한 바이러스 한 종류만 포함돼 접종을 해도 B형 독감에 걸리는 ‘미스매치’ 사례가 발생한다. 이에 기존 3가 백신은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대상으로 올 9월부터 생후 6개월~12세 어린이와 만 65세 이상 노인은 무료접종이 가능함에도 비급여인 4가 백신 수요가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플루아릭스테트라는 생후 6개월 이상부터 전 연령 대상 접종이 가능하도록 대상(적응증)이 확대되면서 영유아를 둔 소비자 관심이 부쩍 늘었다. 도매업계에 따르면 GSK는 국내 시장에 이 주사제를 출시한 이후 제약 도매업체에 약 5~6달러(5500~6600원) 선에서 공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4가 백신의 시장성을 일찍이 파악한 유한양행은 선제적으로 이 주사제 공동판매 계약 체결에 나섰다. 계약가는 도매가의 1.5배 수준인 9달러(약 9900원)로 알려졌다. 도매가 대비 상당히 높은 가격이지만 유한양행은 거래를 강행했다.
당시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는 “국내 최초 4가 백신 플루아릭스테트라 공동판매로 유한양행의 전문의약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기존 백신제품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독감백신 라인업을 완성해 영업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도매가가 5~6달러밖에 되지 않는 것을 유한양행 거래처(산부인과 및 소아과 제외)들이 알게 되면서 불만이 커졌고, 공급가는 1만500원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의료기관에 공급된 4가 독감백신의 평균가가 1만5000원 선인 점을 감안할 때 가격이 30%나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 임원진이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GSK를 찾아 계약조건 변경을 논의했으나 GSK 측이 거절한 것으로 안다”며 “이로 인한 손실이 수십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백신 제조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의료원 독감 백신 입찰 결과 4가 백신은 9000원대에 낙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시장의 심리적 지지선인 1만원이 무너지며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전망됐다. 이같은 사례로 볼 때 유한양행이 9달러에 매입한 주사제는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처음 듣는 내용이고 계약 관련 내용은 비공개 사안이라 확인이 어렵다”며 “올해 플루아릭스테트라 공동판매를 진행할 지 결정 사항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해 GSK는 플루아릭스테트라 공동 판매를 GC녹십자와 진행할 예정이다. 도매업체에 공급할 물량과 산부인과·소아과를 포함한 모든 유통라인을 GC녹십자로 단일화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GSK 관계자는 “GC녹십자와 계약이 진행 중이며 잘 성사될 것으로 본다”며 “더 원활한 백신 공급을 위한 거래처 변경일 뿐 다른 이유는 없으며 도매가 및 유한양행과 계약내용 등은 공개가 어렵다”고 설명했다.